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찌는 듯한 폭염이 계속되던 3일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 천서리 남한강 이포보 3공구 4대강 공사현장.
21m 높이의 교각 위에서 2주일째 농성 중인 수원환경연합 장동빈 사무국장은 보름새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에 제대로 씻지 못해 더벅머리를 한 장 사무국장이 교각에서 200여m 떨어진 현장상황실 망원경을 통해 눈에 들어왔다.
장 사무국장과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박평수 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 등 3명은 지난달 22일 새벽,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한강 제3공구 이포보 현장을 기습점거했다.
"환경을 훼손하는 4대강 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강을 그대로 두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4대강 공사 인부들이 작업을 위해 설치한 천막을 이용해 간신히 뜨거운 햇빛과 비를 피하고 미리 준비해간 물과 햇반, 선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한때 탈진을 하기도 했지만, 염형철 사무처장이 중이염을 앓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현수막을 들고 교각 위에 올라간 지 14일째.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계단을 치우는 일이었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현재 이 곳 교각 근처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도, 또 나올 수도 없다.
농성을 지원하는 동료 10여 명도 교각 아래 200여m 떨어진 곳에 천막을 치고 먼 발치에서 지켜볼 뿐이다.
한숙영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처음에는 핸드폰 통화도 자주하고 농성 장면 등을 트위터로도 올렸는데 경찰이 '위에서 기자실 차렸냐'고 하더라"면서 "밧데리가 나간 이후에는 무전기만 한 번 올려주고 밧데리 보급을 불허하고 있다"고 전했다.
◈ '4대강 찬성' 시민 야간집회 허용…찬반집회 같이 열려
고공농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이포보 인근 장승공원 현장상황실에 경찰이 4대강 공사를 찬성하는 여주 시민들을 위해 야간 집회를 허용한 것.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일부터 매일 오전 9시~저녁 9시까지만 이 곳을 사용하고, 저녁 9시30분~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지역 주민들이 이 곳에서 4대강 찬성 야간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낮과 밤 시간만 달리한 채 같은 장소에서 찬.반 집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한 간사는 "통상적으로 열흘 이상 장기간 집회신고를 내면 야간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관행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24시간 사용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인데 경찰과 지역 주민들이 농성을 방해할 목적으로 야간 집회신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은 오후 10시 이후부터 농성장을 비워주고 인근 공터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고 있다.
◈ 목숨 건 절규 무시, 4대강 공사 밀어붙이기
공정률 40% 정도를 보이고 있는 이포보 공사 현장에는 크레인과 기중기, 공사장 인부들이 쉴새없이 왔다갔다 하며 공사에 전혀 문제가 없는 모습이었다.
한 간사는 "우리가 왜 이런 방법밖에 쓸 수 없었는지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정부는 계획대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강 공사를 장마철에 하는 경우는 없다. 우기때 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인데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 곳 농성현장에는 각기 다른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여주지역 주민들은 '1500년 만에 찾아온 지역발전의 기회다. 외지인은 참견마라' (천남리 주민일동), '환경단체 및 야당은 한강살리기를 왜곡하지 마라'(보통리 주민일동)는 등의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환경단체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에 환경단체들과 진보단체, 종교 단체 등에서는 '수달도, 표범장지뱀도, 백로도, 단양쑥부쟁이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자연은 그대로 둘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작은 힘을 모아 자라나는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합시다'는 등의 방명록을 남겨 이들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