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은 오세金' 마음가짐도, 티켓 파워도

안양 KGC인삼공사의 오세근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관중은 보통 화려한 플레이에 환호를 보낸다. 득점 장면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함성 소리는 커진다. 블록슛이나 스틸과 같은 멋진 수비 장면이 나올 때도 코트는 뜨거워진다.

그런데 지난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에서 처음으로 탄성이 쏟아진 장면은 다소 이색적이었다.

경기 시작 1분 뒤, 오리온스의 트로이 길렌워터가 포스트업을 하다 베이스라인 방향으로 돌파를 시도한 순간 오세근이 등장했다. 오세근은 몸으로 강하게 부딪히며 길렌워터의 길목을 막았다. 그 순간 관중석에서 "오!"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인상적인 수비 장면은 맞다. 달리 보면 그저 흔한 몸싸움일 뿐이다. 그런데도 안양 팬들은 리액션을 보였다. 일단 농구를 보는 '눈'이 높다.

복귀전에 나선 오세근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있었다는 의미도 있다. 오세근의 조기 복귀를 간절히 기다렸고 꿈은 이뤄졌다.


'오세근 효과'는 당장 결과로 나타났다. KGC인삼공사는 개막 9연승에 도전한 오리온스를 68-59로 눌렀다.

'오세근 효과'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는 "오리온스전이 끝나고 토요일(1일) 원주 동부전 예매가 갑자기 늘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음 경기 예매가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티켓 파워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오세근이다. 구단에게는 '금(金)'이나 다름없는 복덩이다.

오세근의 마음가짐에도 금빛이 새겨져 있다.

오세근이 4월 말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할 때만 하더라도 이처럼 빨리 프로농구 코트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오세근은 조기 복귀를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굳은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뤘다. 오세근이 활약한 남자농구 대표팀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최강 이란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오세근은 조기 전역 혜택 대상자가 됐다.

팬들의 함성을 하루라도 빨리 다시 듣고 싶었다는 오세근은 "입대할 때 꼭 금메달을 따서 돌아오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 큰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음 말이 인상적이었다. 오세근은 "남은 농구 인생을 길게 봤을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노력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고 조기 전역의 혜택을 받았다. 그 혜택은 농구가 준 선물이기도 하다. 오세근은 코트에서 예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당시 군 면제 혜택을 받았던 선수들은 더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지고 말았다. 남자농구에게는 크나큰 손실이었다. 대표팀의 맏형 김주성은 오세근을 비롯해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에게 앞으로 지켜야 할 의무를 강조했다. 기회를 낭비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근도 잘 알고 있다. 그가 60% 정도의 컨디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복귀전에서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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