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대표팀, 매해 반복되는 '국제 룰'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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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프로 룰이랑 헷갈려 한다고"

25일 오후 태릉선수촌 내 다목적체육관에서 남자농구 대표팀의 첫 연습경기가 열렸다.


다음 달 동아시아선수권 대회 출전차 지난 16일 태릉선수촌에 집결한 대표팀. 경희대와 연세대에서 뛰고있는 센터 김종규와 김승원 등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학리그를 마치고 24일 합류하면서 선수 전원이 모인 지 이틀만에 평가전을 치른 것이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선수들이 숙지한 공격 패턴도 이제 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연습경기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었다. 프로농구와는 다른 국제대회 농구 룰 적응에 있어 실전만큼 좋은 학습도 없다.

프로농구에서 통용되는 룰은 국제 룰과 조금 다르다. 먼저 지역방어를 전면 허용하는 FIBA 룰에는 프로농구와는 달리 수비자 3초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시쳇말로 페인트존 안에서 집을 짓고 버텨도 괜찮다. 또한 국제대회에서는 트래블링 규정이 보다 엄격히 적용된다. 프로에서는 다소 완화된 트래블링 규정이 적용되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오후 3시30분, 국군체육부대(상무)와의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초반, 올해 상무에 입대한 기승호가 오버가드를 시도하는 강병현의 뒤에서 패스를 받았고 아무런 도움수비도 없는 페인트존 안에서 쉽게 슛을 성공시켰다. 이 장면을 지켜본 허재 감독은 곧바로 작전타임을 불렀다.

허재 감독은 이승준을 세워놓고 "우리 수비가 오버가드를 하면 어떻게 해야돼. 빅맨은 페인트존 안에 들어와있어야지. 너 지금 프로 룰이랑 헷갈려 한다고. 들어와있어도 돼"고 말했다. 이승준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듯 멋적게 웃었다.

프로에서는 자신이 막아야 하는 공격수가 페인트존 안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비수가 3초 이상 페인트존에 머물 수 없다. 여기에 익숙해진 국내 프로 선수들 특히 장신선수들이 당장 머리 속에서 수비자 3초룰을 지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습경기가 끝난 뒤 한 심판이 허재 감독을 찾아왔다. 경기 소감을 전하면서 "이승준이 오늘 트래블링을 많이 의식했는지 플레이가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곧바로 이승준에게 확인해본 결과 그는 "맞다. 솔직히 의식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준은 처음 국가대표로 뽑혀 훈련을 시작한 지난 해 이맘 때를 떠올리며 "그때 프로농구와는 다를 룰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7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지훈련에 다녀온 후에야 적응이 됐다. 이번에는 빨리 적응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그래도 지난 해 고생했던 기억과 경험이 있어 올해는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갖고 있었다.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들은 이날 트래블링을 엄격히 적용했다. 국가대표든 상무 선수든 너나 할 것없이 트래블링을 지적하는 끊임없는 휘슬에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일종의 잘못된 습관 길들이기다.

예를 들어 축발 반대 방향으로 돌파할 때는 드리블이 먼저 치고나서 축발이 코트에서 떨어져야 하는데, 프로에서는 순서가 바뀌더라도 동시에 가까운 타이밍이라 판단되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최교윤 국제농구 심판은 "국제대회 규정은 매우 까다롭다. 또 수비수는 공격수의 축발을 보고 예측 수비를 하는만큼 정확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 룰 적응 문제는 프로농구 출범 이래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겪어왔던 부분이다. 대회가 개막할 때쯤 되면 대부분 적응을 마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국제대회 룰을 숙지한다면 조직력을 갖추고 실수를 줄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한 대표팀의 첫 걸음마는 이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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