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효 "재일 조선학교, 소중한 몽당연필 같은 존재"

지진 피해 입은 센다이 조선학교 지원활동 펼치는 <몽당연필>의 배우 권해효

권해효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4월 18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배우 권해효


▶정관용> 시사자키 2부 문을 열겠습니다. 오늘 2부 초대 손님은 여러분 좋아하시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합니다. 배우 권해효 씨 모셨습니다. 너무나 시원시원하고 천연덕스러운 연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사랑을 보내주시고 계시지요. 그런데 이 권해효 씨, 사회활동도 열심히 펼치고, 진보적인 시민단체 후원행사에도 열심히 참가하는 이른바 소셜테이너로도 유명합니다. 오늘 모신 이유는, 몽당연필이라고 하는 단체를 만들었다고 해요.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재일 조선 학생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자, 재일 조선 학생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저런 활동을 벌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데, 권해효 씨에게 어떤 사연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나갈 것인지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네, 오늘 2부 초대 손님, 배우 권해효 씨, 함께 인사나누지요. 어서 오십시오.

▷권해효> 예,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권해효입니다.

▶정관용> 잘 지내셨어요?

▷권해효> 예, 요즘 뭐 좀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관용> 드라마도?

▷권해효> 예, 요즘 주말드라마 촬영 중이고요, 또 5월부터 방송할 미니시리즈 드라마도 촬영에 들어가서 바쁜 편입니다.

▶정관용> 섭외가 계속 들어오네요, 그래도?

▷권해효> (웃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정관용> 누구처럼 잘리지 않으시고? 비결이 뭡니까? 로비를 잘하시나요, 혹시? (웃음)

▷권해효> (웃음)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은 듭니다. 어떤 일들을 계기로 해서 그동안 내가 그래도 썩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끔이요.

▶정관용> 그러면 섭외 안 들어오는 사람들은 잘못 살았다는 얘깁니까?

▷권해효> (웃음)

▶정관용> 워낙 사람들하고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좋으시고. 그런 등등이 다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권해효> 뭐 그렇게 봐주신다면.

▶정관용> 사회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또 연기 활동도 계속 열심히 하시고, 참 좋습니다.

▷권해효> 고맙습니다.

▶정관용> 오늘 모신 건 몽당연필 때문이에요.

▷권해효> 예.

▶정관용> 만든 지 얼마 안 된 단체이지요?

▷권해효> 예, 그렇습니다. 지난 3월 11일 일보 도호쿠 대지진 이후에 우리 국내에서 많은 시민사회단체, 또 많은 국민들이 일본을 돕겠다고 많은 성금을 모으셨지 않습니까?

▶정관용> 지금도 모으고 있고요.

▷권해효> 예,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그 안에서 우리가 좀 잊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 바로 그게 재일본 조선인, 그 안에서도 그 구성, 그 핵심인 조선학교 피해상황에 대해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요. 그리고 또 이번 기회를 통해서 우리가 지난 65년 동안 많이 모르고, 외면해왔던 조선학교에 대해서 좀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몇몇 문화예술인들이 모여서, 또 그동안 오랫동안 조선학교들과 연관지어왔던 여러 단체들이 함께 해서, 몽당연필이라고 하는, 정확한 명칭은 일본 지진피해 조선학교와 함께 하는 모임입니다. 그래서 몽당연필이라는 이름으로서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정관용> 왜 몽당연필이라고 지었어요?

▷권해효> 몽당연필, 우리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어릴 때, 버릴 수 없는, 아끼는, 또 그리고 몽당연필이 학교를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그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 언어를 지켜가면서 문화를 일본 사회 속에서 지켜온 조선학교의 입장과 처지가 좀 몽당연필과 비슷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정관용> 발음도 좋아요, 몽당연필.

▷권해효> 예. (웃음)

▶정관용> 대중예술인들은 누구누구가 함께 하고 있습니까?

▷권해효> 네, 저희가 이제 공동대표라는 역할로서 가수 안치환 씨와 가수 이지상 씨, 그리고 제가. 사실 동갑내기 친구들입니다. 그런데 셋 다 오랫동안 재일본 조선학교와 늘 연관 지어서 자주 방문도 했었고, 그런 사이여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야, 함께 이런 모임을 추진해보자, 했고요. 거기에 많은 분들이 또 너무나 흔쾌히 도와주셔서, 지금 여러 가지 후원 계획을 세워가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출발이 이제 매달 정해진 날짜에, 매달 저희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공연은 4월 27일인데, 27일 수요일, 저희는 몽당연필 제 1교시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첫 공연이 시작되는데, 그 첫 공연에 정말 좋은 분들,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시는데요.

▶정관용> 어떤 분들 나오십니까?

▷권해효> 먼저 가수 강산에 씨와 그 밴드, 그리고 요즘 일본과 국내 재즈 무대에서 가장 성과를 높이고 있는 윈터플레이, 이주한 씨를 비롯한 윈터플레이, 그런가 하면 강허달림, 안치환, 이지상, 그리고 배우 겸 가수인 김민종 씨까지. 첫 무대가 좀 화려합니다.

▶정관용> 권해효 씨는 사회?

▷권해효> 아, 저는 사회도 보고, 이야기 쇼처럼 진행될 겁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4월 27일이 1교시이고, 그리고 매월?

▷권해효> 매월 셋째 주, 수요일 같은 공간에서 이제 진행될 겁니다.

▶정관용> 어디에서 합니까?

▷권해효> 웰컴 시어터라고요, 동국대학교 건너편에 있습니다.

▶정관용> 웰컴 시어터? 그러면 여기에 입장권 판매수익을?

▷권해효> 예, 전액 보내고요. 사실 입장권은 굉장히.. 굉장히 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겠지만, 2만원 정도에 책정을 했습니다.

▶정관용> 너무 싼데요? 등장하는 가수 면면으로 봤을 때는?

▷권해효> 예, 그렇지요. 그런데 저희가 단순히 이 공연 자체에... 소극장입니다. 한 150석 되는 소극장이라서, 이 공연, 가까이에서 관객과 배우가 만날 수도 있고요. 또 한 가지는 매표 수익도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이 마음을 보태서 또 후원계좌에 돈을 보내주시거든요. 그 분들에게 감사의 표시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마음을 나누고 다시 한 번 격려해서 서로가 또 한 번 감동받고, 그 힘으로 좀 그 일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관용> 머리를 잘 쓰셨네요. 저는 2만원 그래서, 게다가 150석이면 다 팔려봐야 300만원인데, 한 달에 한번 300만원, 이왕 가수들 많이 모이고 그랬으면 조금 비싼 값에 해서 더 많은 돈이.. 이렇게 생각했더니 후원계좌는 또 따로 받으시는군요.

▷권해효> 네, 그럼요. 벌써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이중으로 돈을 받으시는 거지요, 지금?

▷권해효> (웃음) 맞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장기적으로 1년 동안 이 공연이 1차적으로 진행될 텐데요, 매달 정말 멋진 가수, 시인, 또 다양한 뮤지션들, 우리 국악까지 포함해서.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정관용> 그 모든 걸 기획하시는 게 그럼 우리 권해효 씨?

▷권해효> 예, 또 많은 분들이 돕고 있습니다. 영화 우리학교로 유명하신 김명준 감독, 다큐멘터리스트, 영화감독이시고 또 오래 전부터 민족학교, 조선학교를 소개해왔던 안해룡 감독, 뭐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시고요, 예를 들면, 또 많은 시민사회단체 같은 경우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같은 경우도 저희 추진단체로 함께 하고 있고요.

▶정관용> 참 의미 있게 보이는 게, 일본 지진피해를 돕는 다양한 활동들이 있고, 자선콘서트 같은 것들도 여기저기 열리는데, 대부분 일회성이거든요.

▷권해효> 예, 맞습니다.

▶정관용> 그런데 지금 기획하고 계시는 것은 매월 한번씩, 열두 번을 해보자?

▷권해효> 예, 일차 목표입니다.

▶정관용> 그 이후까지도 연장될 수 있는 거잖아요?

▷권해효> 예, 그렇습니다. 사실 안치환 씨나 이지상 씨, 저 역시. 저 같은 경우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2002년도에 처음 조선학교의 학생들을 만났었고요. 2004년도에는 겨울연가, 한류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서 일본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과정에서 보다 좀 가까이에서 재일동포 사회에 대해서 알게 됐고요. 그래서 자주, 그동안 지난 6년 동안 일본에서 조선학교 후원행사들을 쭉 해왔었는데, 이렇게 이제는 국내에서 좀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지속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서, 1차, 2차, 계속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정관용> 그 방금 말씀하신 2002년에 첫 만남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어떻게 이 문제에, 특히 재일학교 문제에 관심 갖게 되었는지를 좀 소개해주시겠어요?

▷권해효> 사실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뭐 조선학교라는 게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은, 정작 일본을 방문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 하면, 우리는 사실 어릴 때부터 이 대한민국, 한반도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사실 제대로 배워본 적이 있을까, 할 때가 있습니다. 정작 일본에 갔더니 바로 이 한반도의 분단이 그대로 일본 사회에 존재하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지난 65년 동안 일본 동포사회에서 구심점이었던 조선학교라는 공간이 있었고요. 그걸 보면서 많은 반성, 그러니까 우리가 외면했던 것들, 모른척했던 것들, 국가가 자기의 국민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방치하고 모른 척 해왔던 세월이거든요. 그런데 단순히 그런 부끄러움보다도 그 학교가 주는 엄청난 기쁨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학교라는 것이, 도대체 학교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하고 싸워서 이기고, 돈 많이 버는 것이 과연 학교가 가르쳐야 될 일인가에 대해서 늘 질문을 하는데, 그 조선학교를 방문했을 때, 바로 그 어떤 작은 답들이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서로가 이 학교를 자기 고향이라고 믿고 있고, 가정의 중심이기도 하고, 사회 공동체 중심이기도 하고, 또 서로를 배려하고, 그 속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모습들이, 단순히 뭐 저희가 그들을 위하는 게 아니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기 때문에 더 널리 알려야겠다, 이런 생각이 앞섰습니다.

▶정관용> 과거에는 재일 조선학교가 조총련계, 이런 식으로 막 이념적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때요?

▷권해효> 지금 현재... 고맙습니다, 그 질문이 정말 고맙습니다. 현재 재일조선학교 구성원의 60%에 가까운 숫자가 대한민국 국적자입니다. 그리고 한 10% 정도는 일본 국적자이고요. 그 외에 나머지 30% 정도가 조선적입니다. 그런데 이 조선적이라는 것이 사실 북쪽의 국적도 아니고요, 해방 이후에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그 일본 땅에 남았던 200만 동포들이 사실은 65년 한일협정 전까지는 다 조선적이었습니다.

▶정관용> 그렇지요.

▷권해효> 그래서 아직까지 그들에게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일종의 무국적자지요. 그분들에게 있어서는 아직까지 해방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조국은 통일된 조국을 원하지...

▶정관용> 그렇지요.

▷권해효>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에서의 조금 너무 철 지난, 혹은 마치 철 지난 유행가같이 전달되고 있는 통일에 대한 논의들, 그런 면에서도 이 조선학교가 주는, 시사해주는 바가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남북문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하고, 또 아무튼 참 타향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또 그러나 고국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몸부림 같은 것도 그 안에서 발견하시고.

▷권해효>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요, 저희가 늘 동북아 평화시대라는 이야기를 10여 년 전부터 해오고 있지 않습니까? 과연 우리가 언젠가 동북아 평화시대가 어떤 식으로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재일조선인 학교의 학생들은 일본 사회 속에서 살면서 일본 말을 하고, 우리 조선말을, 한국말을 하면서 북을 이해하고 남쪽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청년들입니다. 정말 동북아 평화시대에 그 가교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말 훌륭한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점점 그런데 학교가 줄어들고 있지요? 숫자가?

▷권해효> 그렇지요. 46년도에 처음 학교가 만들어진 이후에 5백여 개가 넘고 학생이 7만 명에 달했던 학교들이 현재 전국적으로 약 60여 개의 건물, 초중고로 분할하자면 약 80여 개의 학교로 축소됐습니다.

▶정관용> 하나하나가 또 운영하기 쉽지 않고?

▷권해효> 그렇지요. 현재 일본 정부가 아직까지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는 고교 무상화 정책 같은 것이 도움이 된다면 좀 더 힘을 받겠지요. 하지만 현재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엄청난 돈을 내가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금 공부하고 있는 겁니다.

▶정관용> 이번 지진 때문에 뭐 일본의 학교들, 일본 모든 사람들 다 피해를 받았겠지만, 역시 똑같은 정도로 조선학교도 피해를 받았겠지요?

▷권해효> 예, 그럼요.

▶정관용> 확인해보셨어요? 어떤 피해들이 있는지?

▷권해효> 예, 저희 단체에서 방문도 했고요, 현재 그 도호쿠 센다이 지역하고 후쿠시마 지역 두 군데, 그리고 도쿄도 쪽에 있는 학교들이 피해가 있습니다. 도호쿠 지역은 다행히 지대가 고지대이기 때문에 학교 자체에 쓰나미가 몰려오지는 않았지만, 강한 강진 때문에 학교 벽이 무너지고, 그래서 정상적인 공간에서 수업을 못하고 식당에서 이번에 졸업식을 하고. 그런가 하면 후쿠시마 지역의 학교는 약 25명 학생 중에서 이번에 원전 피해 때문에 일단 피난 갔다가 현재 한 15명 정도만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 가구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난 가 있는 상태이고. 많은 학교들이 크고 작게 피해를 입고 있는데, 그런데 이제 이런 착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화면을 통해서, 그 엄청난 지진해일 피해를 보면서 봤던 것에 비한다면 현재 조선학교가 당한, 학교 자체가 피해 건물의 현황 같은 것들은 굉장히 작은 것에 불과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정관용> 뭐 멀쩡하네요, 이럴 수도 있지만.

▷권해효> 그렇지요. 하지만 그들이 65년 동안 지켜왔던 그 학교가, 다시 근간이 흔들린 일입니다.

▶정관용> 무엇보다 재정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건물에 금 간 거 보수할 돈도 별로 없을 거 아니에요?

▷권해효> 당연합니다. 그리고 또 이번 공연이 저는 무엇보다도, 정말 이 남쪽,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당신들에 대해서 우리는 잊지 않고 있고,

▶정관용>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다?

▷권해효> 예, 그런 메시지가 전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관용> 그러면 이제 꾸준히 후원금 모금을 하시고, 공연 수익 같은 것 합쳐서 그러면 피해본 데들을 직접 정해가지고 지원을 하십니까, 아니면 그쪽에 뭐 그걸 연결해서 지원금을 배분하고 합니까?

▷권해효> 지금까지 조선학교와 관련해서 많은 개별적인 혹은 단체별로 이런 모금하고 있던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좀 통일화시키기 위해서 NPO 법인이라고 해서, 일종의 사회법인입니다. 일본에 있는 “우리학교”라는 법인이 만들어져 있고요, 그 법인을 통해서 전액 기부가 되고, 그것은 일본 조선학교 전체에 골고루, 혹은 피해학교 중심으로 해서 전달되고 있습니다.

▶정관용> 질문 드리고 답변하시는 걸 쭉 들어보니까 몇 년 동안 이쪽 일을 해오셨다고 하는 게 금방 드러나요.

▷권해효> 아, 그렇습니까?

▶정관용> 숫자나 뭐나 줄줄줄 다 외우고 계시고 있군요. 여러 곳에서 이런 선전, 홍보를 많이 하셨을 것 아니에요?

▷권해효> 사실은 이런 공간에 나와서 한 건 이게 처음입니다.

▶정관용> 방송에서는 처음이에요?

▷권해효> 예, 그렇기도 하고 엊그저께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가 첫 번째였던 것 같은데요.

▶정관용> 예, 그래요? 그런데 재일조선인학교 뿐만 아니라 보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모임에도 참여하신 바가 있고, 오사카 한인축제에도 노 개런티로 참가하신 바가 있다, 뭐 이런 자료들이 있더라고요. 특히 일본 쪽에 대해서 특히 관심이 많으신 무슨 이유가 있어요?

▷권해효> 말씀드렸다시피 일본에 자주 방문하게 됐습니다. 겨울연가 덕분에 자주 방문하게 됐는데, 그 과정 속에서 좀 전에 말씀드렸지만, 제가 몰랐던, 우리 현대사가 거기 녹아있고, 그래서 이것에 대해서 관심이 좀 더 많이 생겼던 것이지요. 그리고 정작 이 한반도의 중간에 경계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남과 북 보다도, 일본이라는 공간 속에서는 훨씬 더 뜨겁게 통일, 이런 것이 이야기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좀 부끄럽기도 했고요. 아, 그래서 참 고마운 분들이다, 이런 생각이 많이 앞섰습니다. 함께 하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 역시 힘도 나고요, 그래서 좀 더 자주 가게 됐던 것 같습니다.

▶정관용> 그뿐이 아니에요. 직함이 여러 개 있으신 것 같은데,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 사업본부 홍보대사, 이건 또 뭡니까?

▷권해효> 2004년도 룡천역 폭파 사고를 기억하실 겁니다. 많은 분들이. 북한에 대참사 이후에 남쪽 사회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북을 돕자’라고 해서 단체들이 만들어졌는데, 그런 단체 중의 한 단체입니다. 우리겨레 하나되기 운동본부에서 하는 건데요, 남과 북의 어머니의 마음으로 미래의 아이들을 같이 건강하게 키우자, 라고 해서 현재 대동강, 평양 대동강 유역에 남쪽에서 설비와 매달 빵 재료를 보내면 북쪽에서는 인력을 동원해서. 부지를 제공했고요. 그래서 지난 2005년 5월부터는 매일 하루에 1만개 씩의 빵이 생산이 되어서 평양 지역에 있는 유아원, 유치원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잘 아시다시피 최근에 그 남북관계가 경직되면서...

▶정관용> 그렇지요.

▷권해효> 심지어 이런 영유아 관련된 이런 지원사업까지도 사실 길이 막혀있는 상태입니다.

▶정관용> 아, 그래서 지금은 끊겨있어요?

▷권해효> 예, 제대로 지금 빵 재료들이 매달 전달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정관용> 권해효 씨가 이런 활동의 홍보대사를 또 맡게 된 것은 어떻게 된 거예요?

▷권해효> (웃음) 2002년도에 금강산에서 남북청년학생통일대회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행사에 우연히 참여하게 됐고요. 그 속에서 만난 북녘의 청년들을 보면서, 우리가 50년 넘게 떨어져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굉장한 동질성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 우리가 이대로 간다면, 과연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있고요, 또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간에 꼭 통일이 아닌 한반도에 평화시대 정착 시대에 과연 남과 북이 서로가 떳떳하게 얼굴을 맞댈 수 있을까? 그렇게 서로가 외면하고 살았다면, 그렇다면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러던 차에 룡천역 사고가 터졌고요, 그런 일에 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아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정관용> 소셜테이너라고 불리는 거 알지요?

▷권해효> 예, 그런 말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뭐 대중문화인들 사운데 사회적인 활동, 사회적인 발언을 많이 하시는 분들을 소셜테이너라고 하는 단어로 보통 붙이는데, 거의 상징적으로 권해효 씨가 거기 꼽히시거든요. 지금 쭉 보면 이 남북문제에 관련된 북한 돕기, 그것과 사실은 약간은 연관되어 있지요. 재일조선인학교 이런 부분도 마찬가지이고. 그것 말고 직함 또 있습니까?

▷권해효> (웃음) 예, 10년째 한국여성단체연합 홍보대사로, 평등가족 홍보대사로서도...

▶정관용> 여성문제에도 또 관심이 많으시고.

▷권해효> (웃음) 그렇습니다.

사회활동의 출발점은 ‘부끄러움’

▶정관용> 오지랖이 넓으신 건가요? 관심 분야가 그렇게 많으세요?

▷권해효> 글쎄요,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인데요, 그 모든 출발점이 부끄러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 또 눈앞에 닥쳐있는 문제, 내가 손을 뻗치면, 함께 하면 뭔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들을 외면하고 살아왔던 시간들에 대한 부끄러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되고요. 제일 중요한 건 이 일을 하는 순간이 굉장히 기쁘고 행복합니다. 제가 좀 더 한 뼘씩 커가는 느낌이 들고요. 요즘 시대에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좀 청년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요.

▶정관용>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자원봉사, 뭐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봉사한다는 것이 누구한테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사실은 제일 큰 도움을 받는 것은 자기다, 그런 표현을 쓰는데요.

▷권해효> 예, 맞습니다.

▶정관용>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또 거의 선거운동원으로 열심히 전국을 누비셨고.

▷권해효> 그렇습니다. 그리고 탄핵정국이 있었고요. 또 이제 이번 5월 22일에도 추모제가 있습니다. 그 행사도 사회를 보게 되고요, 음, 글쎄요, 뭐, 소셜테이너, 그 말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렇게 특정하게 지칭되는 일이 과연 그렇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정관용> 글쎄요, 제가 지금 그걸 여쭤보려고 하는 건데요,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홍보대사 활동을 한다, 또 북한 어린이 돕기 위한 어떤 활동을 한다, 재일조선인학교 돕기 한다, 이건 비정치적이란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권해효> 예, 그렇지요.

▶정관용> 물론 크게 보면 다 정치적이지만, 그러나 지금 특정 정치인, 이렇게 되면 정파적이 될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런 걱정 같은 건 안 하셨어요, 혹시?

▷권해효> 아, 요즘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논할 때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정당 체제. 정당의 존립 근거는 어떤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아니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이익이라는 것은 국민의 사적, 개인적 이익부터 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자기 의견을 제시하고 그런 정당을 열심히 지지하는 일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배우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 그런 의사를 표현할 때가 있는데, 물론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고 있는 공중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입장에서 또 그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끼시는 분도 분명히 있겠지요.

▶정관용> 있을 겁니다.

▷권해효> 예,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제 하지만 그것도 우리가 좀 더 다른 면에서 봐주시면 좋지 않을까.

▶정관용> 넘어서야 할 것 아닌가 싶어요.

▷권해효> 예, 예를 들어서,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상업적인 광고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거든요. 그것이 어쩌면 때로는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나쁜 영향을 줄 때도 많이 있거든요, 사실은 솔직히 얘기하자면요. 그러면서 특정 정치에 대해서 정파적이라는 틀을 씌워서 이야기하는 것은 약간은 좀 후진적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정관용> 뭐 미국이나 유럽 사회 같은 경우에는 연예인이 됐건 누가 됐건 개인의 정치활동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당활동의 자유, 또 그것의 공개적 표명이라고 하는 것과 그 사람들의 문화활동은 전혀 구분해서 다 지켜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자꾸 그걸 섞어서.

▷권해효> 그리고 이제 가끔 공인이라는 잣대를 대지요. 그런데 사실 저희는 개인사업자고. 배우라는 게. 철저한 사적 이익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공인이라고 칭할 수는 없는데, 어쩌면 배우나 대중 예술인들의 영역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교묘하게 좀 겹치는 영역이 있는 순간이 있다 보니까 어떤 공적 책임을 물으실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물음을 당하기보다는 저 스스로가 그럼 좀 더 공적인 일을 해보자, 라고 다른 방향으로 적극성을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네, 우리 청취자분들도 조금 눈높이를 바꾸실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물론 연예인 분들 가운데 과거에...

▷권해효> 그런 기억들이 있습니다.

▶정관용>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고 이런 걸 발판으로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고, 뭐가 되고, 이런 사례들을 본 사람들의 입장에서 저 사람도 또 그럴려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으로 본단 말이지요.

▷권해효> 예, 그런 면이 있습니다.


▶정관용> 우리 권해효 씨는 국회의원 하면 안 돼요, 이러다가? 혹시 생각 있는 거 아닙니까?

▷권해효> 아닙니다.(웃음)

▶정관용> 생각이 있으셨는데, 저 때문에 혹시?

▷권해효> (웃음) 아, 아닙니다. 정치인, 혹은 입법활동을 하는, 지자체 풀뿌리 민주주의도 좋고요. 그런 분들은 저는 철저하게 스스로가 어떤 법안을 만들고 관철시켜나가는 과정에서 기쁨을 얻는 분들인 것 같아요. 그 기쁨이 원천적인 사람들이어야 되는데, 저는 무대에 서는 게 훨씬 더 기쁜 사람입니다.

▶정관용> 그러니까... 제가 좀 괜히 이야기했나? 생각 있으신 분을 제가 못하게 말린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지요?

▷권해효> 예.

▶정관용> 바로 그것처럼 연예인이 됐건, 누가 됐건, 정당활동도 당당하게 하고, 이럴 수 있는 그런 어떤 정치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에도 일조를 하고 계신 거다, 그런 말씀 드리고 싶었던 거고요.

▷권해효>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습니다.

▶정관용> 요즘 행복하세요?

▷권해효> 예, 사실 걱정이 많습니다. 이번 첫 번째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끝날 거라고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의심이 없는데, 하지만 사실 아까 일년이라고 했지만 일년동안을 지속적으로... 저는 운동의 핵심은, 운동이라고 하면 왠지 좀 과격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운동의 핵심은 바로 지속성에 있지 않나.

▶정관용> 지속성. 꾸준함.

▷권해효>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지켜나갈까 지금 굉장히 고민이 많습니다.

▶정관용> 잘 될 겁니다. 1교시 멤버들을 보니까, 이분들 한 두 명만 있어도 한 회 공연은 충분히 되니까요.

▷권해효> 아, 그럼요.

▶정관용> 그런데 꼭 수요일에 해야 돼요? 저도 가보고 싶은데, 생방송 때문에 가볼 수가 없잖아요.

▷권해효> 죄송합니다. 이 많은 가수 분들과 뮤지션들이 무료로 출연하시고 도와주시다 보니까 그분들이 사실 가장 편안하고 참여하기 좋은 날짜입니다. 그래야 부담없이 서로가 오시고.

▶정관용> 뒷풀이라도 가야 되겠습니다.

▷권해효> 예, 꼭 와주십시오.

▶정관용> 몽당연필, 저희 홈페이지에도 모금계좌 번호를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그리고 또 권해효 씨 연기에도 박수 많이 보내주시고, 앞으로의 활동에도 격려 많이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고요. 다음 주 1교시 잘 되기 바라겠습니다.

▷권해효> 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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