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준설로 물 없어 모내기 못해"…농민들 아우성

경남 함안군 대부분의 논 바짝 말라 있어 …수공, '일시적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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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때문에 농지 침수가 현실로 나타난 데 이어 이제는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앞두고 농민들이 "물이 없다"며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농민들은 "4대강 공사 준설로 강 수위가 낮아져 양수시설을 가동 못하기 때문"이라며 답답해했다.

◈ "농사 좀 짓게 제발 물좀 주소"…농민들 하소연

8일 4대강 사업 가운데 함안보 공사 현장과 2Km 남짓 떨어진 경남 함안군 대산면 장포 들녘.

장포 들녘 옆에는 큰 제방을 끼고 남강이 흐르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모내기철을 앞둔 5월 중순쯤 되면 남강 물을 끌어다 논에 물을 채우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의 논은 바람이 불면 흙이 날릴 정도로 바짝 말라 있다.

남강에서 물을 끌어올려 장포 들녘 99만㎡에 공급하는 장포양수장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양수장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강 수위가 어느 정도 유지돼야 하지만 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 공급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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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대산 들녘 330만㎡ 물을 공급하는 구혜양수장은 형편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가동률이 20%도 못 미쳐 물 부족 현상은 심각하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4대강 공사 현장을 찾아가 항의해 보기도 했지만 속 시원한 답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장포마을 주민 조경재(50) 씨는 "지금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물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바짝 말라 있는 농수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조 씨는 "지금은 논 일부에서 물이 없어 난리지만, 시설하우스 철거하고 본격적인 모내기에 들어가야 할 6월 중순에도 물이 부족하면 물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4대강 공사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양수장에 물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두이(59.여) 씨도 속이 바짝 타 들어가고 있다. 시설하우스를 일찍 끝내고 지금 당장 모내기를 해야 하지만 일손을 놓고 있다.


조 씨는 "하우스 철거하고 물을 넣어야 하는데 물이 없어 큰 일이다"며 "농수로에 물이 바짝 마르다 보니 지하수를 파서 물을 퍼 올리지만 이마저도 물이 부족해 감당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김종환(62) 씨도 "모내기 시기를 놓쳐 버리면 병충해가 심해 벼가 자라질 못한다"며 "임시로 물을 준다해도 물 공급이 계속해서 원활하지 않으면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걱정했다.

김 씨는 "심하게 가뭄이 들지 않고서는 논에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한 적이 없었다"며 "함안보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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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공, "4대강 준설 영향 맞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

한국농어촌공사 함안지사에 따르면 현재 장포 들녘 20ha 정도가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장포 들녘은 10% 정도의 면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시설하우스를 끝낸 뒤 벼 농사를 한다.

6월 중하순쯤 되면 시설하우스를 끝내고 본격적인 모내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까지도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된다면 농업용수 대란이 올 수도 있다는 게 농민들의 말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장포 지역에 물이 없어 모내기를 못하는 지역이 있다"며 "시설하우스가 끝나는 시기까지 모내기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함께 방문한 함안보피해주민대책위원회 조현기 위원장은 "가뭄이 심한 것도 아닌데다 최근에 비도 내려 수량이 충분해야 하지만 낙동강 본류 강 준설로 남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이 부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지금은 물이 부족해 난리지만, 함안보 공사가 완료되면 제방 옆에 있는 논이 강 수위보다 낮아 인근 의령 성산마을처럼 침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장포 양수장에는 비상펌프를 가동해 이단 양수를 하고, 구혜 양수장에는 임시 물막이를 설치해 취수 수심을 확보하고 있다"며 "영농활동에 문제없도록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4대강 준설로 인해 치수 장애가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 공사가 마무리되면 내년 영농철에는 이같은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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