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취임식에 이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주요 외빈 접견과 축하연회 참석 등 무려 10여 건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뒤였지만 수십년째 지켜온 기상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청와대 관저의 침실에서 눈을 뜬 이 대통령은 미리 ''배달''돼 있는 신문을 찬찬히 훑어본 뒤 트레드밀에서 30-40분간 운동을 하면서 ''평소와 같은'' 아침시간을 보냈다고 대변인실은 전했다.
이어 전통 한식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그가 ''직장''인 청와대 집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50분. 이후부터는 전날과 같이 눈코뜰새 없는 ''취임 외교'' 강행군이 이어졌다.
오전 8시부터 45분간 접견실에서 캄보디아 훈센 총리와의 정상회담, 9시부터 45분간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10시부터 45분간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유스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을 비롯해 각국 고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는 등 잠깐씩 바로 옆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외빈 접견으로 보냈다. 취임식 이튿날을 사실상 청와대 본관에서만 보낸 셈.
이 대통령이 잠깐이나마 본관을 떠난 것은 점심시간. 당초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본관 백악실로 불러 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관저로 향해 김 여사와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날 유일한 외부 일정으로 오후 시내 한 호텔에서 국무총리 주최의 해외동포 리셉션이 잡혀있었으나 국회의 총리인준 지연으로 이나마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측근들을 통해 국회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옥 여사는 이날 오전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부인 분 라니 여사와 환담한 것 외에는 이삿짐 정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오늘은 사실상 이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 첫날이지만 장소만 바뀌었을 뿐 취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새벽 기상, 운동, 간단한 식사, 빡빡한 스케줄 등은 기업인 시절부터 같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첫 밤을 보낸 청와대의 건물 상당수가 본인이 직접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에 취임한 지난 1977년 현대건설은 청와대 영빈관의 설계와 시공을 맡았으며, 1983년에는 청와대의 대표적 전통양식 건물인 상춘재를 지었다.
또 회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대에는 대통령 관저와 본관 공사도 현대건설이 맡아 사실상 자신이 지은 집에 입주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