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힌 한화그룹의 범죄 수법은 복잡한 기업 세탁 과정을 거친 ‘지능형·신종범죄형’으로 첨단화됐고, 태광그룹은 직원의 기숙사비와 작업복 비용까지 횡령하기도 했다.
특히 한화 측은 검찰수사에 대해 볼멘소리로 경영난을 호소하면서도 돈을 건네며 내부고발자를 회유하려하고, 중요자료를 야산 비닐하우스에 감추기까지 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검찰 출두 당시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라며 검찰을 비꼬았다.
하지만 검찰수사결과, ‘너무 심한’ 쪽은 기상천외한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 그룹임이 분명해졌다.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지적과 함께 담당지검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이로 인해 '본질'인 기업의 불법 행위가 비호되어선 안 될 것임은 물론이다.
각종 배임과 횡령을 통한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이를 통한 경영권 강화·승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기업 수사에 성역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기구의 엄정한 조사와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찰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정부패와 사회 부조리라는 거대한 바위 앞에서 작은 정(丁) 하나를 들고 서 있는 기분”이라고 수사팀의 바람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검찰 수사가 그간 대기업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온 비자금 조성과 위장계열사, 불공정 주식거래 등을 통한 경영권 승계를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비리의 직접 피해자인 주주들이 민사적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보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05년 한화가 한화S&C 지분을 김 회장의 장남에게 헐값에 팔아 손해를 입었다며 45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또 태광그룹 사외이사였던 전성철 변호사도 “감사 업무를 담당했던 나도 속았다”며 “이번 수사가 ‘차명비리’를 근절하는 하나의 계기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정치자금과 관련된 기업 수사를 했지만 이번에는 편법 경영에 대한 검찰 수사라는 의미가 있다”며 “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바람을 표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화측 소액주주 피해자는 모두 4만 322명으로, 피해규모는 4,856억에 달하며, 계열사들의 지급보증과 연결자금을 포함한 법률상 피해는 1조 3,602억원에 이른다.
태광측 소액주주도 2,000여명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은 1,491억원이라는 게 검찰의 발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