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SNS, 선한 영향 주고받는 도구돼야"

- 트위터, 진솔한 내모습 드러낼 수 있는 수단
- 功은 아래로, 過는 '내탓' 하는 리더쉽 필요
- 정계진출? 역량 밖, 녹봉받을 사람 못돼
- 기성세대 고정관념이 아이의 창의성 망쳐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경제평론가)

설특집 ‘IT가 사회를 바꾼다’ 오늘 마지막 순서입니다. 10년 동안 안동에서 외과의사로 살다, 1990년대 말쯤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던 투자자이자 분석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몇 년 후에 객장을 홀연히 떠나서는 경제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 날카로운 지적과 따뜻한 시선을 함께 보내는 분입니다.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 변상욱> 설 연휴 덕담을 뭐라고 드려야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바쁘신 분이니까 건강하시고 시간관리 잘하셔서 큰 일 좀 잘 해 주십시오.

◆ 박경철> 고맙습니다.

◇ 변상욱> 어떻게 설 연휴는 잘 쉬셨습니까?

◆ 박경철> 저는 아무래도 동네 분위기가 있어서 설에는 평소보다 훨씬 더 정신없이 다니는 것 같습니다.

◇ 변상욱> 근황을 여쭤보자면... 요새는 어떤 일로 소일 하십니까? 아니, 이것도 아니고 어떤 일에 매진하십니까? 이렇게 물어봐야 될 것 같은데요.

◆ 박경철> 사실 저더러 무슨 일 하고 있느냐, 물으면 저도 그게 고민입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 이렇게 물으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직업의 관점에서 내가 하는 일이 뭔지 스스로 되물을 때가 있는데요. 하지만 어떤 일로 시간을 보내느냐, 이러면 라디오나 방송을 진행하는 부분도 있고 그 다음에 주로 대학생들이나 혹은 대학교, 아니면 기업이나 사회단체까지 강연하는 것이 연간 한 400회 정도니까 평일에 한 두세 개씩 소화를 하는 경우가 있고요. 그 다음에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바이오산업 쪽, 그쪽에서 새로 시작하시거나 계획하시는 분들하고 의견을 주고받거나 제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와드리는 일들, 그런 것도 있고요.

◇ 변상욱> 안철수 박사하고 같이 대학을 돌면서 강연하시는 소식, 텔레비전으로 한번 소개가 되면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만.

◆ 박경철> 안 선생님하고 저하고는 평소에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으면 그걸 바로 현장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청년들은 절벽 앞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는 프리라이드를 하는 사람들이 있죠. 절벽 앞에 선 젊은이들이 한 500만 정도 된다고 하면 제가 볼 때 그 중 한 50만 정도는 프리라이딩,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편안하게 절벽으로 뛰어내려도 안전한 행글라이더를 타고 안착하는, 그런 50만이 있을 수 있고요.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주류의 지원 속에서 주류사회에 속했던 친구들일 거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젊은 청년의 목적이라면 꿈의 실현보다는 당장의 직업을 마련하는 것에 가장 고통을 받고 있고, 하지만 그것조차도 쉽지가 않고, 그렇지만 꿈을 꿈꾸려고 하는... 자기의 꿈을 실현시켜보려고 하는 청년의 꿈을 실현시키기에는 너무 두렵고, 또 우리 사회가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요. 그래서 나머지 45만, 500만 중의 45만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이냐, 생각해보면 만약에 어떤 분이 길거리를 가다 육교 앞에 할머니가 앉아계시지 않습니까? 추위에 떨고 계신다, 하면 참, 안타깝구나... 서서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위에서 던지는 것은 동정이잖아요. 굳이 영어로 말하면 심파시(sympathy), 그건 뭐냐면 우울적 지위에 있는 거죠. 우울적 지위에서 내미는 선의에 해당되는 거고.

만약에 내가 무릎걸음으로 똑같이 무릎을 낮추고 눈을 마주보면서 손을 잡고 얼마나 춥고 힘드시겠습니까? 하면서 비록 백원짜리 하나라도 놓고 같이 눈을 맞추면 우울적 지위에서 나온 선의가 아니라 소위 말하는 동병상련 내지는 공감인데, 영어로는 엠퍼시(empathize), 그런 개념일 텐데. 청년들에게는 가능하면 기성세대로서, 앞서 가는 입장에서 관념적으로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같이 고민을 이해하고 내가 당신들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이 생각을 선생님하고 같이 하고 있는 거죠.

◇ 변상욱> 예수의 꿈인 그것과 비슷하셨던 것 같습니다.

◆ 박경철> (웃음) 예수께서 가르치신 것이고.

◇ 변상욱> 옆 사람들한테 누가 저 불쌍한 사람을 도우러 나랑 같이 가겠냐고 안 물으시고. 불쌍한 사람 옆에서 누가 이 사람의 이웃이 돼 주겠느냐, 라고 오히려 서서 지켜보는 사람들한테 물으시는 자세가 예수님의 모습이죠.

◆ 박경철> 그런 말씀과 가치를 실천하는 게 일반 사람들의 모습일 텐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으시죠.

◇ 변상욱> 젊은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무릎을 맞추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자기들의 고민이 어디에서 비롯돼서 어떻게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젊은 친구들이 명확히 인식은 하던가요?

◆ 박경철> 두 가지 시선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현 주소인데,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요즈음 젊은 세대가 열패감에 빠져있다, 정말 이친구들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 하나하고요. 또 다른 시선으로 보면 이 친구들이 가슴속에 가지고 있는 열망이나 뜨거움이나 혹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새로운 어떤 것, 자기들이 실천해보려는 꿈같은 걸 보면 정말 창의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구나,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느껴요.

그러니까 달걀은 달걀인데 부화해서, 품어서 깨고 나오면 되는데, 껍질이 강철껍질이에요. 예전의 달걀은 따뜻하게 해주면 저절로 깨고 나왔지 않습니까? 지금은 옆에서 정으로 깨줘야 되는 것이죠, 이 달걀껍질을 스테인레스 껍질로 만든 게 누구냐, 바로 기성세대의 책임이 아니냐... 왜냐하면 우리의 질서를 강요하고, 우리의 성공방식을 강요하다보니까 새로운 세대의 성공방식은 다른데 왜 우리 아버지는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계속 강요를 하면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창의성 혹은 꿈을 실천하지 못하게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기성세대의 고민이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 변상욱> 요새 유행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라는 말이 요새 유행인데. 기성세대의 자성도 먼저 있어야 되겠군요. 오늘 설특집 주제가 ‘IT가 세상을 바꾼다’ 라고 하는 겁니다. 동의는 하십니까?

◆ 박경철> IT가 이미 세상을 바꿔 왔고요. 그런데 IT가 바꿔가는 모습이 과연 아름다운 세상이냐, 사람의 피가 흐르는 세상이냐, 여기에 대한 고민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바꿔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IT가 도입이 되면서 세계의 양극화, 고용문제, 이런 것들이 아주 심각해졌고, 앞으로 더 그렇겠죠. IT가 발전하지 않았다면 지금 곳곳에서 재고조사를 위해 누군가는 장부를 들고, 볼펜을 들고,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어야 되고. IT가 지금처럼 발달해서 아웃소싱이 컴퓨터 하나로 전 세계 글로벌 아웃소싱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곳곳에서 이런 국경 없는 양극화, 이런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겠지만 그 자체가 인간의 발전 속도, 인간의 소통과 과학문명의 발달, 이런 데 미친 영향은 또 엄청나게 크다고 볼 수 있겠죠.

◇ 변상욱> 알겠습니다. 지금 대표적으로 트윗, 저랑 맞팔 하시는 관계시니까. 지금 팔로잉 하시는 분이 한 10만, 팔로워가 한 십 몇 만 됐습니까? 한 17만?

◆ 박경철> 거의 17만 가까이.

◇ 변상욱> 나한테 트윗은 뭐다, 라고 한마디로 정의 내리실 수 있겠습니까?

◆ 박경철> 트위터, 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살다보면 말을 할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 참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면이 하나있습니다. 예를 들면 변 국장님 마찬가지시죠? 마이크를 잡고 하시는 말씀은 정돈된 말씀이잖아요. 여기서 만약에 부적절한 단어나 용어는 쓰실 수가 없고, 그 다음에 칼럼을 쓰거나 예전에 현장에서 기사를 쓰셨을 때도 마찬가지잖아요. 뭐냐하면, 나 개인으로서의 이야기의 방식은 없잖아요. 변 국장님도 그렇고 저처럼 대중을 상대로 소통, 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사람들은 역으로 그것의 포로가 되어서 자기가 사라지죠.

그렇지만 트위터 같은 수단은 흔히 계급장 벗고 그냥 편하게, 자기가 평소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 칼럼이나 방송으로 할 수 없었던 얘기지만, 이런 것들을 내보이면서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다마고치가 아닌 내가 만들어진... 옛날에 다마고치 키우는 놀이가 있었죠. 지금 같으면 금붕어 키우기, 이런 놀이처럼.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미지가 아닌 내 자신의 모습, 그런 것들을 편하게 스스럼없이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변상욱> 예를 들면 박경철 원장님 트위터에 맨 처음 들어가면서 야, 여기저기 날카로운 통찰들로 상당히 부담스럽겠다, 소화가 될까, 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가니까 아주 친근한 이야기들이 맞아주더라고요. 특히 음식에 관한 얘기. (웃음) 그 다음에 버스를 타고, 또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만난 사람들의 모습 같은 것들이 거기에 그대로 사진처럼 찍혀 나오면서 거기서 느낀 것들이 잔잔하게, 따뜻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그런데 밤에 야식 만드는 레시피는 조금 덜 올리셨으면... 아, 이거 식욕을 참는 데 쉽지 않습니다. (웃음)

◆ 박경철> (웃음)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고요. 인간은 사실 알고 보면, 저같은 사람을 보면서 "저 친구는 맨날 앉아서 책만 보고 그러나보다..."

◇ 변상욱> 그렇게 아는 사람들이 많을 걸요?

◆ 박경철> 하지만 제 트위터에 들어가 보면 저 친구도 식탐이 있고, 하는 짓 보면 자기나 나나 똑같구나... (웃음) 그런 측면에서 사실은 저도 조금 더 편안해지는 측면이 있죠.

◇ 변상욱> 맨 처음에 아이디가 ‘CHONDOC’ 아닙니까? 시골의사, 촌닥터. 전 맨 처음에 무심코 촌닭, 아니 닭의 이미지가 있었나, 왜 또 시골, 닭 얘기가 나왔을까...

◆ 박경철> 중의적 의미였어요. 우리가 좀 사람이 멍청하거나 때에 따라서 촌스러우면 촌닭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실제로 저는 지금도 조금 촌닭 같은 데가 있어요. 그래서 촌닭의 느낌, 그 다음에 제가 그냥 보통 필명이 되어버린 시골의사라는 것을 앞뒤 중의적으로 맞췄고, 그 다음에 천덕꾸러기, ‘천덕’으로 읽을 수도 있죠. 왜냐하면 요즘 제가 어디에 속해있지 않다보니까 흔히 제도권 안에서는 하기 불편한 이야기들을 왕왕하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면 그쪽 입장에서는 제가 천덕꾸러기가 되기 쉽죠. 예를 들어 기업문제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저는 뭐 어디에 월급 받는 사람 아니니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데, 그랬을 때 자칫 천덕꾸러기가 될 수 있는 거죠.

◇ 변상욱> 그런데 실제로 트위터에서 아까 대청소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서울에 있는 사무실 숙소를 대청소하다보니... 하면서 글을 올리셨을 때 대청소할 때 고생 꽤나 하셨구나, 저도 집안 대청소 아내가 시키면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느라 고생 많이 합니다만, 어떻게 스스로 일어나서 대청소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하면서 점점 더 빠져들다 보니까 거기서 느끼는 삶에 대한 통찰이나 예지 같은 것도 있고 해서 이렇게 사람을 친근하게 만나서 좀 더 자기를 열어 보이고 좀 더 깊은 것을 나눌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얘기 좀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왜 청소를 시작하셨습니까?

◆ 박경철> 사실은 먼저 이 말씀을 드려야겠는데. 우리는 좋든 싫든 타인에게 서로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는 존재 아니겠습니까? 오늘 제가 변 국장님하고 말씀 나누고 가면 변 국장님과 주고받았던 여운이 몇 시간 남겠죠. 그만큼 영향을 받았을 거고요. 저는 변 국장님 뵌 지 오래됐으니까 정말 반갑고 기뻐서 휘파람 불면서 가서 그 다음에 만날 사람에게 기쁜 마음으로 다음 약속에 밝은 모습으로 나갈 텐데. 오늘 변 국장님하고 저 사이에 무슨 부동산 계약이 잘못돼서 만난 사이라면 그 다음에 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보통 네트워크 속의 선한 영향력이라는 것에 관심이 좀 있는데, 살다보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선한 영향과 나쁜 영향을 무심코 미치게 됩니다. 가능하면 내가 악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조금 자제를 하고, 누구에게나 내가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는 조금 더 드러내면 서로가 서로한테 좋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그래서 청소의 사례를 들면, 저는 무심코 청소를 가볍게 시작을 했다가 그래도 밀린 책장도 정리를 해야 되고, 구석구석 혼자 서울 숙소에 있다 보니까 보이는 데만 닦지 않습니까? 환경이 좋지 않겠구나, 청소 좀 해야 되겠다, 마음 먹었는데. 사실 남자들은 용기가, 엄두가 안 나죠.

그런데 2주로 미루다가 한번 시작하려다보니까 뭐 끄집어내려고 정리 하는 데만 한 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억장이 꽉 막히는 거죠. 이 정도로 만족하자, 지금 끄집어낸 것 안에서 끝내자, 여기서 더 나가면 안 된다, 하고 정리를 하면서 도로 그 부분을 닦고 집어넣다보니까,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힘든 줄 모르겠어요. 그때부터 아무 생각이 없는 거죠. 이왕 한 김에 하다보니까 나중에 원래 목표했던 걸 넘어섰으면 그만둬야 되잖아요. 그때부터 무슨 생각을 하냐하면 더 할 거 없나, 또 뭐 더할 거 없나, 계속 그 생각을 하면서 더 더 더를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냐하면,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우니까 첫 발걸음을 내딛기가 어렵고, 마음내기가 어려운데, 또 한 번 마음내면 처음에는 그만큼 힘들고, 고통스럽고 그만두고 싶다가도 궤도에 올려놓으면 그때부터는 그 궤도 안에서 열심히 달려가게 되는 게 사람이고. 그 안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면 그 성과를 빛내기 위해서 더더욱 노력하는 게 사람이구나,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생각하고 말죠. 하지만 요즘 트윗터나 페이스북, 싸이월드나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우리가 각자 이런 노력을 해보면 좋죠.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생각인데 그런 얘기를 하나 툭 던지면 제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어, 맞아.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어. 맞아, 한번 시작해보는 게 좋아. 뭐든지.’

또 예를 들어, 누군가가 눈이 오는 날 길가의 눈을 치우다가 "내가 눈을 치우면서 참 힘들고 귀찮았지만 막상 치우고 나니까 사람들이 다른 집 앞을 지나갈 때는 미끌미끌했는데 우리 집 앞을 지나갈 때에는 기분 좋게 한번 쳐다보고 가는 모습이었다." 라고 한번 남겨주시면 우리가 그 안에서 또 선한 영향을 받죠. 그래서 대청소 한 이야기는 소셜 네트워크가 서로 선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례로 한번 올려봤습니다.

◇ 변상욱> 좀 세상얘기로 넘어가보죠. 정치나 사회에서도 늘 주시하시면서 가끔 트위터에서 나름대로 리듬이 있으시더군요. 가볍고 부드러운 얘기로 가시다가 때로는 묵직하게 한번 눌러도 주시고 할 때가 있는데, 우리 사회 리더십은 어떻게 보십니까?

◆ 박경철> 간단한 것 같아요. 저는 문제의 핵심을 보통 이렇게 얘기를 하죠. 저는 많은 분들을 뵙고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그런 말씀을 드리는데, 문제의 핵심은 딱 하나인 것 같습니다. 공과의 구조에 모든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기업가들을 많이 만나죠. 정치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분들 특성이 뭐냐면, 어떤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내 공이 안 될까봐 안달을 해요. 예를 들어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면 탁월한 CEO에 의한 노력, CEO의 리더십 통찰, 이런 얘기를 꼭 들어야만 하고. 그것은 그분들이 꼭 듣기보다는 그 구조가 그렇게 모든 영광을 위로 돌려주는 구조로 만들어놓았죠. 그래서 모든 영광을 위로 가도록 만들어놨어요.

그런데 만약에 잘못 되면, 예를 들어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경기가 나빠지거나 이렇게 되면 그것은 세계의 경제의 문제, 글로벌 변수, 어쩔 수 없었던 혹은 과다한 지출구조, 임금구조, 고용문제, 혹은 사회적으로 복지문제, 이런 걸로 거론을 하죠. 쉽게 말해 잘못은 아래로 보내잖아요. 구조가 요구하는 것만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모든 영광은 위로 가고 모든 잘못은 아래로 돌리는 습관만 바꾸면... 모든 영광과 공은 아래로 보내고, 모든 잘못은 내 탓이다, 만약 우리가 이 구조만 가질 수 있으면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현재 기성세대가 젊은세대를 두고 얘기할 때에도 너네들이 뭘 아냐, 이게 아니라 너네들이 이런 고민을 하게 만든 우리가 미안하다, 만약 너희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세대를 물려준 사람의 잘못이지 물려받은 사람의 잘못이겠느냐, 진짜 미안하다, 우리가 고쳐볼게, 이렇게 하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고, 그들을 불러서 이야기도 듣고요. 그런데 모든 문제를 요즘 애들은 희망이 없어,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어, 요즘 애들은 노는 것만 좋아해, 이렇게 보기 시작하면 이 구조는 해결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듯 기업이든, 국가든, 리더십이든, 하다못해 대통령이든 내가 직접 명령해서 말하지 말고 국민들의 명령이었습니다, 저는 실행하는 사람이지요. 모든 잘못된 일은 내가 섣불렀네요. 정말 내 판단이 경솔했습니다. 훌륭한 국민들의 바탕 위에서 이렇게 밖에 못해서 미안합니다. 만약 정치 지도자들이 이렇게 말을 한다면 행복할 것 같지 않습니까?

◇ 변상욱> 그말 딱 한번만이라도 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 박경철>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죠. (웃음)

◇ 변상욱> 그런데 이런 가슴과 이런 시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로 나오라고 주변에서 많이들 옆구리를 찌를 것 같은데.


◆ 박경철> (웃음) 없었다고 말씀드리면 거짓말일 것 같고. 현재로서는 제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인간이 내리막을 내려 갈 때 모습을 보면 이만하면 됐다, 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그만한 자격이 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더라고요. 사람이 이만하면 됐어, 아니면 나도 괜찮아, 내지는 나도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때부터 그 사람은 자기 인생의 정점에서 밑으로 내려갈 일만 남아있는 것 같고요.

난 아직 부족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냥 내가 내 눈앞에 있는 내 능력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신하지 않는 것, 이것은 아직 올라갈 길이 남아있는 것이라 저는 제 자신을 스스로 잘 알죠. 왜냐하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없는 일, 지금 현재 시점에서 제가 제 역할의 범주와 범위, 그 다음에 제 역량의 크기를 잘 알기 때문에 정중히 말씀만으로 고맙습니다. (웃음)

◇ 변상욱> 아무튼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저 사람을 대표로 써도 되겠냐고 물어봐도 될까, 하는 공천심사에 들어가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그때 사람들은 정치권으로 넘어가나보다,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 박경철> 그때는 실제로 미리 비례대표 제안을 받았었죠. 그런데 제가 감히 세금으로 녹봉을 받을 만한 사람이 못됩니다. (웃음) 그땐 정말 너무 터무니없는 거였고요. 그래서 아마 그런 오해를 하신 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 변상욱> 아무튼 어떤 사람은 나를 안 불러주나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나를 추스르기도 아직 벅찹니다, 라고 내놓은 사람도 있고. 세상은 재미있습니다. (웃음)

◆ 박경철> (웃음)

◇ 변상욱> 한때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선진국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쫓아가다보니까 우리가 다른 가치들을 좀 져버리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라는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지금도 아쉬운 가치들은 어떤 것들입니까?

◆ 박경철>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이런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애쓰지 않습니까? 행복해지는 길과 같은 자기개발 서적에서부터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쳐보면 나오는 책이 지구상에 수십만 권 될 텐데요. 그런 책이 많이 있어도 안 행복하잖아요. 행복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는 아이러니가 있는데, 저는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행복을 내세우면서 달려온 가치가 모두를 행복하게 했다기보다 일부를 행복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가치관이 불행한 사람을 없애자, 우리 사회가 너무 불행하고, 힘들고, 나 지금 불행해, 히는 사람이 더 이상 불행하지게 하는 가치를 공유하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지 않을까...

사실은 행복해지자,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다, 국민소득을 늘려나가고, 수출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GDP가 2만 불 넘어가고, G7에 들어가자, 이렇게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행복하십니까? 물어보면 다들 안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행복하신 분을 제가 못 만나 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행복의 가치만 보고 열심히 질주해왔다면, 한번쯤은 호흡을 고르고 행복이라는 저 앞에 보이는 과일을 위해서, 과일을 따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왔다면. 지금쯤 나무 밑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서 저 밑에 쓰러져 있는 사람, 넘어져 있는 사람, 다리가 빠진 사람, 절뚝거리는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그분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버려두고 갈 수는 없잖아요. 한 배를 탄 식구들이고, 어떻게 보면 전부 이웃들인데...

그런데 우리가 나무를 위해서 달려갔더니 그 나무는 또 100미터 앞에 가요. 그 과실을 따기 위해서 또 걸어서, 달려가서 100미터 앞에 가잖아요, 그렇게 확 가다보니까 까마득하게 뒤쪽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절뚝거리면서 따라 오는데 저들을 버리고 신기루를 따라 계속 뛰어야 되느냐, 그렇게 해서 행복의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차라리 불행하지 않을 가치, 이것을 추구했으면 어떨까,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 변상욱> 그런 게 아름다운 동행, 그런 거겠죠?

◆ 박경철> 그게 뭐 아름다운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분들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런 분들을 존경한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변상욱> 오늘 우리가 주제로 했던 소셜 네트워크, 아마 그런 동행들에게 도움이 되겠죠?

◆ 박경철> 그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마음을 내면 또 그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요. 보통 주류언론에서 다뤄지는 것은 항상 큰 메인이슈들이지만 우리가 나누는 네트워크상에서의 이야기들은 때에 따라서는 청소노동자들이 고생하시는 모습, 때에 따라서는 어떤 대학생이 학비가 없어가지고 참고서와 점퍼를 훔쳐가지고 경찰서에 끌려간 이야기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소위 주류가 만들어내는 의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의제, 이걸 소통하고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 변상욱> 사실 언론들도 만날 이긴 사람 얘기만 하고, 힘센 사람 얘기만 하고 그랬거든요.

◆ 박경철> (웃음) 1등의 이야기.

◇ 변상욱> 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소셜 네트워크, 새로 번지고 있는 이 물결을 제대로 따라 가려면 언론도 좀 더 사람한테 주목을 해야 되겠군요.

◆ 박경철> 우리 변 국장님와 같은 분만 계시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웃음)

◇ 변상욱> 알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설 연휴 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어떤 동행이 이루어질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시면서 좋은 얘기 많이 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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