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곽노현 교육감 자진사퇴 고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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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의 상대후보였던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인정했다.

곽 교육감은 다만, 박 교수의 딱한 사정을 전해듣고 선의 차원에서 지원했을 뿐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후보단일화는 민주진보진영의 중재와 박 교수의 결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대가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돈을 건넨 행위는 후보직 매수행위가 아니며, 검찰의 수사는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된 표적수사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의 말을 종합해보면, 돈은 줬지만 교육감 선거와는 전혀 상관없어 문제될 게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곽 교육감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먼저 돈을 건네 준 박 교수가 후보단일화에 합의를 해준 상대가 아니었다면 과연 2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순전히 선의로만 전달했을까 하는 점이다.

곽 교육감이 올해 신고한 공직자 재산사항을 보면 총 재산이 15억9000여만원이다.


재벌총수도 아닌 곽 교육감이 선뜻 선의로만 지원하기에는 그 액수가 너무 크다.

돈의 출처도 궁금하다.

또, 박 교수를 올해 6월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에 위촉한 것도 정말 또다른 선의의 표현이었을지 의문스럽다.

서울시 교육감은 수도 서울의 교육을 총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다.

그만큼 곽 교육감의 행동 하나 하나는 교육자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특히 '진보교육감', '개혁성향의 인물'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는 곽 교육감에게 있어 한치의 도덕적 결함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곽 교육감의 입장표명 직후 트위터를 비롯한 인터넷은 실망감과 분노를 그대로 담은 글들로 뜨겁게 달궈졌다.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는 이들이 주로 젊은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보수층의 역공이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야당에서도 거취를 표명하라는 견해가 기자회견 직후부터 나오고 있다.

곽 교육감의 발언으로 볼 때 쉽사리 자진사퇴 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본인이 아무리 선의의 행동으로 대가성이 없다고 강변한다해도 세상의 상식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면 스스로 다시한번 고민해 봐야 옳다.

그리고 선의 속에 그 어떤 다른 목적이 숨어 있었다면 자진사퇴를 심각히 고려해 보는게 곽 교육감을 신뢰했던 사람들에 대한 마땅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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