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고 쫓기는 숨바꼭질'...노숙인 퇴거 첫날

"노숙자도 사람인데 대안도 없이 내쫓나" 반발… 코레일 "출입은 시키되 노숙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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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가 시작된 첫날, 노숙인을 쫓아내려는 코레일과 노숙인 사이에 큰 충돌을 없었지만 쫓고 쫓기는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열차 운행이 끝난 22일 새벽 1시 30분쯤 코레일 측은 경비 인력을 동원해 노숙인들의 서울역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역사 안에 있던 10여명의 노숙인이 쫓겨나는 과정에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나가지 않으려고 숨바꼭질을 하는 일부 노숙인들을 서울역 직원들이 찾아 헤매는 모습도 보였다.

열차 운행이 재개된 새벽 4시 30분 이후에도 침낭 등을 들고 역내에 출입하려는 노숙인들은 제지를 당했다. 역사가 폐쇄되는 새벽 1시 30분부터 4시 30분 사이는 물론, 열차 운행이 재개된 뒤도 역 안에서 잠을 자는 행위를 막겠다는 게 코레일의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퇴거 지시에 순순히 따르면서 큰 충돌이나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야간 출입을 저지할 것이고 낮에도 노숙인들의 출입은 허락하되 잠을 자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숙인 박 모(37)씨는 “정말 막막하다. 강제퇴거 시켜버리면 여기에 있는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갈지 걱정”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0년 가까이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했다는 장 모(52) 씨도 “노숙자도 사람이고 인권이 있다”면서 “일자리를 마련해주거나 의료지원도 없이 내쫓으면 어쩌냐”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몰린 노숙인들은 역 주변에서 서성이거나 다른 역으로 옮겨간 뒤 날이 밝아오자 다시 역 앞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역을 찾아오는 밥차에서 끼니를 떼우거나 일용직 일자리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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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안의 노숙인들은 사라졌지만, 새벽에 쫓겨난 탓에 부족한 잠을 자려고 길바닥에 라면 박스를 깔고 누운 노숙인들이 서울역 광장을 채워갔다. 계단 한 칸에 길게 몸을 눕혀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 때문에 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노숙인들을 강제퇴거시키겠다는 서울역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노숙인 관련 단체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한 대책만 세워둔 채 강제 퇴거만으로는 노숙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빈곤사회연대 최혜륜 사무국장은 “지금 노숙인들은 주거를 비롯해 의료 등의 여러가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며, “강제 퇴거 방침을 철회하고 이들을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노숙인 강제퇴거를 반대하는 ‘행동하는 의사회’ 등 보건의료인 단체도 “생명과 관련된 문제라며 노숙인들의 고통과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며, “더 열악한 환경으로 노숙인들을 쫓아내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거는 시작했지만 서울역을 떠날 수 없는 노숙인과 이들을 밀어내려는 코레일 측 사이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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