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탈북했던 엄마를 따라 지난 2006년 2월 국경을 넘은 새터민 A(19) 양에게 설날은 그다지 특별한 날이 아니다.
한국에 온 이후로 다섯번째 맞는 설날을 매번 혼자 보냈기 때문이다.
8년 전 엄마가 한국 남자와 재혼하면서 A 양의 외로움은 더해졌다.
엄마가 한국 남자와 재혼하면서 명절때마다 새아빠 고향인 울산에 내려갈 때면 A 양은 홀로 집에 남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기 때문.
결국 A 양은 이번 명절 연휴 동안 새아빠의 고향 대신 충북 제천에 있는 친구집을 찾아 친구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A 양은 "설날뿐만 아니라 추석에도 혼자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서러웠지만 이젠 적응돼 아무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A 양은 또 "가족 없이 홀로 탈북한 청소년이나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없는 탈북 청소년들은 명절때면 끼리끼리 모여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오빠를 북에 두고 온 B(18) 양도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이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명절 TV프로그램에 나온 가수들을 보면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우리 오빠'가 생각나 한동안 TV만 바라본다.
B 양은 "북한은 남한과 달리 음력 설은 조용히 지낸다"면서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고향 가는 모습을 보면 북에서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던 한때가 생각난다"고 씁쓸히 웃었다.
그는 "가족들이 방에 빙 둘러앉아 명절 음식인 모찌를 빚을 때가 그립다"면서 "오빠와 함께 장난도 치고 콩고물도 먹으면서 놀기도 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설레는 새뱃돈도, 따뜻한 떡국 한 그릇도 이들에겐 다른 사람들의 '명절 풍경'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