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없는데' 자꾸 늘어나는 박물관 '골머리'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박물관·미술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일부 시·군이나 개인이 건립한 박물관·미술관의 경우, 관람객이 저조하거나 영세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으로만 수십억 원의 혈세가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지역에 등록된 박물관·미술관은 국·공·사립과 대학 등 모두 120곳이다.

도내에 모두 31개 시·군이 있음을 감안하면 한 시·군당 박물관·미술관이 4개씩 있는 셈으로, 도는 이 곳에 모두 2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30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수원박물관'.

지하 1층에 지상 2층, 연면적 6천723㎡로 경기도내 자치단체가 건립, 운영 중인 박물관 중 가장 크지만 관람객은 10명 남짓일 뿐이었다.

2km내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수원화성박물관'(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5천635㎡)도 시원하게 작동시킨 에어컨 바람이 춥게 느껴질 정도로 관람객이 적었다.


두 박물관은 각각 243억 원과 590억 원의 건립비가 소요된 '럭셔리' 박물관으로, 수원지역 풍경과 장터 등의 역사,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조선임금 정조의 생애 등을 전시하고 있다.

김미옥(39·주부) 씨는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 두 곳을 모두 관람했는데 전시물이 별로 없어 놀랐다"며 "수원에 사니 오는거지 타 지역에 살면 찾아서 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특히 수원시는 이들 박물관으로부터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년 말까지 10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3천400㎡ 역사박물관을 건립할 예정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민 박 모씨는 "요즘 자치단체장들이 너도나도 박물관 짓기에 열을 올리는 것 같은데 인근 거리에 수원의 역사를 알리는 박물관이 2개나 있는데 또 지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역사박물관은 광교신도시 개발시 출토된 유물 등을 보관할 박물관을 건립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루 평균 300명이 찾는 화성박물관에 비해 수원박물관은 접근성이 안좋아 관람객이 절반에 그치고 있는데 관람객을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협의회를 통해 운영하는 경기도 박물관도 2008년 이후 매년 관람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최재백(민·시흥3)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 박물관의 관람객은 2008년 39만951명에서 2009년 34만3천826명으로, 2010년에는 28만2천11명으로 줄었다.

특히 경기도의 대표성을 지닌 이 곳 박물관의 외국인 관광객 역시 2008년 1천136명에서 2009년 985명, 2010년 694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에도 경기도에는 연평균 박물관·미술관이 10개씩 늘고 있다.

이에따라, 도는 자체 지원만으로는 힘들다며 올해부터는 시·군도 금액을 부담하는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갔다.

도 관계자는 "사립 박물관의 경우 관람객이나 전시 프로그램 수준이 떨어지는 면이 있어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하지만 그 수가 점차 늘어 경기도 예산만으로는 힘들어 각 시·군에서도 좀더 관심을 가지라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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