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SOFA 규정에도 없어… 당국선 불이익 눈감아
경기 평택시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이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40여곳에 대해 사실상의 ‘단속권과 처벌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측은 보건·위생·치안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특히 권총으로 무장한 미군 헌병들은 업소를 출입하면서 종업원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미군 측은 업소에 대한 단속을 토대로 사실상의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출입금지(OFF LIMITS)’ 조치를 무차별로 내리고 있다. 업소들은 “지난 5년간 40여곳의 업소 가운데 33곳이 출입금지나 경고 조치를 당했다”고 밝혔다.
◇ “권총 찬 미군 헌병이 드나들며 단속” = 이 같은 사실은 1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평택 미 공군 ○○부대 사령관이 부대 주변 외국인유흥업소 업주 최모씨에게 보낸 공문’에서 밝혀졌다. 이 공문에 따르면 미군 측은 2009년 6월부터 지난 1월21일까지 두 번에 걸쳐 이 업소에 미군 병사의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문제의 업소가 성매매의 가능성이 있는 ‘바파인(미군에게 술을 얻어먹는 여종업원)’들을 허용했고, E-6(연예인) 비자 소지자들을 고용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미군 측은 이 문서에서 “순찰 헌병이 (외국인 여성 종업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상황을 고려해본 결과 필리핀 여성을 종업원으로 고용하지 않도록 한 합의사항을 어겼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무기한’ 출입금지 조치를 내린 이유를 밝혔다.
이 업소뿐만 아니다. 평택참여자치연대와 한국외국인관광협회 송탄지부 등에 따르면 미군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미군전용 업소 40여곳 가운데 33곳에 대해 ‘출입금지’ 조치를 했다. 미군 측은 1992년 평택시와 맺은 일종의 협정에 따라 업소들을 임의로 통제했다가 2005년 ‘출입금지’의 근거가 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자(경향신문 2005년 3월31일자 1면 보도) 폐기한 바 있다.
◇ SOFA에도 없는 규정 = 하지만 이후에도 미군은 부대 주변 업소에 대해 구두로 규정과 지침을 통보하고 권총으로 무장한 헌병을 보내 순찰하는 방법으로 단속과 처벌을 병행하고 있다.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도 없는 불합리한 규정을 만들어 임의로 사실상의 단속권을 행사해온 것이다.
업소들은 “외국인만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업소 입장에서 ‘출입금지’는 영업정지와 같은 처벌”이라면서 “다른 500여곳의 업소도 미군이 출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는 곳들”이라고 항변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평택시는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업소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조차 챙기지 않고 있다. 한·미 양국 간 분쟁 해소 차원에서 만들어 평택시장과 미군부대 사령관이 공동대표로 있는 ‘평택 한·미협력협의회’도 있으나마나다.
한편 평택참여자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2일 미 공군 ○○부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소 출입금지 폐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경향신문 최인진 기자/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