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런 황당한 일이 극히 일부 학교의 특별한 사례이겠지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경쟁심을 자극해서 성적을 올리겠다는 의도라지만 공부를 못해 뒷전에 서서 급식을 기다려야 하는 아이들의 가슴에 남을 좌절감과 상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이건 교육이 아니라 아동 학대나 다름없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런 교육 행태에 대해 '선생님이 하는 일이니 불만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학부모의 고백이다. 학교 현장의 성적순 줄 세우기 행태는 이 뿐이 아니다. 마산·창원 지역의 한 중학교 도서관에는 전교 석차 순서로 학생들의 자리가 지정돼 있기도 했다.
학교 교육에 경쟁이 없을 수 없지만 성적순 줄 세우기는 결코 정상적인 학교의 모습이 아니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고 잘 따라올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는 게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나친 경쟁심을 유발하거나 수치심을 줘서 성적을 높이려는 발상은 극히 비인간적이고 비교육적인 모습일 뿐이다. 교육당국은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그릇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2.49점이었다. 이런 낙제점 평가는 학교가 입시 학원으로 전락하고 성적순 줄 세우기 관행이 일상화 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을 전적으로 학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학벌 지상주의에 매달리게 한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