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홍수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해 '화장품 경찰관' 폴라 비가운의 충고는 따끔했다.
미국의 유명 뷰티칼럼니스트이자 <푸른 아이섀도를 금하라>, <오리지널 뷰티바이블>,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 등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 화장품 브랜드 폴라초이스의 CEO인 폴라 비가운이 <오리지널 뷰티바이블> 3차 개정판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했다.
피부와 화장품에 관한 ‘솔직한 정보통’으로 알려진 폴라 비가운은 1978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화장품 업계에 발을 들여놨다. 당시 그는 피부에 문제를 일으키는 일부 화장품 브랜드의 판매원들이 거짓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화장품 산업의 ‘성역’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그는 이와 관련한 글쓰기와 연구를 거듭해오면서 90년대 중반 직접 자신만의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화장품 소비가 극에 달하고, 피부가 미의 기준이 되고 있는 시대에 '화장품 경찰관'은 어떤 화두로 쓴소리를 자청하고 있는지 지난 9일 서울 한남동에서 직접 그녀를 만나 물어봤다.
'화장품 소비대국'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평균 10여 종 이상의 스킨케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흔히 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스킨케어 세트 상품만 봐도 기본 10종 안팎의 구성은 기본이다. 과연 이렇게 많은 화장품들이 모두 피부에 획기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 일까. 폴라 비가운은 “이렇게나 많은 화장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미친 일”이라고 단언했다.
“많은 여성들이 화장품 때문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광고 때문에, 연예인들이 쓴다고 해서, 혹은 쓰던 제품이 실망스러워서 다시 새제품을 사는 등 다양한 이유로 계속 화장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그 제품들이 큰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좋은 화장품만 쓰면 좋겠으나 스킨케어에 효과가 없는 나쁜 제품에 예산을 쓰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폴라 비가운은 경제적인 홈 스킨케어 단계에 필요한 화장품은 5-6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화장품 판매원들이 ‘필요하다’라고 권유하는 제품들을 모두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는 낮과 밤 스킨케어는 달라야 하는데 최소 3가지는 필수로 사용하고, 최대 5-6가지 정도만 사용하길 권했다.
“만약에 로션이나 크림이 성분배합이 잘 돼있다면, 굳이 여러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피부타입에 맞게 제작된 제품이라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중략)...클렌징, 각질제거제, 선 스크린은 피부 보호와 청결 유지를 위해 필수로 써야하는 제품이다. 이외에 토너, 모이스처라이저, 비비크림을 사용하면서 프라이머나 필러 등의 한 가지 기능성 제품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고 빼도 좋다. 정리하면 6단계 즉, 클렌저-토너-각질제거제(밤에 필수)-모이스처라이저-선스크린-비비크림이나 파운데이션.”
폴라 비가운은 특히 ‘성분 배합이 잘 된’ 제품을 강조한다.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는 전문 용어들을 읽고 화장품을 구매하기란 다소 귀찮은 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각 제품의 카테고리마다 성분배합이 잘됐다는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을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내 책이 수천페이지가 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스킨케어는 복잡하다. 안그랬으면 좋겠는데...광범위하고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성분배합이 잘됐다는 것은 자극이 없고, 순하고, 향이 없고, 색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예컨대, 토너 같은 경우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고, 세포대화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음식 섭취할 때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지 않나. 평소 스킨케어도 마찬가지다. 피부가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성분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 훌륭한 거다.”
화장품에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가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장품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하지만, 화장품 브랜드의 대표로서 안전성 문제에 대해 그는 자신만의 기준이 뚜렷했다. 방부제 사용 논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부제는 우선, 박테리아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방부제 없이는 성분을 배합할 수 없다. 방부제가 제대로 들어있지 않으면 그 제품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예컨대, 양배추를 샀다고 하자. 냉장고에서 얼마나 보관이 가능한가? 방부제는 ‘성분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문제는 함량이다. 한 잔의 물은 몸에 이롭다. 하지만 바다에 있는 모든 물을 섭취하면 아마 나는 죽게 될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은 어떻게 그것을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식물 성분도 (피부에) 나쁜 것이 있고, 합성 성분·화학성분도 나쁜 게 있다. 함량, 즉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문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안’을 향한 여성들의 열망은 여전하다. 문제는 자칫 이러한 열망이 왜곡돼 지나친 화장품 소비나, 성형 혹은 피부과 시술의 과잉 현상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시술이나 화장품 사용이 반드시 ‘젊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화장품이나 어떤 시술이 확실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했을때 ‘정말 그럴까요’라는 의문을 먼저 한다. 성형이나 시술은 모두 효과가 확실한 편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고 위험도 따른다. 화장품이나 성형, 피부과 시술은 각각 기능이 다 다르다. 피부과 시술이나 성형은 그 기능에 대한 효과가 있는 것이지 반드시 그것이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성형이나 피부과 시술은 본인에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뭐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화장품 낭비에 대해서는 ‘차라리 그 돈을 저축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화장품, 패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진짜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 화장품에 대한 솔직한 시선으로 30여 년간 ‘마이 웨이’를 걸어왔던 폴라 비가운은 진짜 아름다움을 '나'로부터 찾았다.
“진짜 아름다움은 자기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자신감이 없고, 지혜, 커리어, 독립심, 열정, 도전이 없으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모두 성취해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