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건 관련 경찰관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고 당사자도 적극 부인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하급자가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대처를 적절하게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난우파출소 소속 전 모(58) 경위를 3일 다른 지구대로 전보조치했다.
서울지방경찰청도 전 경위가 근무 지침을 위반했는지 등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전 경위는 지난 1일 저녁 6시 50분쯤 서울 관악구 난향동 난우파출소에서 술에 취한 장 모(41)씨가 흉기를 들고 난입했을 당시 하급자인 허 모(40) 경장을 돕지 않고 도망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건 당시 장씨는 일터인 건설현장에서 해고된 데 분을 품고 술을 마신 뒤 인근 김밥가게로 가 흉기를 들고 나온 상태였다.
허 경장이 유인해 일단 파출소 안으로 뒤따라 들어온 장씨는 흉기를 휘두르며 두 경찰관을 위협하고, 허 모(40) 경장은 의자로 방어하는 과정에서 왼팔에 길이 6~7㎝의 상처를 두 군데 입었다.
전 모 경위는 오른쪽 손 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문제는 이렇듯 급박했던 상황에서 CCTV에 찍힌 전 경위의 모습이 부하 직원에게 상황을 일임하고 구석에 떨어져 방관하다 도망친 것처럼 비쳤다는 점이다.
흉기를 휘두르는 장씨를 허 경장 혼자 막았고 전 경위는 도망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경찰관들은 "전 경위가 도망치치 않았던 건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전 경위 역시 "장씨를 제압할 만한 큰 몽둥이를 구하려고 사건 현장을 벗어났다"고 해명하고 있다.
관악경찰서와 난우파출소 관계자에 따르면 파출소를 빠져 나온 전 경위는 파출소 뒷편으로 가 제압할 만한 도구를 찾아봤지만 마땅한 도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앞문 쪽으로 와 가로수 지지 받침대를 뽑으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확실히 박혀 있어 실패했다.
전 경위가 받침대를 뽑으려 하는 사이 길 가던 시민들이 합세했고, 도구를 구하지 못한 전 경위는 이내 허 경장과 시민들 속에 들어가 장씨 제지를 도왔다.
장씨로부터 흉기를 뺏은 뒤, 전 경위와 허 경장은 순찰차에 흉기를 가져다놓고 출동한 경찰관 2명과 함께 장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전 경위가 받침대를 뽑으려고 하는 모습이나 합세한 모습 등 모든 과정은 CCTV가 향하고 있던 방향과 달라 찍히지 않았다.
더욱이 경찰관들이 필수적으로 착용하고 있어야 할 삼단봉과 가스총도 전 경위와 허 경장 둘 다 착용하고 있었지만 경찰관 복장에 가려 CCTV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동료들의 주장이다.
전 경위는 경찰조사에서 "경황이 없어 이를 사용하지 못했고, 삼단봉도 흉기의 길이와 비슷해 길이가 긴 도구를 구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전보 조치된 경위에 대해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팀장으로서 현장을 장악하지 못했고 팀원이 많이 다친 데 따른 책임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급자가 흉기를 든 괴한과 맞서는 사이 상관은 몸을 피한 데 따른 문책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