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학교교육에서는 수동태를 쓸 경우 능동태에서의 주어가 ''by'' 뒤에 붙는 것을 묻는 문제를 많이 출제해 이런 믿음이 더욱 강해지지만 사실은 수동태와 능동태는 묘하게 전하는 의미에서 차이가 난다.
누군가가 준 브로치를 옷에 달고 출근하니 여직원들이 너무 멋지다고 난리다. 만일 그것을 준 상대가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이고 여직원 중 한 명과 달콤한 관계를 가지려고 한다면 "이거 옛날 여자친구가 주었습니다"라고 말하면 주책이 200%다.
그 때는 "I was given it(어디서 받은 거지)"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사생활을 존중하는 미국에서 이런 사소한 것을 가지고 꼬치꼬치 묻는 사람도 없다.
어디선가 들은 소문인데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들은 소문 내용은 선명하게 기억할 때는 "I heard that~"이 아니라 "I was told that~"이라고 말하면 된다.
누가 나에게 어떤 말을 했는데 그게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뉘앙스가 있고 무엇보다 누구인지 안다고 해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의미도 숨어 있다.
또 무엇을 말하는지 관심을 기울여 들은 것이 아니라 바람 따라 흐르는 소문 같은 것을 들었다는 뜻도 되니 아무도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고 몰아붙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I was told that ~ by 누구"라는 식으로 ''by''까지 붙이면서 출처를 말하지는 않는다. 만일 출처를 말하고 싶으면 복잡하게 수동태를 쓰지 말고 "I heard that ~ from 누구"라고 말하면 된다.
수동태는 주로 주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데 당했다는 책임회피형의 의미가 강하다. 만일 내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혹은 과거에 나와 달콤한 관계를 맺은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고 싶지 않으면 수동태를 쓰는 것이지 함부로 쓰면 아주 소심한 남자로 찍힌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남성으로 보이려면 수동태는 피하는 것이 좋고 이야기해서 손해 볼 일은 수동태를 애용하시기 바란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