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는 '붕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언론에서는 '더블딥(Double Dip, 경기상승 후 재 하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보다는 2008년 하반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점진적인 붕괴의 연장입니다."
세일러(sailor,필명)는 19일 CBS 노컷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앞으로 유럽과 미국, 중국 경제는 강력한 재정긴축과 경기부양책 등의 처방에도 불구하고 '붕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 2011년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는 '붕괴'
우선 유럽은 엄격한 재정긴축 정책이 문제해결은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만 부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재정위기 문제로 구제금융 가능성이 거론되는 스페인은 작년 12월 실업률이 18.8%였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강력한 재정긴축을 실시하면서 지난 11월의 실업률은 20.7%로 증가했고,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재정 감축으로 오히려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조세수입은 줄어,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세일러는 이에 따라 스페인 역시 그리스와 아일랜드처럼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IMF도 17일(영국시각) 보고서를 통해 '아일랜드에서 나타나는 금융 압박의 무질서한 분출이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고 미국과 영국에까지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하며,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세일러는 이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본질은 '신용위기'라고 강조한다.
"왜 자꾸 이렇게 악순환으로 가는가 하면, 위기의 본질 자체가 재정위기보다 더 범위가 넓은 신용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도 같은 상황이지만, 유럽 각국이 빚을 극단적으로 너무 많이 내서 생기는 문제이므로 해결책은 빚을 갚거나 못 갚으면 파산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유럽의 위기에 고통을 겪지 않는 편안한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감세 연장 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직후부터 일주일간 미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국채금리는 폭등했다.
국채금리가 폭등하면, 이에 연동돼서 움직이는 모기지 금리를 폭등시켜서 세계경제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또한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주정부의 재정위기'와 지난해보다 심각한 '지역은행들의 파산(12월 19일 현재 157곳)' 등을 근거로 지금 미국 경제는 주 단위의 풀뿌리 경제부터 고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유럽과 미국은 이처럼 디레버리지(Deleverage, 부채 축소) 과정을 거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반면, 중국은 '부동산 거품'이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과소비'에서 '저축의 시대'로 패러다임의 대전환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가계와 기업은 먼저 빚을 갚기 시작한다.
'빚이 곧 돈'인 우리 시대의 통화시스템에서 빚이 줄어들면 돈도 따라서 줄어들게 된다. 화폐량이나 신용의 축소는 결국 전반적으로 물가수준이 하락하게 되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실제로 미국은 통화량 M3(우리나라의 Lf에 해당)가 지난해 5월 이래 감소하고 있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세일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가 결국 공황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 Fed의 1차, 2차로 거듭되는 양적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유동성 함정(통화를 많이 발행하고 금리를 낮춰도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신용위기의 상황에서는 어떤 경제정책을 쓰든 악순환만 초래할 뿐입니다. 2008년 말에 세계 경제위기가 촉발된 이래 지난 2년간의 시간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황이 심화되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경제 환경에 발맞춰 주목할 만한 변화도 일고 있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현 주소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로 '미국 가계의 저축률 급등'을 꼽았다.
2008년 3월에 0.8%에 그쳤던 저축률이 2008년 하반기부터 급등해 최근 6%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1980년 이후 30년간 이어져오던 소비중심의 패러다임이 이제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준으로 그 이전이 '과소비의 시대'였다면 그 이후는 '저축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경제는 미국의 과소비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경제 중에서 25%를 넘는 정도지만, 지난 수년간 세계 수출시장에서 순수 무역적자의 거의 대부분을 미국 혼자 감당해왔다.
다시 말하면 주택버블로 인한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바탕으로 미국의 소비자들이 왕성한 과소비를 벌인 결과로 세계 경제가 지금까지 지탱해 왔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과소비가 갑자기 증발해버리니 그 결과 위기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파된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의존구조 때문에 앞으로도 수년간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지표를 늘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 2011년 한국경제의 키워드는 '환율 폭등'과 '주식과 부동산 시장 동반 붕괴'
세일러의 전망처럼 유럽과 미국, 중국 경제가 동반 붕괴하고, 특히 미국의 소비자들도 과소비 대신 저축을 선택한다면, 세계에서 최고로 수출의존도(2009년 기준 49.9%)가 높은 한국 경제도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는 2011년 한국경제의 키워드도 글로벌 경제와 마찬가지로 '붕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환율 폭등'이나 '아파트 가격 붕괴' 등이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달러의 가치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미국 Fed의 2차 양적완화가 실제 집행되기 시작한 11월초부터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신용경색에 따른 '달러화 통화량 감소'와 함께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달러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데 통화량과 무역적자가 줄어들면, 당연히 세계 경제에 대한 기축통화의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달러화는 세계 각국 통화 대비 크게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세일러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지난 수년 동안 달러화 선물환 매도가 과도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앞으로 수년간 들어올 미래의 달러를 모두 미리 내다 팔아버린 셈이 됐습니다. 앞으로 환율이 폭등할 때 외환시장에 나올 매물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특히 우리나라의 환율은 앞으로 다른 나라 통화보다도 더욱 폭등하게 될 것입니다."
세일러는 '우리나라 부동산과 주식시장도 새해에는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먼저 부동산시장과 관련해, '기업과 개인의 부채 보유비중 추이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7년 IMF 위기를 기점으로 기업은 부채를 꾸준히 줄여온 반면, 개인은 반대로 부채를 크게 늘렸다. 또 통계청 자료(2006년 기준)에 따르면, 가계의 보유자산 구성 중에서 '76.8%'가 부동산이다.
이 같은 상황 변화는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주체는 과거와 달리 '기업'이 아니라 '가계'이며, 기업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필요한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결국 '자본' 즉 기업의 이익 위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 국가의 특성상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폭락은 필연이라는 것이 세일러의 주장이다.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은행의 부실문제로까지 이어져 결국 은행에 구제금융이 투입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것도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사회제도가 만들어내고 있는 큰 거짓말에 속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Fed가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해서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와 같은 이머징 국가들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세일러는 이에 대해, "Fed의 본원통화 공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달러화 통화량 M3는 증가하지 않아 '인플레이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주로 조세회피지역에서 들어온 투기자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투기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으며, 그에 따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큰 하락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먼저 빚을 갚는 것이 최우선 생존대책"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경제가 겪게 될 충격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98년 IMF 위기 당시, 고통이 절정에 달했던 것과 같은 상태가 몇 년 연속으로 지속된다.'는 것이 세일러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 정부 등 각 경제 주체의 선제적 대응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그는 가계의 경우, "먼저 빚을 갚는 것이 최우선 생존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공황 시에는 빚을 계속 갚아도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부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버리는 '부채의 역설'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상태에서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되면 명목 GDP가 줄어들게 된다.
기업의 매출도 줄어들게 되고 근로자의 임금소득도 감소하며 자산가격도 하락하게 된다. 이처럼 모든 명목가격이 하락하는데 부채는 명목금액 그대로 남게 되면서 부채부담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마치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때 부채 부담이 줄어드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한 어떤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접고 '저축'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저축은 환율 폭등시기에 보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달러화 외화예금을 추천했다.
그는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앞으로 심각한 환차손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하거나 아예 적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수입과 관계되는 일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환 헤지(換 hedge, 환율변동의 위험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해두는 것을 필수적인 생존대책으로 제시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심각하게 전개될 '사회적 갈등'의 중간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사회에서 취약한 쪽을 보완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세일러는 지금 세계 각국이 심각한 '신용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희망이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선 공공부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유가 있고,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공저축이 많다는 점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이 두 가지 수단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각자의 다양성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것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데 있어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밝힌 세일러는 지난 2년간 온라인에 꾸준히 경제관련 칼럼을 써온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재앙과 같은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전해서 무엇이든 최소한의 대비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세일러와의 서면인터뷰 전문.
▶ 유럽의 재정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그리고 그 충격이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유럽은 지금 거짓말로 당장의 고통만을 모면하려드는 근시안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엄격한 재정긴축 정책을 쓰고 있으니 재정위기(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거짓말입니다. 유럽이 취하고 있는 엄격한 재정긴축 정책은 문제해결은 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만 부르고 있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지난 11월에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를 예로 들어볼까요? 아일랜드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1년 전 그리스의 재정위기 문제가 크게 불거지던 당시에도 문제시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강력한 재정긴축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결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일랜드를 포함한 유럽 각국의 상황을 보면, 무너지던 경제를 정부의 팽창적인 재정정책으로 떠받치고 있던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강력한 재정긴축을 시행하면 경제가 재차 붕괴하는 것은 필연입니다.
결국 지난 2분기 아일랜드 경제는 강도높은 재정긴축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그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습니다. 애초의 계획은 재정긴축을 하면 재정적자가 줄어들테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실제 나온 결과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바람에 조세수입이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더 커져버렸습니다. 처음의 재정긴축 정책이 악순환을 불렀을 뿐입니다. 이로 인해 결국 아일랜드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스페인이 무사할 수 있느냐가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한 상황인데, 스페인도 마찬가지 운명입니다.
스페인의 작년 12월 실업률이 18.8%였습니다. 금년 1월부터 강력한 재정긴축 정책을 실시했고, 그 결과 지난 11월의 실업률이 20.7%로 증가했습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결국 재정감축의 결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함으로써 조세수입이 줄어서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스페인 역시 위기를 피해갈 방도는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유럽 각국에서 이와 같은 악순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문제가 왜 자꾸 이렇게 악순환으로 가는가 하면, 위기의 본질 자체가 재정위기보다 더 범위가 넓은 신용위기이기 때문입니다. 신용위기란 아주 간단히 말하면 빚을 너무 많이 냈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유럽 각국은 민간의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 정부 부문 할 것 없이 모두가 빚을 너무 많이, 극단적으로 많이 낸 상태입니다.
사실 유럽 각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같은 상황이긴 합니다. 다른 말로는 신용팽창이 극단적인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어떤 경제정책을 써도 유럽의 경우처럼 악순환을 부를 뿐입니다.
빚을 극단적으로 너무 많이 내서 생기는 문제이므로 해결책은 빚을 갚거나 못 갚으면 파산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 과정을 언론에서는 흔히 디레버리지deleverage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디레버리지 과정이 평화스럽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신용위기로 인한 디레버리지는 평상시에도 금융위기를 수반하곤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경제의 제반 상황과 맞물려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봅니다. 유럽의 위기에 고통을 겪지 않는 편안한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럽 각국의 정부부문도 빚이 너무 많은 상태이므로 재정긴축이 방향은 맞는 것입니다만 그로 인해 경제위기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거짓말입니다. 상당기간 동안 악순환을 부르면서 위기가 확산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 미국 경제도 좀처럼 회복 기미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감세 연장 등으로 국채가격이 급락해 시장참여자들이 크게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주정부의 재정상황도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회복의 단초는 어디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 지난 12월 6일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감세 연장안을 발표하니 그 직후부터 일주일간 미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국채금리가 폭등해버렸습니다.
이렇게 국채금리가 폭등하면 이에 연동돼서 움직이는 모기지금리를 폭등시켜서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것입니다. 결국 경기부양책이 선순환을 불러오지 못하고 악순환만 부르게 되는 선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주정부의 재정위기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각 주에 위치한 지역은행들의 파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12월 19일 현재 157곳).
지금 미국 경제는 주 단위의 풀뿌리 경제부터 고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회복'의 시점과 단초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참 동안 상황이 더 악화되는 기간을 거쳐가야 합니다.
▶ 중국경제의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경제의 거품붕괴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 보시는지요? 또 한국경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텐데요?
=기본적으로 중국은 지난 1990년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기 직전과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품의 붕괴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 일본이 부동산 거품 붕괴를 받아들였음에 반해 중국은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고 있는 인상을 줍니다. 여기서 선택이란 거품 붕괴와 하이퍼인플레이션 감수 사이의 선택을 말하는 것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주택가격 폭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비등하니 중국 정부는 부동산 버블을 잡을 것이라고 말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정책 운용을 보면,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고 은행의 지급준비율만 자꾸 올리는 등 변죽만 울리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려서 통화량 증가율을 낮추면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간단하게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지 않는 이상 중국 정부의 공언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공표한 2011년 경제운용 목표를 보면, 물가상승률 억제 목표가 4%로 올해보다 1% 후퇴하였고, M2 기준 통화량 증가율을 16% 선으로 유지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통화량 증가율 억제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이를 보면 부동산 거품을 터뜨리지 않고 더 끌고 나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계속 아무 탈 없이 갈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계속가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됩니다.
과거 일본이 바보라서 부동산 거품 붕괴를 받아들인 것이 아닙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까지 갈 수는 없겠기에 붕괴의 길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케이스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 각국 사례입니다.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는 선진국 후보 1순위로 꼽히던 나라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결과 오늘날과 같이 되어버렸습니다.
중국이 만약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면 나라 자체가 힘을 잃게 되어 강대국 대열에서 탈락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유럽, 미국, 중국 경제가 모두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고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2009년 기준 49.9%)입니다. 무사할 수 없겠지요.
▶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들이 항상 눈여겨 봐야할 경제지표는 무엇인지요? 아울러 현재 글로벌 경제의 현 주소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나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미국의 경제지표를 봐야 합니다. 미국의 경제규모는 전 세계 경제 중에서 25%를 넘는 정도지만, 지난 수년간 세계 수출시장에서 순수 무역적자의 거의 대부분을 혼자 감당해왔습니다.
주택버블로 인해 생긴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바탕으로 미국의 소비자들이 왕성한 과소비를 벌인 결과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전 세계가 미국경제에 의존해왔다는 말이며,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과소비에 의존해왔다는 말입니다.
그 때문에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과소비가 갑자기 증발해버리니, 그 결과 위기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파된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의존구조 때문에 앞으로도 수년간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글로벌 경제의 현 주소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로 <그림 1>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저축률 추이인데, 2008년 하반기부터 급등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이 '과소비의 시대'였다면, 그 이후는 '저축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과 그 이후는 같은 시대일 수 없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미국의 과소비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 글로벌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 하는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디플레이션에 더 무게 중심을 두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객관적인 경제지표 때문입니다. <그림 2>로 제시해드리는 통화량 M3 지표를 보시면 2009년 5월 이래 감소하고 있습니다.
통화량이 줄어들고 있으니 앞으로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입니다.
통화량 변화와 물가 변화 사이에는 원래 시차가 6~18개월 가량 존재합니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 디플레이션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그 단초는 현재도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림 3>이 바로 그것인데,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추세가 암시하는 것은 디플레이션 진입 가능성입니다. 그 때문에 Fed가 1차, 2차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일 뿐 결국 앞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실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디플레이션을 보게 될 것입니다.
▶ 2011년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요? 또 2011년 한국경제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2011년 글로벌 경제의 키워드는 '붕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언론에서는 '더블딥(double dip)'이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더블딥이라기보다는 2008년 하반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점진적인 붕괴의 연장입니다.
2011년 한국경제의 키워드도 마찬가지로 '붕괴'이겠습니다만,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환율 폭등'이나 '아파트 가격 붕괴' 등이 좀 더 피부에 와닿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질문7> 최근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십니까? 이와 함께 PF문제와 가계부채 및 공공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림 4>가 의미하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원치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가계의 보유자산 구성 중에서 76.8%가 부동산(2006년 기준, 통계청)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주체는 이제 기업이 아니라 가계라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기업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과거에 부동산 가격이 쉬지 않고 올랐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 즉 기업의 이익 위주로 움직입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서 대한민국의 주도적인 기업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원치않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가 트일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폭락은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가 꿈틀거린다고 하지요. 그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오를 거면 벌써 많이 올랐어야 합니다. 지난 2년간 우리나라는 해외로부터 유입된 유동성으로 인해 부동산이 오를 수 있는 최고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부산 등 지방 부동산이 오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도권 부동산은 오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여건이 조성될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수도권 부동산이 오르지 못한 것은, 앞으로 크게 폭락할 것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 폭락에 따라 PF문제와 은행의 부실 문제가 터지게 될 것이고, 결국 은행에 구제금융을 투입하게 될 것입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것도 부동산 버블에 따라 담보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같이 터질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공공부채는 '문제'라기 보다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희망'이라고 적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여유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공저축이 많다는 점도 또 다른 '희망'입니다. 이 두 가지는 부모님 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이 고픈 배를 끌어안고도 기를 쓰고 저축을 해온 결과입니다.
지금 세대는 이 점에 감사해야 합니다. 앞으로 닥쳐올 험난한 시기에 이 두 가지 수단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주식시장의 경우 코스피 2000을 돌파할 기세입니다. 낙관적인 전망이 주류를이루고 있는데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대한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것은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사회제도가 만들어내고 있는 큰 거짓말에 속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자산시장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를, 미국의 중앙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Fed가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해서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와 같은 이머징국가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그림 2>을 보면 Fed의 본원통화 공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달러화 통화량 M3는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난세에 크게 한탕하려는 투기자금일 뿐입니다. 그 주된 출처가 조세회피지역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일시에 빠져나갈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거짓말이 만들어지고 자꾸 증폭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장함으로써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해보려는 정책당국의 의도가 작용한 결과입니다.
Fed가 추진하는 정책도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입니다. 그 일환으로 자산시장을 이심전심으로 부양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시도가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합니다.
지금처럼 세계 각국의 신용팽창이 이미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 상태에서는 어떤 경제정책을 구사하든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을 부를 뿐이고, 결국 실패하고 맙니다.
특히 금년 하반기의 주식시장 상승은 어거지가 매우 심합니다. 앞으로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때 폭락하게 될 것입니다.
▶ 원.달러 환율의 변화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달러화는 어떤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아울러 금이나 각종 원자재의 행보에 대한 견해도 여쭙고 싶습니다.
= Fed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인해 말들이 많습니다만, <그림 5>에서 회색 화살표가 제시하고 있듯이 1차와 2차 양적완화정책이 불러일으킨 요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상승추세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2차 양적완화가 실제 집행되기 시작한 것은 11월초부터입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는 달러인덱스가 되려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그림 2>에서 보았듯이 신용경색의 결과 달러화 통화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림 6>에서 보듯이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증가하던 무역적자가 7월부터 다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이 무역적자 금액이 세계 수출시장에서 순수 무역적자 금액의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 변화에 따라 세계 경제가 춤을 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 달러는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데, 통화량이 줄어들고 무역적자가 줄어들면 세계 경제에 대한 기축통화의 공급이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달러화는 세계 각국 통화 대비 크게 강세를 보일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환율은 다른 나라 통화보다도 더욱 폭등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지난 수년 동안 달러화 선물환 매도가 과도하게 이루어지다 보니 앞으로 수년간 들어올 미래의 달러를 모두 미리 내다팔아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환율이 폭등할 때 외환시장에 나올 매물이 없습니다.
이미 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 환율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크게 올랐는데,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금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도 올 해 많이 상승했는데, 그 이유는 역시 앞에서 설명한 거짓말, 즉 돈을 찍어내고 있어서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빚어질 것이라는 거짓말에 속은 결과입니다. 앞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 2011년 대한민국 정부가 경제 운용에 있어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특히 국제무역에서 보호무역의 대두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 그리고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떤 생존전략을 펴야한다고 보십니까?
= 앞서 우리나라의 환율이 다른 나라 통화보다도 더욱 폭등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결과 수출대기업들은 좋을 것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수출대기업들에게만 좋을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 가공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환차손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하거나 아예 적자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이 다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전체 직장인 가운데 85% 이상이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환율 폭등은 실질임금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이중고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이익과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덜어내어 대기업에 몰아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 때문에 지난 2년간 우리나라 수출대기업들의 순익이 급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이 현재보다 더 심화되면(앞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봅니다), 사회적인 갈등이 심각하게 빚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라에서 '정부'라는 존재가 하는 일은 사회적 갈등의 중간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2011년 만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경제 운용에 있어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사항은 사회적 갈등의 중간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회에서 취약한 쪽을 보완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와 같은 일들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나라의 장래가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최종적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선언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자국의 경기부양책이 다른 나라들의 경기회복만 도와준 꼴이라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유럽, 일본, 중국,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의 내수를 부양하기 보다는 자국 환율의 평가절하를 유도함으로써 줄어드는 미국 수출시장의 파이(<그림 6>이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미국이 보호무역을 선언하는 빌미가 될 것으로 봅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 2의 플라자합의를 시도할 것이라고 보지만, 그보다는 보호무역주의로 가게 될 것으로 봅니다.
수입과 관계되는 일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환헷지를 해두는 것이 필수적인 생존대책입니다.
▶ 선생님께서는 세계경제가 이미 공황단계에 진입했다는 의견을 여러차례 피력하셨습니다. 그 판단에는 변함이 없으신지요?
= 지금까지 제시해드린 경제지표들을 보면, 공황이 심화되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림 2>와 <그림 3>을 보면, 1, 2차로 거듭되는 양적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유동성 함정의 늪에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용위기 상황에서는 어떤 경제정책을 쓰든 악순환만 초래할 뿐입니다. 2008년 말에 세계 경제위기가 촉발된 이래 지난 2년 간의 시간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공황을 피해가지 못할 것입니다.
▶ 앞으로 경제 공황에 따른 일반 서민들이 겪을 충격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그리고 서민들은 이에 대비해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 지금 일반 서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 앞으로 계속 겪어나가야 할 상황은 물방울 고문과도 같은 것입니다.
물방울 고문은 포로를 묶어두고서 그 머리 위로 물방울을 한 방울씩 끊임없이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잘 느끼지도 못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낮이고 밤이고 계속해서 떨어지다 보면 나중에는 물 한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느껴져서 미쳐버리게 된다고 합니다.
2008년 말에 세계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릴 듯한 상황을 국가의 개입으로 막아내고 난 이후에 세계 경제는 물방울 고문을 받는 것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경제위기가 잘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매우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분명 체감하는 경기는 나쁜데,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은 상승하기도 해서 상황 판단에 혼란을 줍니다.
하지만 물방울 고문이 임계치에 이르게 되면 상황이 변하게 됩니다. 공황이 심화되면 나중에는 지난 98년 IMF 위기 당시 고통이 절정에 달했던 것과 같은 상태가 몇 년 연속으로 지속될 것입니다.
당시에는 고통이 혹독했지만 1년 만에 빨리 지나갔기 때문에 사회가 심각하게 망가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위기는 금방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서민들은 마라톤을 여러 번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인내력을 요하게 될 것입니다.
매우 고통스러울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대책으로는 첫째 빚이 없어야 합니다. 원론적인 얘기라고 할텐데, 공황시에는 좀 더 심각한 의미를 갖습니다. 공황시에는 '부채의 역설' 현상이 벌어지는데, 이게 아주 무서운 현상입니다.
빚을 갚아도 갚아도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부채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버립니다.
바로 그 때문에 대공황이 쉽게 끝나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과거 수년간 지속된 아파트 가격 상승 때문에, 우리나라 직장인들 중에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직장인들은 환율 폭등으로 인한 실질임금의 하락이라는 고통도 겪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이 될 텐데 걱정입니다.
무엇보다도 빚을 갚는 것이 최우선 생존대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 다음에는 저축을 해야 합니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어떤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접는 것이 좋습니다.
저축을 할 때 달러화 외화예금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에 금모으기 운동을 벌인 적도 있는데, 달러화 외화예금이 더 효과적입니다.
나중에 환율 폭등시에 원화로 환전하면, 국민경제를 위한 풀뿌리 외환보유고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가계를 위해서는 환율 폭등기에 보험 역할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매우 비관적인 얘기들만 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유감스럽습니다.
앞서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희망적인 사항이 있다고 했는데, 이 때문에 나라 전체로 보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상황이 나을 수 있다는 점이 희망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슬기롭게 공황을 넘기고 나면 그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보다 크게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에 공황 과정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경우에는 남의 얘기일 뿐이겠지요. 재앙과 같은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전해서 무엇이든 최소한의 대비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데 있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 각자의 다양성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