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대표적인 대형 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낸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통보 및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SM은 지난 3월 소속가수 슈퍼주니어의 규현, 샤이니 종현, 트랙스 제이, 지노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SM 더 발라드’가 발표한 싱글 ‘내일은...’이 1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로 판정받은 데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고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여성가족부에 대해 “유해매체 지정을 취소하라”며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SM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후 또 다른 그룹 비스트의 소속사 큐브 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5일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다. 큐브 측은 비스트 정규 1집 수록곡 ‘비가 오는 날엔’이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받은 것에 대해 “유해매체 판정을 받을 만큼 노골적인 가사가 아니라고 생각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여성가족부 심의에 불만을 가진 것은 비단 아이돌 기획사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디밴드 보드카레인과 십센치(10cm) 등도 여성가족부를 상대로 ‘19금 딱지’를 떼 달라는 소송을 고려 중이다.
보드카레인 소속사 관계자는 “지난해 ‘심야식당’이라는 노래 가사 중 ‘한 모금의 맥주’라는 대목 때문에 유해매체 판정을 받았다”며 “최근 ‘아메리카노’로 같은 판정을 받은 밴드 십센치와 함께 소송을 고려 중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심의 기준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단순히 가사 한 두 소절 때문에 우리 음악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건지 잘 모르겠다”며 여성가족부의 모호한 심의 체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 음악계 내외 불만 목소리 이어져
'소송'이라는 직접적인 행동 외에도, 여성가족부의 심의에 대한 음악계 내외 인사들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술, 담배 등의 노랫말로 심의하는 여성가족부의 잣대를 “단어 하나로 창작자의 영혼을 울리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그는 “SM의 승소는 해당 심의가 법적으로도 무리한 제재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면서 “노랫말을 곡 단위가 아닌 단어 하나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 설명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노랫말에 ‘취했다’는 단어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19금’ 딱지를 붙인다면 청소년들이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매우 한정적일 것”이라며 “굳이 심의를 해야 한다면 대중과 창작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19금’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쓴소리 했다.
소설가 공지영과 이외수도 거들었다. 공지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친구였던 여학생을 돌려가며 성추행한 학생들을 의사로 양성하려는 학교에는 한마디도 안하던 여성가족부. 이 한심의 끝은 어디일까요”라고 잇단 가요 유해매체 판정에 우회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이외수도 트위터를 통해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의 쓰나미에 찬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라며 “앞으로 교육방송을 제외한 모든 방송을 폐지시키는 건 어떨까”라고 쓴소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