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호송차량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낸 정군과 최모(15)양 등 피의자들은 후드티 차림에 얼굴은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 좀처럼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현재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정군 등은 대답 없이 묵묵히 계단을 올라 김모(15)양을 때려 숨지게 한 장소인 최양의 집으로 향했다.
이날 현장에는 주민 20여 명이 모여 이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걱정스러운 눈빛과 두려운 시선이 교차한 모습이었다.
주민 김모(52)씨는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살이 떨리고 무섭다"면서 "정말 10대 아이들이 한 짓이 맞느냐"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주민들은 여기저기서 "어떡해"를 연발하며 사건 현장을 올려다봤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현장검증에는 일부 피의자들의 가족도 참석해 마음을 졸이며 현장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했다.
정군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성은 "내 자식이 중범죄를 지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며 통곡에 가까운 눈물을 쏟아냈다.
2시간에 걸친 현장검증이 끝난 뒤 호송차량은 이들을 태우고 시신 유기 장소인 양화대교 북단으로 이동했다.
정군 등 3명은 양화대교 입구에서 내려 100m 정도를 걸어간 뒤 숨진 김양의 시신을 유기했던 당시 범행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인형을 싼 이불을 한강에 던지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현장검증은 3시간 여 만에 끝났고, 정군 등은 말없이 다시 차량에 올라타 경찰서로 향했다.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알게 된 정군 등과 숨진 김양은 중ㆍ고교를 중퇴해 자주 가출했으며, 가해자 대부분은 결손가정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정군 등 4명을 구속하고, 시신 유기를 주도한 혐의로 이모(19)군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양을 폭행한 혐의만 받고 있는 이모(15)군에 대해서는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