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진술 번복 이전부터 계획"vs"근거없는 얘기"(종합)

한만호 "교도소서 처음봤다" 동료수감자 "밖에서 알고 지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수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한신건영 한만호 전 대표가 수감 당시 진술 번복을 계획했다는 동료 수감자의 증언이 나왔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7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씨(한 전 대표와 함께 수감중)는 "지난해 4월부터 한 전 대표가 '검찰 진술이 맞지만 법정에서 뒤집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특히, "한 전 대표가 6, 7월경부터 진술 번복 여부를 고민했고, 8.15 가석방에서 자신이 대상에서 제외되자 진술 번복을 결심했다"며 "'몸뚱아리는 나고 주위 사람들은 꼬리니 도마뱀 꼬리만 자르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한 전 대표가 진술 번복에 대비해 검찰 조서 내용과 각종 예상 시나리오를 70∼80장 짜리 메모로 정리해 중얼중얼 외우며 예행연습까지 했다"며 "2007년 3, 4월에 준 돈은 당시 교회 사업과 맞물려 증언하면 되지만 나머지 3, 4억이 문제인데 네가 갖고 있는 차용증을 나한테서 돈을 빌리고 쓴 걸로 해달라"면서 위증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한 전 대표와 김씨는 검찰측 대질신문 과정에서 처음 만난 시기와 수감 시절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는지 여부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김씨는 "2006년 말부터 사업상 오가는 식당과 술집 등에서 소개를 받아 한 전 대표를 알고 지냈다"며 "2007년 12월에는 한 전 대표가 당시 내가 준비하는 콘서트에 대선 관련 유세를 부탁해 행사장에 찾아온 민주당 정동영, 조배숙 의원, 한명숙 전 총리 등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다"며 "한 전 총리를 제외하고는 민주당 의원을 단 한 사람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검찰 기결수 대기실에서 우연히 만나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지 여부를 놓고도 두 사람의 증언은 엇갈렸다.

김씨는 "한 전 대표가 처음 만난 지난해 4월 1일부터 '뇌물 준 게 걸린 것 같고 한명숙 전 총리가 대상'이라고 얘기했다"고 말했고 한 전 대표는 "한신건영 건으로 조사를 받은 2, 30명에게도 한 전 총리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고향 후배로 처음 만난 김씨에게 그런 얘기를 했겠냐"며 응수했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것과 관련해 구치소에서도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눴다"는 김씨 증언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는 "김씨와 그런 이야기를 나눌 이유도 없고, 얘기를 할 대상으로조차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법정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한 전 대표가 '뇌물장부에 '한'이라고 표기한 것은 한명숙 전 총리'였으며, 돈을 건넨 시기와 장소, 구체적인 방법까지 말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측 대질 신문에서 한 전 대표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김씨가 평소 근거없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어 불신했다"면서"김씨가 자신의 아버지는 보안사에 근무한 장군의 아들이고, 낚시 관련 방송국을 100% 소유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김씨를 믿을 수 없게 된 근거를 설명했다.

또 진술 번복 계획을 다른 재소자에게 말한 적이 있냐는 검찰의 반대 신문에 대해서는"(검찰은) 단추 하나로 양복도 만들고 코트도 만들고 버버리도 만든다"며 검찰 조사에 불신을 드러내는 취지로 번복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당초 이날 7차 공판에는 김씨 외에 또다른 동료 수감자 최모씨도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었지만 김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측 신문 등이 길어지면서 출석을 다음 기일로 넘겼다.

최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음달 7일(8차공판) 열리며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날 한 전 대표에 대한 보충 신문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3월21일(9차공판)에는 한 전 대표의 부모가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며 23일에는 한 전 대표의 구치소 접견 녹음 CD에 대한 검증기일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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