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영어강의 권고, 대학원 수업의 질도 하락시켜"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교수도 조교도 경쟁을 서포트하고 있을 뿐"
"서남표 총장 이후 동아리 문화 무너졌다"

카이스트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1년 4월 11일 (월) 오후 7시 3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안상현 회장


▶정관용> 시사자키 3부입니다. 오늘 3부, 카이스트 문제, 집중 점검하겠습니다. 올 들어 네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이른바 차등 등록금제, 또 영어 강의, 이런 것들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휴강 조치가 내려졌고요, 13일 총학생회 주도로 비상총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런 가운데 이제는 카이스트인상을 수상한 교수마저 한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게 사회문제로까지 대두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학생들의 분위기, 학생들이 원하는 대안, 그리고 이번 카이스트 문제에서 우리가 다시 짚어봐야 할 문제들, 함께 진단해보지요. 먼저 학생들의 입장 들어볼까요?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입니다.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있는데요, 안상현 회장, 전화로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안상현> 안녕하세요?

▶정관용> 요즘 심경이 어때요?

▷안상현> 네, 착잡하지요. 학교가 지금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은 상태라서요, 지금 뭐 연구 분위기도 잘 조성이 안 되고 있고요, 또 학생회장으로서 많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특히나 지금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이고 박사 과정에 있잖아요?

▷안상현> 예.

▶정관용> 지금 잇달아 자살하고 있는 학생들은 다 학부생들이지요?

▷안상현> 예, 맞습니다.

▶정관용> 어린 후배들, 동생들인데, 어떤 점이 제일 안타까우세요?

▷안상현> 일단은 카이스트가 100% 기숙사 학교잖아요. 기숙사 환경에서 애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친구들이 형제자매 같은 역할 해야 되고, 선배들이 부모님 같은 그런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학교는 가족과 같은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여지는데, 그렇지도 못한 상황에서 어린 나이에 학부 학생들이 사실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경쟁만 부추기고 서로 간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유조차 없는 상황인데, 이런 부분이 사실 가장 안타깝지요.

교수도 선배도 학생간 경쟁을 서포트하고 있는 상황

▶정관용>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안상현> 일단은 가장 큰 원인은 뭐 학교 제도에서 찾아야겠지요. 지금 학부 학생들 자체가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부분이, 학교 제도가 너무 학생들끼리의 경쟁만을 부추기도록 하는, 징벌적인 등록금 제도라든가, 학교 학생들을 친구들과의 경쟁으로 계속 내몰고 있잖아요. 학교 제도가 첫 번째로 가장 큰 문제인 것 같고요. 두 번째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교수님들이나 선배들도 좀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사실 경쟁만 서포트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 부분들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듯 해요.

▶정관용> 먼저 안상현 회장이 학교에 입학할 때는 이런 징벌적 등록금제가 없었지요?

▷안상현> 예, 맞습니다.

▶정관용> 그때는 그러면 전원이 다 국비장학금을 받는 그런 시스템이었습니까?

▷안상현> 말씀을 간단히 드리자면, 제가 학부가 99학번이에요. 제가 다닐 때는, 제가 정확히 금액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대략 80에서 90만원 정도를 모든 학생이 일단 냈어요.

공부를 장려했던 학교가 이젠 징벌하는 학교로

▶정관용> 기성회비 뭐 이런 거겠지요?

▷안상현> 그렇지요. 금액 자체는 국립대학 중에 제일 저렴한 대학보다도 더 낮은 상태였는데, 그 상태에서 약 3.0 이상의 학점당 대략 약 6에서 12만원 정도의 차등을 두고 차등 장학금이 주어졌어요. 그때는 지금과 제도가 완전 다르고, 금액도 상당히 차이가 나지요. 그래서 쉽게 설명을 드리면, 과거는 좀 장려를 하는, 인커리지먼트(encouragement)하는 공부에 대해서 그런 시스템이었다면.

▶정관용> 공부를 더 잘해서 성적이 좋으면 돈을 더 주는, 장학금을 더 주는.

▷안상현> 그런 제도였다면 지금은 징벌, 퍼니쉬먼트(punishment)를 하는 제도잖아요.

▶정관용> 징벌을 하는.

▷안상현> 예, 징벌을 하는.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나지요.

▶정관용> 실제로 옆에서 보면 후배들이 그것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습니까?

▷안상현> 예, 그렇지요.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승리감이나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는 패배감이나 상실감을 더 크게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지금 상당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관용> 예, 그리고 두 번째로 예를 드신 게 교수와 선배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화를 통해 좀 위무해줄 필요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 경쟁을 옆에서 도와줄 수밖에 없는 역할만 하도록 되고 있다, 그건 뭐지요?

▷안상현> 그건 뭐 사실 조교들도 보면은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지도를 하고, 앞으로 끌고 나가고 조언을 해줘야 되는데, 조교들도 점점 그게.. 학생들이 사실 학점에 민감하다보니까 조교들도 점점 뭐라고 해야 하나, 인간적인 것보다는 뭔가 시스템을 정확히 두고, 뭔가 비인간적인 어떤 그런 스코어링 제도를 만들어서, 1점, 2점, 0.1점, 0.2점을 되게 정확하게 줘야 되고, 그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니까, 누굴 만나서 좀 대화를 하게 되면, 저런 걸로 부당점수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오해를 받기도 쉽고 그런 상황인 거지요.

▶정관용> 진지하게 대화를 하려고 하고 친해지면 저것 때문에 혹시 점수 더 따는 것 아니냐, 이런...

▷안상현> 그렇지요.

▶정관용> 지금 상대평가지요, 전 학생이 다?

▷안상현> 예, 상대평가지요.

▶정관용> 결국은 누군가는 징벌적 등록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군요?

▷안상현> 예, 맞습니다.

▶정관용> 영어 강의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아요? 어떻습니까?

▷안상현> 영어 강의에 대해서는 등록금 문제보다는 조금 덜하기는 한데요, 영어 문제도 상당히 큰 이슈가 되고 있어요. 얼마 전에 뉴스에서, 오늘 아마 떴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저희 교수님도 영어로 인하여 학생과 교수님 간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비인간적인 어떤 그런 상황들로 내몰리고 있다, 라고 글을 쓰신 걸로 알고 있는데, 영어 수업을 하는 게, 학생들에게 한국말로 더 많은 조언을, 너네들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한다, 라는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고, 수업만 딱 하고 나가게 되는 상황을 만들고, 또한 수업의 질이... 사실 한국 사람은 한국말로 해야 제일 잘 되잖아요. 그런 것을 영어로 하다보니까 추가적인 설명이 부족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발생을 하지요.

▶정관용> 예, 역시 안상현 회장이 입학할 때는 전 과목 영어 강의가 아니었지요?

▷안상현> 그렇지요. 부분적 영어 수업이었어요.

▶정관용> 지금은 전 과목 영어 강의입니까?

▷안상현> 그렇지요. 전 과목 영어 강의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관용> 대학원도 마찬가지입니까?

▷안상현> 예, 대학원도 마찬가지예요.

영어강의 권고가 대학원 수업의 질도 하락시켰다

▶정관용> 그럼 박사과정에 있지만 안상현 회장도 스트레스가 많아요?

▷안상현> 예, 뭐. 영어 강의가 저도 어려웠어요, 사실 대학원도 마찬가지긴 한데요, 그래도 이제 저희는 교수님들을 좀 알고, 교수님들도 자기 주변에 있는 학생들이다 보니까 인제 영어로 수업을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한국말로 설명도 해주시고, 또 저희들이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좀 편한 상황이었어요. 대학원은 그나마. 그렇지만 대학원도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정관용> 심지어는 일본어, 이런 과목도 영어로 강의한다면서요?

▷안상현> 저도 뭐 그렇게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확한 사실 확인은 못했는데, 그 부분들도 저도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이게 말이 되냐, 그런 얘기들이 나왔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래서 오늘 내일 휴교를 하고, 그리고 13일 총학생회 주도의 비상총회가 열린다고 하고요. 대학원 총학생회도 그때 같이 합니까?

▷안상현> 사실 지금 저희 학교가 대학원과 학부가 나뉘어져 있어요. 제도도 많이 다른데. 그 비상총회는 학부 총학생회의 비상총회를 말씀하시는 것 같고, 대학원도 비슷한 시기 쯤 해서 비상총회를 가질 예정으로 있어요. 사실 저희들은 지금까지 사태를 좀 지켜보고, 대학원 학생회는 살짝 뒤로 물러나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대학원 학생들의 목소리도 하나로 모아서 규합하고, 그에 맞게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할 거라고 판단을 했고요, 저희도 그런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지난 8일날 서남표 총장과 학생들 간의 간담회가 있었는데, 그건 학부생들과의 간담회였습니까?

▷안상현> 예, 학부 학생들과의 간담회가 주를 이루었고, 그 자리에서 대학원생 문제 등등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이긴 했는데, 뭐 서남표 총장님과의 간담회가 질적으로 되게 우수하진 못했어요. 저희 대학원생들은 기본적으로 침묵으로 일관을 했고, 그랬던 상황이었습니다.

▶정관용> 질적으로 우수하지 못했다, 가 무슨 뜻입니까?

▷안상현> 그러니까 정확히 말씀드리면, 속시원하게 얘기들을 못 풀었어요, 학생들도. 속시원하게 이야기가 됐고, 그 부분에서 학생들이 명쾌하게 해답을 얻었다면 지금처럼 비상총회니 기자회견이니 이런 것은 없었을 텐데.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면 학부생이건 대학원생이건 13일날 다 모여서 논의를 해서 어떻게 됩니까? 뭔가 요구할 사항들을 결론짓습니까, 어떻습니까?

▷안상현> 요구할 사항들을 결론을 짓는 것은 학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될 것 같은데, 일단 저희들이 요구하려고 하는 것은 요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 요구사항이 뭘까요?

▷안상현> 뭐 학부 학생들은 학부 학생들 나름의 요구사항들이 있을 텐데, 대학원도 대학원 나름대로 문제점들을 지금 진단을 하고 있거든요.

서남표 총장, 바꿀 것은 바꾸고 나가셨으면

▶정관용> 서남표 총장의 사퇴 요구가 나옵니까, 안 나옵니까?

▷안상현> 사퇴 요구는 지금 학부 총학생회에서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원에서는 조금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 사실 개인적이고, 지금 현재로서는 학생회 의견이긴 한데, 서남표 총장의 사퇴로 문제가 다 해결될 거라고 판단을 안 해요, 오히려 서남표 총장님께서 자진 사퇴를 하겠다기보다는 자기가 개혁 드라이브를 하면서 만들어놓은 이 제도들을 자기 손으로 마침표를 찍고 나가시는 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 같아요.


▶정관용> 우선 차등 등록금제, 전과목 영어수업, 이런 제도를 바꾸어라, 가 먼저 요구사항이다?

▷안상현> 그렇지요. 서남표 총장님께서 직접 바꾸시고, 학교를 정상화시켜놓고 나가시는 게, 지금 당장 나가신다고 뭐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등등이 있지요.

▶정관용> 지난 8일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서남표 총장께서 차등 등록금제 폐지한다, 이런 얘기가 안 나왔나요?

▷안상현> 차등 등록금제 폐지한다고 보직교수님께서 발언을 하셨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것보다, 근본적으로 차등 등록금제 외에도 서남표 총장님이 만들어놓으신 제도들이 많이 있잖아요. 등등등에 대해서도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달라는 대답에 대해서는 상당히 원론적인 대답만 되풀이하셨습니다.

서남표 총장 이후, 동아리 문화 무너졌다

▶정관용> 그건 예를 들어서 어떤 것이지요?

▷안상현> 서남표 총장께서 만드신... 예를 들어 동아리 문화같은 게 무너졌다, 지금 학생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최근에 ICU와 통합을 했잖아요. 방도 부족하게 되었고, 지원금도 부족한데, 건물만 짓지 말고, 그런 걸 좀 해달라고 요구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정관용> 동아리방 같은 걸 자꾸 축소시켰군요?

▷안상현> 축소시켰다기보다 학생들은 늘어났는데, 더 늘리지 않은 거지요. 다른 건물들은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정관용> 그리고요?

▷안상현> 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그리고 또 학생들이 힘들어하니까 학생들을 좀 풀어주고 여유롭게 만들기보다는 계속 제도들을 만드셨어요. 1학년을 위한 즐거운 대학생활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만드셨는데, 즐거운 대학생활은 과목이 되니까 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을 하고.

▶정관용> 그걸 과목으로 만들었어요?

▷안상현> 예, 과목으로 만들어서 그게 부담감으로 작용을 하니까 그 부분을 더 스무스하게 풀어주셨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얘기에 대해서, 그런 부분들이 뭐 해외 대학에서는 좋은 사례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지요.

▶정관용> 교수님들하고는 같이 좀 제도개혁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안상현> 사실 뭐 학부 학생들은 교수님과 많이 부딪치지는 않지만 대학원생들은 교수님과 많이 부딪치잖아요. 그래서 사실 저희는 교수님들의 문제와 대학원생의 문제는 거의 같다고 보고요. 이미 교수협의회 담당자분께 메일을 드렸고, 연구 환경 및 연구실 문제, 해법에 대해서 함께 얘기해보자는 일단 이야기가 나오는 상태입니다.

▶정관용> 아무쪼록 머리를 맞대고 같이 잘 논의하셔서 좋은 어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안상현> 예, 알겠습니다.

▶정관용> 고맙습니다.

▷안상현> 예, 감사합니다.

▶정관용>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 안상현 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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