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과 끝을 공유한 양준혁-김광현의 '아름다운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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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풋내기였는데"

SK 김광현은 2007년 4월10일 '제2의 류현진'이라는 기대 속에 프로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장소는 안방인 인천 문학구장, 상대는 삼성이었다. 김광현은 프로 첫 경기에서 홈런을 내줬는데 그 타자가 바로 '양신' 양준혁이었다.

김광현의 시작을 양준혁이 함께 했다면 양준혁의 마지막 무대에는 김광현이 있었다.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삼성과 SK전, 양준혁의 은퇴경기에 SK는 에이스 김광현을 출격시켰다. 김광현은 "비록 은퇴경기지만 정규경기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양준혁 선배도 원할 것이다. 선배를 삼진 3개로 잡고싶다"며 정면승부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은퇴경기를 위해 오랜만에 배팅훈련을 가진 양준혁은 경기 전 "감은 괜찮은데 상대가 김광현이라 걱정이다"라며 웃었다. 김광현의 프로 첫 피홈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양준혁은 "그 때는 프로에 막 데뷔한 풋내기 시절 아니었나. 공도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다. 지금은 류현진과 함께 최고의 에이스가 됐다"며 후배를 치켜세웠다.


이어 "오늘은 안타 1개가 목표다. 기습번트를 대는 한이 있더라도 1루를 밟고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1회말 2사에서 양준혁이 등장하자 1만 관중으로 가득 들어찬 대구구장은 함성과 환호로 뒤덮였다. 김광현은 타석에 선 양준혁을 바라보고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훈훈한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곧바로 현 최정상급 투수와 마지막 무대에 선 전설적인 타자의 정면승부가 펼쳐졌다.

김광현은 초구로 시속 148km짜리 강속구를 뿌렸다. 실전감각이 떨어진 양준혁으로서는 아찔할만큼 위력적인 공이었다. 첫 타석의 결과는 3구 삼진.

양준혁은 4회말 2사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섰고 김광현은 더욱 힘을 냈다. 김광현의 직구는 힘이 실린 채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파고들었고 볼카운트 1-2에서는 시속 151km, 147km의 강속구를 연거푸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7회말 공격 때도 결과는 같았다. 김광현은 공 5개로 양준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광현은 약속대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대선배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했다. 양준혁은 삼진 3개를 목표로 한다는 김광현에 대해 "내가 원래 잘 당하지는 않는데, 죽을 때 죽더라도 좋게는 안죽겠다는 게 내 신조"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두달동안 방망이를 놓았던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바로 양준혁의 현역 시절 트레이드 마크였다. 김광현은 최선을 다했고 양준혁 역시 온힘을 다해 맞섰다. 비록 맞대결은 김광현의 일방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둘의 열정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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