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조화 재사용 금지' 법규정 없다

현행법상 계약자유 보장…처벌 전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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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사용되는 국화꽃이 상주와 조문객의 동의없이 재사용되는 것을 방지할 제도적인 규정이 전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8일자 3면>

화훼업계에 따르면 충북지역 대부분 장례식장은 빈소에서 반출된 3단 조화를 해당 장례식장에 제단용·헌화용 국화 등을 납품하는 업체가 수거, 재사용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등 일부 장례식장은 조화를 수거할 권리를 주는 대가로 1년 국화 납품을 무료로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단용 꽃을 장례식장으로부터 구매하는 상주나 3단 조화를 구입하는 조문객들에게 국화꽃 재사용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꽃을 재사용하거나 0원짜리 계약을 빌미로 꽃을 파쇄하지 않고 반출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현행법 상 계약자유가 보장돼 있어 0원짜리 계약을 금지할 방법이 없고 '조화 재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경찰관들은 "0원짜리 국화꽃을 상주에게 고가판매하는 장례식장과 조화를 재사용하는 화훼업체들을 처벌한다는 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0원짜리 계약에 불만을 가진 화훼업체가 불공정계약이라고 주장하거나 3단 조화를 구입한 조문객이 재사용된 것임을 알고 사기혐의로 신고한다면 경찰수사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화훼업체가 조화 수거권을 포기하면서 불공정계약을 주장하는 경우가 없는데다 재사용된 조화의 경우 피해자 특정과 재사용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이를 수사·처벌한 전례는 없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지역법조계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한 지역 법무법인 관계자는 "새것인줄 알고 구입한 조화가 재사용된 것이라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으로 화훼업체에게 금전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자신이 구입해 상주에게 전달된 조화를 일일이 살펴보는 조문객이 없을뿐더러 재사용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어려워 이를 소송으로 다투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제도적으로 이를 방지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국화의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로 상주와 조문객들만 감정적·금전적 피해를 계속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때문에, 장례식장의 조화 파쇄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은 지하에 파쇄기를 설치, 3단 조화 등에서 꽃만 골라 모두 파쇄하고 받침대만 업체들에게 재활용 목적으로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한 화훼업체 관계자는 "장례식장마다 파쇄기를 설치, 사용된 국화를 의무적으로 모두 폐기토록 하면 재사용 우려도 없는데다가 0원짜리 납품계약을 할 업체도 사라진다"며 "이럴 경우 변칙적인 유통에서 발생하는 가격거품을 걷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일보 강현창 기자/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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