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이 민관 거버넌스 성격의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협의회'(가칭) 구성을 제안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올해부터 시행될 본격적인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에 앞서 4000명에 가까운 관내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했다. 그런 경험과 노하우에서 우러나온 제안이기에 울림은 크다. 다음은 김영배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범실시하게 된 배경은
= 지난해 10월 1일부터 성북구 24개 공립초등학교 6학년 3945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올해 전면 실시에 앞서 문제점을 미리 점검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무상급식은 저를 포함한 민주당의 주요 선거공약이기도 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교육권이자 국가의 의무이기도 한 시대정신이다. 차별없는 무상급식과 양질의 친환경 급식은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누려야 할 보편적 권리 아닌가.
▶성과가 있었다면
= 무상급식이 학부모, 학생, 교사 등 모든 교육 주체들에게 환영받는 정책이라는 사실을 재확인 할 수 있어 뿌듯했다.
급식비 면제를 받기 위해 신청서나 확인자료를 낼 필요가 없으니 학부모나 학생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교사들도 급식비 독촉과 같은 비교육적인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다들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말 시범 실시 이후 학부모와 교사, 학생 등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86.4%가 무상교육 확대실시에 찬성했다. 여담이지만 성북구에 있는 5개 사립초등학교 교장과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왜 사립초등학교는 무상급식을 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사립학교가 귀족학교도 아닌데 무상급식 대상에서 사립학교가 제외된 것에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아주 곤혹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사립학교 교사와 학부모들도 무상급식을 지지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다.
▶성북구 살림살이도 빠듯할텐데 예산상의 어려움은 없었나
= 시범실시에 드는 사업비가 8억 1000만원 정도였는데 추경을 통해 전액 구 예산으로 확보했다. 낭비성 예산, 일회성 이벤트 행사 예산, 불필요한 보도블록 교체 비용 등을 줄여 마련한 예산이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무상급식이 확대 실시되는 올해에는 30억600여 만원을 편성했고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말이 나온 김에 구의회와의 관계는 어떤가
= 성북구의회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석이 11명씩 똑같다. 한나라당 구의원이 의장을 맡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의원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의회를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정책을 공유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자부한다. 물론 무상급식 조례를 포함해 2차례 큰 고비도 있었지만 내 주장을 관철하기 보다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의회와 함께 가는게 중요했고 마찰이 있을 때마다 대화하고 설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의회와의 관계에 있어서 무엇보다 기쁜 건 올해 예산이 무리없이 의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4년간 구정을 이끌어 가는데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울시와 시의회 갈등을 어떻게 보나
= 중요한 사실은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교착상태에서 계속 대립하게 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서울시장의 책임이 더 크다. 민주주의에서 합법성과 합헌성, 권력의 정당성은 결국 선거제도에 의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의회의 주장이 설령 자신의 주장과 노선과 다르고 틀렸다 할지라도 서울시장은 이를 존중했어야 했다. 그것이 곧 시민 존중의 길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하는 일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알아서 하라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시민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 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 국가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시기인가. 시민을 위한 서비스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3월 새학기가 시작되면 친환경 무상급식을 해야 하는데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 친환경 무상급식의 핵심은 국내산 식재료를 어떻게 하면 안정적이면서도 안전하게 공급하느냐에 달려있다. 쌀을 제외하고 국내 식량자급률은 8%에 불과하다. 쌀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24% 정도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산을 집행하지 않더라도 올해 서울지역 초등학교 40만명의 학생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혜택을 받게 된다.
제한된 식재료를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그런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 당장은 기존 방식대로 강서유통센터에서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 안전한 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농민이나 농민단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만은 없다. 결국은 생산지 자치단체와의 MOU(양해각서) 등을 통해 직거래나 계약재배 등이 담보돼야 한다. 또한 농축산물의 검수체계, 구매와 유통에 있어서 효율성과 경제성 등이 매우 중요한데 전문 인력을 갖춘 급식지원센터와 같은 시설이 그래서 필요하다.
세부적으로는 산지 조사에서부터 생산지, 구매, 유통, 그리고 최종단계인 학교 급식에 이르기까지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개별 자치구나 학교에서 직접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서울시와 교육청, 자치구 등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형태의 가칭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하는 것이다.
▶민관 거버넌스를 주창하는 이유는
= 두가지 측면이 있다. 무상급식이 아이들이 매일 먹는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라는 점 하나하고 아이들의 문제이다 보니 이해 당사자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학부모, 교사, 자치구 등이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함께 수행해야 할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우리 구의 경우도 친환경 무상급식 계획 수립에서부터 식재료 수급을 위한 현장 확인, 식재료 선정을 위한 품평회 등 모든 과정에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복원해 내고 공동체가 함께 아이를 길러낸다는데 의의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협의회는 어떻게 구성되나
= 물론 자세한 것은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 서울시장의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서울시장과 교육감, 구청장, 구청별 무상급식 추진위원회 연합회장 등이 최고 의사 결정기구가 될 것이다. 그 아래 실행기구로 서울시, 교육청, 자치 단체장이 선정하는 대표 1명씩이 집행위원장을 맡아 의제 설정 및 기관간 의사 소통, 의견 조율 등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친환경 식재료 공동구매 방안이라든지 급식유통센터 건립 추진 문제 등 친환경 무상급식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협의회 구성 시기와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 하지만 곽노현 교육감을 비롯한 많은 구청장들이 협의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오고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