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들이 수천억원씩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터라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등록금이 물가 인상의 한 요인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각 대학에 등록금심의원회(등심위)를 둬 등록금의 무분별한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 이대, 숙명여대, 외대, 홍익대가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다.
그러나 등심위 설치가 제도적으로 늦어진 틈을 노리고 적지 않은 대학들이 등심위를 피해 은근슬쩍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상명대학교의 경우 최근까지 등심위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자 결국 3.9%를 기습적으로 인상했다.
이 밖에 동국대와 건국대가 4%대를 인상했고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서강대가 2~3%를 올렸다.
그러자 잠잠하던 대학 총학생회들이 등록금 투쟁 카드를 잇따라 꺼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고려대 조우리 학생회장은 “동결을 주장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학교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등록금 투쟁에 대해 학내 동의는 이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대학들의 등록금 문제에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승훈 한국대학생연합 대학교육실장은 “‘반값등록금’ 공약과 물가 안정을 외치는 현 정부가 대학을 규제하거나 교육 재정을 늘리려는 구체적인 행보를 하지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은 하나같이 물가인상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최근 2년간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물가가 인상했고 인건비 또한 자연증가분이 있어 최소한으로 올리다 보니 2.9%를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학교는 2009년 현재 2305억 4900만원의 누적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
굳이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학교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충분한 정도로 등록금을 인상해 받아왔다는 뜻이다.
다른 사립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김춘진 민주당 의원은 2009년 현재 전국 4년제 사립대의 누적적립금이 7조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이 과연 학생들의 학업을 독려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