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구리 자창은 본인이 찌른 흔적'
경찰은 김 씨가 십자가에 매달린 형태의 괴이한 형상으로 숨진 채 발견됐지만 시신 부검결과 충분히 스스로도 할 수 있는 모습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찰은 일단 국과수로부터 김 씨의 오른쪽 옆구리에 난 자창 흔적은 각도와 방향상 스스로 흉기로 찌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1차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또 손과 발에 박힌 못의 모양새가 서로 다른 점도 자살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발에 박힌 못에는 못머리가 있는 반면, 손바닥을 박은 못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가 못머리가 있는 못으로 발등을 먼저 박은 뒤, 십자가에 미리 박아놓은 다른 못에 손을 집어 넣었다는 말이다.
현장에는 김 씨가 손에 구멍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전동 드릴도 발견됐다.
무엇보다 십자가 설계도면과 십자가에 매달리는 방법을 상세하게 적어놓은 김씨 자필 메모지도 자살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타살이라면 칼과 드릴 등 범구로 추정되는 물건이 현장에 그대로 보존될 가능성이 극히 적다고 보고 있다.
◈ '김 씨는 특정 종교에 심취했었다'
경찰은 김 씨가 1990년대 이혼한 뒤 지금껏 가족과 떨어져 혼자생활해 왔던 만큼 김 씨의 생전 행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주변인물 등을 통해 김 씨가 기독교와 관련한 종교에 심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초 새차량을 출고하기 위해 만난 김 씨 동생으로부터 "형이 예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동생은 경찰에서 "교회에 다니지 않던 형이 교회에 꼭 나가라", "하늘나라에 가면 편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김 씨는 동생에게 조만간 경북 문경으로 떠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지난 4월 24일 예수 부활주일을 전후해 문경에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창원에 거주하는 김 씨가 문경의 폐채석장을 찾은 곳도 이곳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골고다 언덕과 유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하고 있다.
◈ '폐채석장 방문이 처음 아니다'
경찰은 김 씨가 2년 전쯤에도 문경 폐채석장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신 최초 발견자인 양봉업자 주 모(53) 씨가 운영하는 종교 관련 카페에 김 씨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2년 전쯤 김 씨가 주 씨를 만나러 이곳을 찾았다는 것이다.
주 씨는 경찰에서 "김 씨가 카페운영자인 나를 찾아와 종교와 관련한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들을 볼 때 김 씨가 스스로 십자가 형틀에 매달려 숨졌을 가능성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타살과 자살방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