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새벽 옥외조명과 광고물, 아파트 경관조명 단속이 예고된 시간이 가까워지자 기업체들이 들어선 대형 건물들이 일부 상호 간판을 제외하고 하나 둘 불을 끄기 시작했다.
행인들마저 눈에 띄지 않게 되자 서울 여의도엔 이내 적막감만 흘렀다. 도시 전체가 어둠에 휩싸였다.
강서구 등촌동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주민(35)씨는 "(강제 소등 정책이) 양면성이 있는 것 같다.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무섭기는 하지만 에너지 절약 차원이라는 데 공감해 큰 반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가로등 불 빛 있고 간간이 불 켜 있는) 이 정도 불빛이면 나름 괜찮다"며 "좁은 골목길이 아니라서 크게 걱정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사무실 몇 군데의 불만 켜진 곳도 있었지만, 단속 첫날인 탓인지 여전히 환하게 빛을 비추고 있는 건물 간판도 몇 발견됐다.
경기도 일산의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마주친 문영식(43)씨도 단속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문씨는 "나라 정책이고 좋은 취지인 만큼 전 국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밤 길이 어두워 여성들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대책만 마련된다면 크게 문제될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속에도 불구하고 소등하지 않는 몇 건물을 마주보고는 "알고 있어도 안 지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면서 "예전처럼 억압적인 차원이 아니라 에너지 절감하자는 의도인 만큼 이들도 동참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취재진이 새벽 0시부터 3시간가량 강북 일대를 돌아보니, 영업을 마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불들은 대체로 꺼졌고, 주유소 등의 조명은 실제 절반만 켜진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대로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시내는 여전히 네온사인 불빛으로 가득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신촌에 위치한 노래방, 술집 등 유흥업소들은 여전히 조명을 켠 채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업소 관계자들이 단속 방침 자체가 가당치 않은 일이라며 반발했다.
한 업소 관계자는 "장사 하는 입장에서는 간판을 꺼 놓으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데 결국 장사하지 말라는 얘기"라면서도 "벌금을 문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꺼야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 절약 위한답시고 간판 불을 꺼놓게 하는데, 기름 값이 오른다고 해서 방침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