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자립 한꺼번에" 희망의 빨래

여성, 사회적 기업에 빠지다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평범한 여성들이 우리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기업' 창업에 맨손으로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들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가까운 미래를 만나봤다.

SS
40대 중반의 김위숙(44) 씨는 최근 경기도에서 '클린마미'라는 사회적 기업 창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름 그대로 세탁을 하는 기업이다.

사실 김 씨는 세탁업과는 연이 없었다. 세탁공장을 사회적 기업으로 낙점한 이유는 김 씨가 찾는 '특별한 고용인' 때문이다.

김 씨의 고용인은 미혼모들이다. 앞으로의 채용대상도 미혼모들이다. 특히 아이를 기르고 싶어하는 미혼모가 김 씨가 찾는 이들이다.

김 씨가 어렵다는 '사회적 기업'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단 하나, 아이를 기르고 싶어도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아이와 생이별하는 미혼모를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사회복지 활동을 여러 해 경험한 김 씨는 아이를 길러야 하는 미혼모들에게 단순한 후원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에서 만난 김위숙 씨는 "우리나라는 아이를 키우려는 미혼모를 취업 등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대기업이나 단체가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라며 "그래서 주위의 반대도 있었지만 지켜볼 수만은 없어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알고 지내던 여고생의 갑작스런 자살이 단순한 '봉사'에만 머물던 김 씨를 미혼모 세탁공장 사업으로까지 이끌었다.

비운의 여고생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괴로워하다 생을 마감했다.

그 이후 김 씨의 관심은 미혼모의 차가운 현실로 돌려졌다.

김씨는 "저출산 국가인 한국에서 아기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냐"면서 "미혼모 가운데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지만 취업이 어렵고 갑작스런 임신과 출산으로 교육 기회 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회 진출이 막혀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 씨는 약간의 교육으로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세탁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클린마미라는 이름의 사회적 기업을 통해 미혼모의 자활을 도울 계획이다.

미혼모의 취업을 우선 해결하고, 추후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미혼모들의 교육도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클린마미를 거쳐간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사회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다.

클린마미는 헬스장이나 목욕탕에서 나온 단체 세탁물을 주로 맡을 계획이다. 지역의 뜻있는 몇 곳과 순조롭게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

곧 개점을 앞둔 김 씨의 세탁공장에는 벌써부터 멀리 지방에 있는 미혼모들이 취업 문의를 하고 있을 정도다.

좋은 징조일까? 김씨의 클린마미는 최근 그 사업성과 진정성을 인정받아 대기업인 효성그룹의 전격적인 지원도 한동안 받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벽이 곳곳에 있다. 당장 미혼모로 운영되는 세탁공장을 하겠다고 했더니 마땅한 사무실 임대도 어려웠다.

김씨는 "주변에서 다 말려요. 돈도 제대로 못 벌 것이라고 해요. 그러나 문제가 생기면 모두 책임질 각오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야 세상이 바뀌는 것 아닐까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