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가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찬성측과 오히려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도대체 일선 학교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기에 이 같은 논란이 빚어지는 것일까.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최근 학교에서 납득하기 힘든 일을 당했다.
시험 기간이었던 지난달 말 신발 대신 실내화를 신고 등교했더니 학생지도부장이 복장 규정에 어긋난다며 A군을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A군은 "여름이 되면 발에 땀이 많아 신발을 잘 신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라리 수업을 듣지 말고 집에 돌아가라'는 경고뿐이었다.
한 번은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전교생이 보는 운동장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100차례 반복하는 기합을 받았다. 역시 같은 이유로 교실이 아닌 과학실 대리석 바닥에서 시험을 본 적도 있다.
A군은 "1분만 지각해도 학교 명예를 떨어뜨린다며 아예 자퇴를 하라고 한다"며 "내가 왜 이런 기합까지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어 "(학교 규정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규정에 학생들을 짜맞추다보니 인격적으로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B군은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5월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지도교사가 교복 치마가 짧다는 이유로 다른 반 여학생에게 벌을 줬기 때문이다.
당시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여학생의 속옷이 다 보인다"며 해당 교사를 만류했지만, 그 남자 교사는 체벌 도구로 여학생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 2학년인 C군은 지난해 6월 담임교사와 상담을 하던 중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가 봉변을 당했다.
다음날 'C군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전교생에게 쫙 퍼졌기 때문이다. 해당 학교 교감은 '교사가 학생을 똑바로 지도하지 못해 그러는 것 아니냐'며 교사에게 핀잔을 줬다.
담임교사는 더 가혹했다. 그는 교감에게 들은 이야기를 고스란히 C군에게 전해주었다. C군은 "너무 어이가 없고 당혹스러웠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성숙 속도에 비해 아직도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이 고려되지 않는 전근대적인 모습이 적지 않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 새로 취임한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서두르는 것도 이런 시대적인 요구 때문이다.
◈ "학교 내 신뢰 복원 위한 설계도" vs "면학 분위기 해쳐"
그런데 이 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등 33개 교육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 서울본부'는 7일 발족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학생인권조례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와 소통을 복원하기 위한 설계도'라는 것이 본부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전국의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하고 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등을 벌이기로 했다.
보수단체들도 예상대로 일전을 치를 태세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8개 단체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을 선동투쟁의 예비투사로 만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사의 교육방침을 인권침해로 규정하면 교사와 학생 간 갈등과 반목이 심해질 것"이라며 곽 교육감에게 조례 제정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인권조례가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교사들의 '골치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도 반대의 또 다른 이유다.
곽 교육감은 이미 8월 중 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듬해 4월 최종안을 확정, 시의회 의결을 거쳐 같은 해 하반기부터 일선 학교에 인권조례를 적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소통의 필요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