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태 "무상급식은 학생들에게 눈치밥 먹이지 말자는 것"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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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무상급식 문제를 비롯해 그동안 시의회와 서울시가 부딪칠 때마다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자신 역시 민주당 소속이지만 한나라당과 공존하는 시의회의 의장답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 신념에서였다고 했다. 그런 그가 요즘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의회와 시의원들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오세훈 시장의 최근 행보에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는가 하면, 서울시의 무상급식 예산 집행 거부에 대해서는 '서울시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상급식 실시를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서울시의 요구에는 시민들의 현명함이 있기에 오 시장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허광태 의장과의 일문일답.


-오세훈 시장의 최근의 행보를 어떻게 보고 있나정말 안타깝다. 서울시장과 시의회는 서울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일하라고 시민들이 뽑아준 것 아닌가. 무상급식은 어린 학생들에게 눈치 밥 먹이지 말자는게 본 뜻이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은 정례회의에 출석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돌면서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니 세금복지니 부자급식이니 하며 막말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마치 무상급식 때문에 2011년 서울시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한 것처럼 과대선전을 일삼고 있다. 서울시 전체 예산 21조 가운데 0.3% 해당하는 695억원이 서울시가 감당할 무상급식 예산이다. 서울시가 초등학교 2개 학년의 무상급식을 맡아달라는 건데 이것을 망국적 복지라고 할 수 있나. 서울시장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다

-서울시는 무상급식에 4천억원이 든다고 주장하는데계산법이 틀렸다. 어떻게 4천억원이 나올 수 있나. 내년에 중학교 2개 학년 추가한다고 해도 서울시가 부담할 예산은 1260억원 정도다. 무상급식을 서울시 예산으로 다 하는게 아니다. 교육청과 자치구 예산 범위 내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어떻게 4천억원이라는 계산법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부자급식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보편적 복지에는 부자도 혜택을 받는다. 오세훈 시장의 교육시책인 '3무 학교' 중에 준비물 없는 학교가 있다. 준비물 없는 학교 만드는데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나누는 건 아니지 않나. 무상급식을 세금급식이라고 하는데 준비물 없는 학교는 그럼 세금 준비물인가. 그 세금은 오 시장 개인돈으로 내는건가. 억지 논리다.

-무상급식 실시와 관련해 서울시는 주민투표에 묻겠다고 하는데무상급식은 시의회가 이미 예산과 조례까지 통과시킨 사안이다. 지방자치법은 예산과 관련된 사안은 주민투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하면 소요되는 예산만 백억원이 훨씬 넘는다. 시민들의 불편은 생각지 않나. 선거 치른지 얼마나 됐다고. 주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생각하는 발상자체가 잘못이다. 설령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하자. 무상급식 문제는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답이 나온 것 아닌가. 주민투표를 한다 하더라도 시민들은 분명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에 대한 민주당과의 견해 차이를 철학의 문제라고 말했었는데철학 아니다. 오 시장 개인의 의지의 문제이다. 오 시장이 이를 정치공세로 몰아가는듯한 의구심도 든다. 아마 시민들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한끼의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의 일환이다. 부자 따로 가난한 사람 따로 하는 게 교육인가. 오 시장의 의지에 달려있다. 혼자만 외치는게 철학일 수는 없다. 덧붙이자면 원희룡 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도 무상급식을 주장했었다. 무상급식이 한나라당 주장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계속 이렇게 갈 건가. 출구를 찾아야 할텐데오 시장의 행보가 출구를 찾기보다 오히려 출구를 막고 있다. 오 시장은 취임 당시 소통을 강조했다. 근데 지금의 모습은 소통이 아니라 불통을 저지르고 있다. 이제는 당 뒤에 숨어서 당력을 동원해 편가르기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위험한 발상이고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는지 걱정이다. 방법은 한가지다. 지금이라도 시의회로 들어와서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촉구한다.

-오세훈 시장은 시의회가 발언 기회를 주지않아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며칠씩 밤을 새며 시정질문을 준비하는 시의원들 입장에서는 서울시장으로부터 '의미있는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데, 오 시장은 그때마다 즉흥적인 답변과 핑계로 일관해 왔다. 설령 오 시장 말대로 답변 기회가 막혔다면 의장이나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진행방식을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었는데 오 시장은 이런 절차를 따르기 보다 언론을 상대로 시의회와 의원들을 악의적으로 폄하하고 깎아내렸다.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시의원들은 서울시장의 10분의 1도 되기 어렵다. 앞으로 서울시장이 의회와 시의원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계속할 경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시민들의 요구를 오 시장이 견디기 힘들거다. 전국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는데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서울시장을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나. 당장 서울시가 무상급식 예산 집행 안하면 초등학교 2개 학년은 유상 급식을 해야하는데 학부모들이 가만 있을까.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학생의 학부모들까지도 불편할 것이고. 서울시민의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란 걸 오 시장은 직시해야 한다. 교육청과 구청이 무상급식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학부모도 원하는데 이걸 하지 않겠다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다.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서울시의 땅이 투기장으로 변했다. 집값, 땅값, 분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서울시는 그동안 뉴타운 사업 발표만 했지 앞으로도 뒤로도 못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시민이 불편해 하고 억울해 하는 일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시의회가 이를 간과할 수는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거나 공청회를 열든지, 필요하다면 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진단하고 서울시가 잘못된 부분을 수정·보완해 가도록 시의회는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다.

-올해 시의회의 목표가 있다면올해를 보편적 복지 원년의 해로 만들 것이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손잡고 소외계층, 어려운 시민,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의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 올해가 신묘년이다. 예로부터 토끼는 번영과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토끼 해를 맞아 서울시 8대 의회는 일하는 의회, 시민을 섬기는 의회, 토끼처럼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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