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800만시대…도둑도 늘고 수법도 다양

경찰 수사는 '모래밭에서 바늘찾기' 뒷짐만

자전거 800만 시대, 고유가에 날씨까지 풀리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이 늘고 있지만, 자전거 절도 또한 해마다 증가추세다.

눈 깜짝할 새 훔쳐가거나 아예 자물쇠가 채워진 자전거를 통째로 들고 가는 등 절도 수법도 더욱 다양.대범해지고 있다.

2년째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김정열(35.가명)씨. 지난 3월 여느 때처럼 출근을 위해 아파트 앞 자전거 보관대를 찾은 김 씨는 자전거가 사라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퀴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범인은 자물쇠 채 자전거를 통째로 들고 사라졌다.

50만 원에 달하는 자전거 비용도 문제였지만 2년 동안 출.퇴근길의 발이 되었던 자전거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렸다는 게 허탈했다.

김 씨는 즉각 경찰에 신고하고 인터넷에 사진도 올렸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자전거는 감감 무소식이다.


김 씨는 "경찰서에 신고는 했지만 잡긴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자전거는 자동차와 달리 번호 등으로 추적할 수 없어 되찾기 쉽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하철역 앞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를 보관했던 한상희(24)씨도 자물쇠를 채워놓고도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지난 18일 경기도 광명 철산역 자전거보관대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와보니 자전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자물쇠만 남겨져 있었던 것.

한 씨는 "바퀴를 강하게 내리쳐 본체와 분리한 뒤 가져간 것 같다"며 "이런 경우를 주위에서 듣긴 했지만 막상 당해보니 다시 자전거를 사는 것이 겁이 난다"고 말했다.



◈ 자전거 주인들 '나홀로 절도범 찾기'…왜?

회원수 40여만 명의 대표적인 자전거 온라인 커뮤니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는 하루에 많게는 수십건의 자전거 절도 피해글이 올라오고 있다.

현관문이 열린 틈을 타 집 안에 보관 중이던 자전거를 도난당한 사연부터 자신과 아들의 자전거를 합해 모두 7대의 자전거를 도난당했다는 사연들이 게시판을 가득 메운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오토바이와 자전거 등 이륜차 절도 피해 발생건수는 2009년 1만6천805건에서 2010년 1만9천801건으로 3천여건이 증가했다.

자전거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려 회원들끼리 잃어버린 물품을 수소문하거나 장물로 보이는 자전거를 제보해 찾기도 한다. 현상금을 내건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다수의 자전거족이 '나홀로 수사'를 하는 이유는 경찰에 신고해도 범인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

자전거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고유 번호가 없어 행방을 찾기 쉽지 않은데다 경찰도 자전거 절도를 흔한 범죄로 치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 본인 예방만이 최선

지난달 23일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자신의 자전거 가게에서 600만 원 상당의 자전거 1대를 도난당한 정문기(59) 씨는 지지부진한 경찰 수사에 답답하기만 하다.

범인 얼굴이 찍힌 CCTV까지 증거 자료로 제출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는 답보상태다.

경찰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지난 18일 동일 인물로 보이는 절도범이 또다시 가게에서 자전거를 훔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정 씨는 "아침에 뜯겨진 문을 확인하고 떨리는 마음에 112에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며 "범인이 버린 담배꽁초도 있었지만 DNA 검사는 지문 감식보다 더 복잡하다면서 외면했다"고 말했다.

자전거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자전거를 도난당해서 경찰서에 갔는데 경찰도 본인 것을 누가 가져갔지만 찾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며 "자전거 사진과 자전거 번호, 사진 등을 USB에 담아갔는데 보지도 않고 나가라고 눈치만 주더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형사 개인당 맡은 사건이 많은 상황이고 민원인만도 30~40명이나 된다"며 "최대한 사정 봐가면서 수사를 하고 있지만 늦춰지는 부분이 있고 사실 자전거 절도범을 찾는 일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은 "자전거 도난을 막기 위해선 본인의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이라며 구입처와 자전거 모델 번호를 저장해 둘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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