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대상과 대출 한도 등 여러 조건들이 모두 동일한 대출상품이 금융회사들마다 서로 다른 '가격표'가 붙어 판매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 이에 따라 햇살론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금융회사별로 금리수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게 됐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출시되는 '햇살론'의 금리는 저축은행들이 연 13.1%, 농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들은 연 10.6% 선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이같은 금리 수준은 금융위원회가 금리 상한선으로 지정한 것이지만 각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이 상한선에 맞춰 대출을 취급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햇살론이라는 상품이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할 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최대한 협조하는 모양새를 만든다는 정도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아직 대손율이 얼마나 될지 파악이 안되는 상황이라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저축은행들은 13% 수준, 상호금융회사들은 10% 수준으로 햇살론을 취급하게 되는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3%포인트나 이자가 비싼 연 13%짜리의 저축은행 햇살론을 받을 이유가 없어진다는 데 있다. 햇살론은 대출 대상이나 대출 한도를 금융당국이 이미 정해놓은 것이어서 저축은행을 찾아가든 상호금융사를 찾아가든 대출 여부나 대출 한도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의 생각은 다르다. 신용대출을 받으러 오는 소비자들이 금리보다는 대출 여부에 더 민감해 금리 비교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고객층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처럼 농협이나 새마을금고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는 저축은행들이 더 높은 금리를 제기하기 어렵겠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는 가까운 저축은행에서 연 13% 수준의 햇살론을 취급해도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구체적인 금리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속셈이다.
특히 햇살론의 상한금리는 해당 금융기관의 1년만기 정기예금에 상호금융회사는 6.38%, 저축은행은 8.99%를 더해 결정되는 구조여서 저축은행들이 향후 수신금리를 높일 경우 상호금융회사들과의 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저축은행들이 예금을 받아도 대출할 곳이 없어서 예금금리를 많이 낮춘 상태"라며 "대출처가 생기기 시작하면 예금금리를 빠르게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금융위원회가 햇살론의 상한금리를 정할 때 저축은행들의 입장을 반영해 상호금융회사보다 상한금리를 높게 정한 것이 원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기존 신용대출 상품의 대손률이나 판관비가 상호금융사보다 높았기 때문에 햇살론의 금리도 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햇살론의 기본 방향이 민간 금융회사들의 자발적인 대출을 유도하는 것이어서 상호금융사들보다 높은 금리를 받아야 한다는 저축은행들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금리 조건을 꼼꼼하게 비교해 금융회사들간의 가격(금리)경쟁을 유도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금리경쟁을 할만큼 햇살론이 금융회사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될 지는 의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액이 크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체가 발생하면 상환독촉이나 추심을 해야 하는데 직원도 많지 않고 여러가지 부담이 크다"면서 "정부가 대출금의 85%를 보증하긴 하지만 과연 남는 장사인지는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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