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몸보다 더 큰 군장을 메고 무거운 철모를 눌러 쓴 여대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국내 첫 여성 ROTC로 뽑힌 민지현 후보생(21세, 숙명여대 수학통계학과),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에게서 풋풋한 여대생이 아닌 강인한 여군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지난달 10일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학군단 3학년 생활관에 여대생들이 군복을 입고 모였다. 이들이 바로 여성 학군사관 후보생, 일명 ROTC다. 방독면, 군용천막 등 생전 처음 만져본 군용 물품이 낯설기도 하지만 다들 진지한 눈빛으로 군장을 꾸린다.
민지현 후보생은 “처음 군화를 신는 거라 너무 어렵고 어색하다. 훈련 받는게 실감 안났는데 입소를 앞둔 지금, 겁은 나지만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떨리는 소감을 밝혔다.
"앞에~총! 찔러 "
학생중앙군사학교 연병장에는 총검술 훈련을 받던 여성 후보생들의 구령소리가 울려퍼졌다. 살을 에는듯한 매서운 추위 속에 훈련에 돌입한 후보생들. 총검술 동작을 구령에 맞춰 따라 하려니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교관의 지적에 팔다리는 더욱 후들거리고, 총 겨눌 힘조차 남아있지 않는데도 그녀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민 후보생은 "훈련 하나하나가 다 어려웠지만 그 중에서도 총검술이 가장 어려웠다. 그러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라는 말이 있듯 동기들과 함께 즐기면서 하니까 힘들어도 재밌었다”고 말했다.
여성 후보생과 같은 교육대에 소속돼 동일한 훈련을 받은 정도현(3학년, 12교육대) 남성 후보생은 “여성 후보생들을 처음 봤을 때는 마냥 신기했다.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따로 부족한 점이 없이 (훈련을) 잘하고 있다. 특히 (여 후보생들과) 함께 훈련받으니 나름 자극도 되고, 더 즐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군사훈련으로 첫 예비 여성 장교로의 담금질에 들어간 그녀들. 서툰 실력에 교관의 불호령은 떨어지고 남성 후보생들과 차별없는 동일한 훈련과 행군으로 몸은 고되지만 매서운 눈빛만큼은 이미 여성 장교의 면모가 보인다.
힘든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3주만에 군화를 벗은 민 후보생은 “3주전 어색했던 전투화가 이젠 내 신발 같이 편하다"고 소감을 전하며 "그간의 훈련을 통해 좀 더 군인화가 됐는데 앞으로도 좀 더 노력해서 지성과 문무를 겸비한 소대장, 아니 더 나아가 최초 여성 4성 장군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