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 안테나] 카자흐에서 동계올림픽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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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메달 레이스가 펼쳐지는 경기 당일,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로 숙소를 떠납니다. 그런데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 꼭 한번씩 맥이 끊깁니다. 융통성없는 보안 검사 때문입니다.


국제 종합대회에서는 관계자와 취재진, 관객 등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반드시 보안 검사를 거쳐야 합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취재기자의 경우 노트북 전원을 켜서 보여줘야 하고 카메라는 셔터를 눌러 정상적으로 사진이 찍히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겉은 멀쩡해도 사람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무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테러 방지가 목적이니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또 이해해야만 합니다. 모든 국제대회의 기본적인 룰입니다.

그래도 선수만큼은 예외가 되는 것 역시 룰입니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에서 진행 중인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예외가 없습니다. 선수임을 입증하는 ID카드도 아무 소용 없습니다. 선수들은 반드시 보안 검사대에서 들고있는 가방을 열어 보여줘야 합니다.

각국 선수들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보안 검사를 받기 위해 긴 행렬이 이어집니다. 체력을 아끼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시간에 짜증이 밀려옵니다.

모든 경기장은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모집한 자원봉사자와 지원 스태프로 북적거립니다. 그런데 선수나 관계자나 모두 만족할만한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러시아어와 카자흐스턴 자국어를 주로 씁니다. 하지만 동계아시안게임을 찾는 방문객 중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영어로 질문을 해도 도통 알아듣지 못합니다. 자원봉사자의 모습이란. 영어를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지원 스태프는 각 경기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선수에게 전해줄 물을 달라는 관계자의 요구에 우왕좌왕하는 지원 스태프의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취재기자도 고충이 많습니다. 방송 인터뷰가 진행되는 믹스트존의 위치를 묻는 질문에 당황해하는 지원 스태프의 모습에 한숨만 나옵니다. 직접 발로 뛰어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는 아예 공식 기자회견장이 없습니다. 정말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기자회견장 위치를 물어 어렵게 답변을 듣고 찾아가봤더니 그 곳은 경기 임원 회의실이더군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최고의 빙질이라며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던 스피드 스케이트와 쇼트트랙 경기장은 정작 경기 당일이 되자 얼음이 녹아 물러지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선수들도 연습할 때와 빙판 상태가 달랐다며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이호석이 넘어진 이유도 물러진 빙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빙상 연맹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알마티의 스키장 코스 곳곳에는 돌멩이가 굴러다니고 있어 선수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스키 장비는 물론이며 선수의 안전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회 전반을 지켜본, 국제 종합대회 경험이 풍부한 대한체육회 직원들의 한숨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동아시아가 아닌 국가에서 개최된 동계아시안게임, 카자흐스탄은 언젠가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글쎄요. 과연 가능할까요? 겉만 번지르르한 하드웨어, 전혀 뒷받침이 되지 않는 소프트웨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홍보를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평창 유치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은 소중한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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