'가족이 버리고 사회가 버린' 정신질환 살인범, 결국…

[정신질환 범죄 연속기획④] 정신질환 범죄자 관리 방치한 정부 인식 바꿔야

지난 6월 75살 노모를 아파트 베란다에 떠밀어 살해한 장 모(40) 씨. 그는 오랫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온 '환자'였다. 해마다 정신질환 범죄 건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재범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는 전무한 수준이다.

별다른 죄책감이나 의식없이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정신질환 범죄자들. 사회는 이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CBS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실태를 네 차례에 걸쳐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시리즈 게재 순서
1. 재범률 높은 정신질환 범죄자 실태
2. 정실질환자 범죄 양산하는 교도소
3. 국내 유일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소 '공주 치료감호소' 가보니
4. 정신질환 범죄자, 이중 편견에 두 번 운다


매년 수백명의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치료감호소에서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나오지만 '정신질환자'와 '범죄자'란 차가운 시선 속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주 치료감호소에 따르면 한해 공주 치료감호소를 출소하는 정신질환 범죄자는 모두 270여명. 지난해만 269명이 감호소를 출소했다. 그러나 감호 기간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도 이들을 반겨주는 곳은 별로 없다. 가족이 수감자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 재범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전무

5년 전 감호소를 출소한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살인죄로 10여년을 감호소에서 지낸 A씨는 출소 직후 가족들에 의해 미국으로 보내졌다. 가족 중 누구도 미국에 살고 있지 않았지만 A 씨가 미국 시민권자라는 이유만으로 미국에 보내졌던 것.

치료감호소 관계자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살해한 수감자의 경우 사건 이후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감호소를 나가도 반겨줄 가정이 없다"고 말했다.

돌아갈 곳 없는 수감자들은 복지시설로 발길을 돌리지만 시설조차 이들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위험한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치료감호소 관계자는 "병원이나 센터 같은 곳도 우리 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출소자들 대부분이 가족들이 방치하고 사회에서도 외면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치돼 있는 정신질환 범죄자들을 위해 일부 '갱생보호시설'에서는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면목동의 담안선교회. 이곳에는 공주 치료감호소를 출소한 41명을 비롯해 모두 182명의 교도소 출소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7년을 생활했다는 B(50)씨는 "혼자 밖에 나가 살아봐야 힘만 들어 여기서 생활하고 있다"며 "공동체라 아쉬운 점도 많지만 여기서는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살해해 공주 치료감호소에서 7년 5개월을 살았다는 C(59)씨는 "공주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여기보다 좋은 곳은 없다"며 "다른 곳에서는 우리를 잘 안받아줘서 출소한 뒤 머물 곳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죄자'라는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선교회 운영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담안선교회 임석근 목사(56)는 "죄를 지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놓고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며 "도움의 손길도 대부분 복지시설로만 향할뿐 우리 같은 갱생보호시설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출소자들의 일자리를 주선해주고 있지만 채용해주는 곳이 많지 않다"며 "우리끼리는 편견 없이 잘 지내지만 사회는 아직 그렇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 '범죄 관리' 아닌 '사회 복지' 틀 안에서 고민해야

법무부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출소 후 생활을 돕기 위해 출소자에 대한 무상 진료와 치료가 필요할 경우 의료기관에 입원치료를 의뢰할 수 있는 내용의 치료감호법 개정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지난 2009년 발의된 개정안 8개 모두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방기해 왔던 정신질환 범죄자 관리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옥경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는 "이들을 배제하고 배척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정신질환 범죄자를 포용할 것이가 같이 고민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복지라는 틀 안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정신질환자는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크다"며 "전자발찌 등 배제 지향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 연계해 지정 병원에서 계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치료감호소 건립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교수는 "현재 치료감호소 내 수감자는 수용 가능 인원인 1천명을 넘어섰다"며 "늘어나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수감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5년 후, 10년 후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 당국이 정신질환 범죄자를 치료하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 하냐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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