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담백한 '섬속의 섬' 內島

새색시 수줍은 미소처럼 때묻지 않고 청초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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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거제 해금강으로 가는 뱃길에 있는 작은 섬인 '내도(內島)'로 잡았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를 잇는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내도를 찾아 떠나는 길은 예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부산까지는 3시간 30분이면 닿는다.

부산역에서 거제도까지도 거가대교 덕분에 넉넉잡고 1시간 30분이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다.

내도는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선착장에서 하루 4회 운항하는 도선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다.

■'쌀밥'처럼 소박하고 담백한 '내도'

배를 타고 내도로 향했다.

멀리서 본 내도의 모습은 옥빛 바다 위에 살짝 몸을 드러낸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내도의 오른쪽에는 거제의 관광명소로 명성이 자자한 '외도보타니아'가 자리하고 있다.

내도는 약 1.8km 떨어진 외도(外島)와 쌍을 이루는 섬이다. 해안선의 길이는 3.24km로 2.3km인 외도에 비해 길다. 면적도 외도의 두 배에 이른다.

배를 타고 10여 분만에 내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서너 명 눈에 띄었다.

섬의 가운데 부분을 따라 위쪽으로 10여 가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외도가 '초콜릿'처럼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하다면, 내도는 '쌀밥'처럼 꾸미지 않은 담백함에 마음이 끌린다.

늘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밖섬(외도)와는 달리 안섬(내도)에서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책로 일주를 시작했다. '1시간'이면 넉넉히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내도의 숲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기껏해야 사람 한 명이 지날 수 있는 산책로를 만든 정도다. 그래서 더 이국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20여 분 걷자 바다 건너편 공곶이에 있는 거제 유일의 유인등대인 서이말등대가 보인다.

하얀 등대가 푸른 바다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자태를 뽐냈다.

우리나라에서 일출을 일찍 볼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한 서이말등대 앞바다는 조오련 선수가 대한해협을 횡단할 때 기점으로 삼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 고라니가 뛰노는 걷기 좋은 섬 내도

숲은 식생도 뛰어났다.

동백과 후박나무 등이 상록군림을 이루고 있고, 풍란과 해당화, 해란초, 무궁화도 분포하고 있다. 수령이 300년은 족히 돼 보이는 소나무도 눈에 띄었다.

성인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아야 간신히 나무를 감쌀 수 있었다. 울창한 나무그늘은 한여름의 땡볕을 충분히 가리고도 남았다.

산책로는 기암절벽을 따라 이어졌다. 낮게 날아가는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손에 잡힐 만큼 가깝게 보이는 외도도 녹음으로 푸른빛이 선명하다.

시선을 수평선에 맞추면 아스라이 일본 대마도의 형체도 보인다. 수줍은 듯 사람의 손길을 거부한 채 태곳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내도 숲은 가끔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인기척에 놀란 고라니와 야생염소들이 숲 속에서 불쑥 뛰어나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은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공곶이에서 약 300m 떨어진 내도까지 헤엄쳐 들어온 것들이라고 한다.

다시 선착장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는 소박한 섬마을의 풍경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이 섬에는 현재 모두 15가구가 모여 산다.


주민은 대부분 노인이다. 할머니 한 분이 집 앞에 나와 앉아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본다.

할머니의 얼굴엔 단정하고 소박한 내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을에는 주민이 수령 100년이 훨씬 넘었다고 주장하는 무궁화(백단심) 한 그루도 자라고 있다. 내도의 산길과 해변산책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 시간 동안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산길은 외도에서 느껴지는 번잡함이 없어 좋다.

■"사색하고 명상하는 섬 됐으면"

내도의 주민자치위원장인 최철성(55) 씨는 이 섬에서 가장 젊다.

이 섬에서 태어난 최 씨는 거제도에서 건축설계 일을 하다 10년 전 다시 내도로 들어와 펜션을 운영하며 마을 일을 맡고 있다.

"내도는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우리나라 10대 명품 섬'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에는 환경부로부터 '국립공원 명품 마을'로 뽑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마을 주민은 섬으로 무작정 돈과 사람이 몰려드는 그런 상황은 원치 않아요. 내도는 세상의 때에 찌든 이들에게 조용히 걸으면서 사색하고 명상하기 좋은 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내도는 우리가 흔히 관광명소에서 기대하는 화려한 볼거리와 맛난 먹을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없었기에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고, 내도 만의 독특한 소박함을 지켜낼 수 있었다.

내도는 섬 속의 섬이다. 그곳에서는 바다와 구름, 나무, 꽃, 새, 그리고 별과 같은 자연에 흠뻑 빠져 스스로 삶을 한 번 되돌아보는 것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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