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휴업을 통해 반값 등록금 지지세를 확산시키려던 대학생들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고려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4개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동맹휴업 찬반 투표를 벌였지만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지난 9일 밤 11시 기준으로 투표 인원 1만6,000명 가운데 3,500여명만이 투표함에 표를 넣었고 서강대는 역시 8,000여명 가운데 1,700여명만이 투표소를 찾아 투표율이 20%를 겨우 넘겼다. 이화여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고 그나마 숙명여대는 40%가량 투표가 이뤄졌다.
이들 학교 총학생회는 투표율이 저조하자 당초 예정됐던 마감시간을 연장해 일부 대학에서는 동맹휴업 예정일인 10일가지 투표를 계속하기로 했다.
등록금 부담 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센 가운데 동맹휴업을 추진했음에도 당사자인 대학생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취업난에 내몰린 대학생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보인다.
특히 촛불집회가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기간이 기말고사와 겹쳐 있는 점도 동맹휴학이라는 거창한 구호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요소가 돼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고려대 임상병리학과 3학년 최모(25)씨는 "좋은 취지는 알겠지만 나는 집에서 등록금을 내 주니 취업이 더 큰 문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같은 학교 국어교육과 4학년 정모(25)씨는 "학생이 본분을 잊고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집회에 나가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들이 개인화되고 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내일이 아니면 신경쓰지 않는다'는 자세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틀 동안 보여준 투표율이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총학생회장 선거철 때 너무나 투표율이 저조해 몇 번이고 재투표를 하며 겨우 선출하는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하면 적은 투표율이나마 대학생들이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동맹휴업 무산과는 상관없이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6·10 민주화운동 24주년을 맞는 10일 최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생연합과 등록금넷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날 집회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야4당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동참한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촛불 대열에 합류하기로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이 최대 2~3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경찰은 2~3천명이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해 집회 규모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러나 적은 수의 집회라도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정권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을 2008년 촛불집회를 통해 얻은 경찰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값 등록금 시위에 대처하는 총책임자인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불법시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하지만 대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의 강경 입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를 강행하기로 해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