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지팡이의 날' 시각장애인 체험 해보니

부딪히고 음성유도는 '엉뚱', 곳곳 장애물 1분 거리 20여분 넘게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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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인도를 안전하게 걷는 '아주 평범한 일'을 큰 마음 먹고 해야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

뚝뚝 끊기고 엉터리로 설계된 유도블록, 인도 곳곳에 튀어나온 볼라드(차량 진입을 막는 짧은 기둥)는 시시각각으로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협한다.

15일 세계맹인연합회가 공식 지정한 "흰 지팡이의 날"을 맞아 1급 시각장애인 전상중(41)씨와 함께 대중교통과 횡단보도 등 보행권 체험에 나섰다.

'흰 지팡이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전씨와 함께 흰 지팡이와 안대를 쓰고 광주 동구 서석동 동구청사 앞에서 문화전당 지하철역을 찾아가기로 했다.

눈 앞을 깜깜하게 가린 안대는 공포 그 자체였다. 온전히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감각과 소리로 반응해야 했다.

구청을 나서는 순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건널목 진입로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깎이고 닳아 선형(전진)·점형(방향전환) 점자블록이 지팡이로 잘 느껴지지도 않아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전씨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가장 신경이 쓰인다"며 "온 신경을 귀울여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건널 수 있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마주오던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련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인도에는 자전거가 쌩쌩 달리고, 곳곳이 패어있고, 갈라진 보도블록 사이로 짚고가던 흰 지팡이가 자주 걸려 몇 번이고 제자리에 서야 했다.


지하철역 진입로를 찾는 일도 어려웠다. 유도블록이 없었기 때문. 결국 이번에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까지 소요된 시간은 20여분. 비장애인이라면 1분이면 충분한 거리였다.

지하철역 안에서도 길을 찾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역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과 음성유도기 설치가 비교적 잘 돼 있지만 곳곳이 문제 투성이었다.

유도블록을 따라 내려간 계단은 커브 표시가 없어 벽과 정면으로 맞닥뜨리기 일쑤였다. 길을 찾기 위해 전씨는 소지하고 있던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 리모콘을 작동시켰지만 소리는 엉뚱한 엘리베이터에서 났다.

전씨는 조심스럽게 계단 손잡이에 붙어 있는 점자 안내문에 손을 짚었다.

"옆 계단 이용 올라가는 곳"

하지만 이곳은 내려가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였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점자는 사람들의 이동방향과 정반대로 붙어 있었다. 결국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거꾸로 읽고 지레짐작으로 해석해야만했다.

전씨는 "비장애인들이 점자문을 설치하다 보니 이런 경우들이 종종있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생명선이나 다름없다"며 "작은 주의만 귀울였다면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훨씬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등일보 주현정 기자/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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