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설문에 응했던 같은 과 친구들은 설문 조사 사실을 피해 여학생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아 충격을 주고 있다.
CBS 취재결과 설문조사는 피의자들이 구속되기 전에 같은 과 동기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7문항으로 이뤄진 설문은 '피해자는 평소 이기적이다/아니다', '피해자는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다/아니다', '피해자는 싸이코패스다/아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설문조사에 몇 명이 응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설문에 응한 학생들의 학생증도 복사해 갔다.
재판이나 학교측 징계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자료로 활용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피해 여학생은 이 설문조사로 제2의 피해를 입어야 했다. 설문조사가 피해 학생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 여학생은 가해 학생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야 알았다. 가해 학생이 내민 설문지에 응했던 같은 과 친구들이 자신에게는 그런 사실을 한마디도 안해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피해 여학생은 함께 공부하고 생활했던 친구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실의에 빠져 있다.
CBS와 연락이 닿은 피해 여학생 언니는 "동생이 최근에야 설문 조사 사실을 알았다"며 "더 이상 학교에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은 상태"라고 피해 여학생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대변했다.
피해 여학생을 상담해 온 서울대학병원 해바라기센터 박 모 팀장도 "피해 여학생이 피해자이면서도 비난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분노하고 속상해한다"면서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공부도 전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