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금연법도 제정을” VS “흡연자를 범죄자 취급”

‘광장 흡연’ 과태료 이후 흡연-비흡연자 갈등 심화

#1.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을 이용하는 임산부 박모(여·29)씨는 출퇴근길이 고역이다. 지하철 입구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 대는 흡연자들 사이를 지나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하철 입구에서 담배 연기를 어쩔 수 없이 맡으면 불쾌하기도 하지만 배 속 아이에게 혹시나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길거리에서도 흡연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사는 김모(30·회사원)씨는 최근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PC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옆 사람에게 담뱃불을 꺼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못 들은 척 게임에 열중했고 A씨가 직원을 부르자 오히려 언성을 높여 주먹다짐까지 벌어질 뻔했다.

서울시내 주요 광장들에서 흡연할 경우 1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며 흡연 공간이 줄어들자 대로상이나 공공장소 등지에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구청 등 관련 기관에는 흡연 혹은 금연과 관련한 시정 요청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층 금연 건물이 많은 종로구나 중구, 강남 등지에선 이 같은 민원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은 주로 길거리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연 건물이 늘어나면서 많은 흡연자들이 건물 현관까지 나와야 담배를 피울 수 있지만 이들의 흡연으로 건물 입구나 거리 등을 지나는 비흡연자들이 간접 흡연을 감내해야 되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들은 건강권을 내세워 더욱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김은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일본에서는 2001년 길거리 흡연자의 담뱃불에 길을 가던 어린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해 대도시에서 길거리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며 “임산부나 노인, 호흡기 환자 등에게 타인의 흡연은 건강상의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거리 흡연 등에 대한 강한 단속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흡연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모(36·회사원)씨는 “얼마 전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는데 단속하는 공무원들이 고압적인 자세로 마치 전과자를 대하듯 했다”며 “금연이 확대돼야 하는 것은 알겠지만 담배를 피울 권리도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화일보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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