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패션몰 붕괴'… 투자개발사들 '먹튀' 상인들은 '한숨'

분양 끝나면 상권은 나몰라라… 동대문 패션타운 빈상가 30% 육박

ss
2000년 초반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패션몰이 이제는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 이들이 황금알을 낳는 오리에서 미운오리가 된 것은 왜일까?

패션몰의 몰락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예고돼 있었다. 1998년 거평프레야가 들어선 이래 두타, 밀리오레가 대박 조짐을 보이자 패션몰은 여기 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패션몰을 짓고 개발하는 주체다. 이들 패션몰의 대부분을 투자개발회사 맡았다. 투자개발회사들은 분양 후 얻을 이득 이외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패션몰의 운영과 활성화는 논외였다.

동대문 패션몰 상가의 한 점주는 "이건 사기분양이다. 분양팀은 분양만 해놓고 상권을 살리지도 못하고 도망간 것"이라고 성토했다.

패션몰 상가의 점주들은 투자개발회사들에게 허가를 해준 중구청에도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보면은 동대문패션타운에 수요 이외에 공급이 포화가 된 상태로 난개발이 돼 있는 상태"라며 "무계획적으로 인허가가 나고 쇼핑몰들이 과잉상태로 공급이 되다보니 당연히 포화가 되고 새로 생긴 쇼핑몰들이 공실이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대문운동장 역 주변에 위치한 패션몰은 7개 이상이다. 이중 두타를 제외한 모든 쇼핑몰이 개점휴업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중구청이 지난 22일 발표한 공실률(상가나 건물 등이 얼마만큼 비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에 따르면, 동대문패션타운의 22개 쇼핑센터의 평균 공실률은 29.8%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4% 늘어났다. 특히 2005년 이전 준공한 쇼핑센터의 공실률은 26%에 그쳤으나, 이후 준공한 쇼핑센터의 공실률은 무려 63%에 달했다. 최근 준공한 빌딩이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비어있다는 것이다.

패션몰 내 예전의 영광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패션몰점주들은 이렇게 방치하면 동대문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패션몰이 부활을 꿈꾸곤 있지만 쉽지 않다. 이는 패션몰의 특성 때문이다. 패션몰 내 매장은 개별등기분양으로 돼 있어 이 건물의 소유주는 많게는 1000명을 넘는다. 점주가 많다보니 중앙에서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운영을 하기 힘든 구조다. 여기에 개별 점주들의 이권이 걸려있다.

패션몰 한 점주는 "활성화를 아무리 한다고해도 획기적인 대안이 없으면 안된다"며 "분양받은 사람들은 피해가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달콤한 비전에 넘어가 분양받은 패션몰 점주들은 지금 분통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