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문화회관의 추락한 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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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

대관 비리 때문에 지난 4일 검찰 압수수색을 당하더니 19일에는 공연사업 본부장이 구속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30여 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건이 터지자 곧바로 사직한 최모 본부장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세종문화회관 공연장을 빌려주겠다며 공연기획업자 임모(41)씨로부터 4차례 42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최 전 본부장은 금품을 받은 뒤 대관 실무자에게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 대해 대관료를 받지 않는 기획대관을 해줄 것을 부탁해 대관이 성사되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형 공연장이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세종문화회관처럼 공신력이 높으면서도 3000석이 넘는 엄청난 좌석 수를 보유하고 있는 극장은 당첨된 로또와 같은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대관료를 내걸고 있으니, 높은 관객 선호도와 지명도, 공연 검증에 대한 신뢰에 제작비 절감 효과 등으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예술의전당도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일은 단순한 개인의 비리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니다.

공공 대형 공연장 대관을 둘러싸고 공연계 안팎에서는 대관 편의의 대가가 당연한 일로 치부되고 있다.

민주당의 장정숙 의원은 "기획사로부터 돈을 받아 대관 편의를 봐주고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뒷돈을 대주는 악순환의 반복"이라며 세종문화회관 비리에 서울시 공무원까지 연루되었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 불어 닥친 민영화 바람에서 문제의 시작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박동호 사장 역시 CJ엔터테인먼트, CJ 푸드빌 대표 등을 지낸 예술적 안목의 기업CEO 출신으로 취임당시에는 공연사업과 외식업을 두루 경험한 세종문화회관의 구세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공공의 자산으로 만든 극장을 수익을 내야 한다며 기업 CEO들에게 맡겨 놓으니 편법을 피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대관을 승인하면서 규정에 정해진 마감일 이후에 계약금을 납부한 두 기획사의 편의를 봐준 의혹도 받고 있다.

예술은 장사가 아니다.

대관 역시 장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모든 가치와 기준을 돈 되느냐 아니냐로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공공 극장을 괴롭히는 가장 무서운 기준이 바로 회수율과 적자라는 말이다.이런 기준이 과연 문화복지의 중심인 공공 극장에 어울리는 것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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