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시장 상인들은 그동안 무허가 영업을 해온 탓에 오랜 세월 생계를 의지해온 터전에서 힘없이 쫓겨나고 있다.
부산 북구 구포동 구남시장, 40년 전부터 골목 안에 채소와 반찬가게, 분식집 등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해 언제부터인가 상점 40여 개가 성업하는 시장이 되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문을 닫는 가게가 잇따르면서 지금은 그야말로 주인 없는 황량한 빈 골목이 돼 버렸다.
시장에 들러 저녁 반찬거리와 생활필수품을 싼 가격에 장만하던 지역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아쉬움을 토로한다.
시장 인근에 사는 김혜주(52)씨는 "퇴근길에 저녁 반찬거리를 사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영업을 하는 상점이 없다"며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몇 달 전 시장 골목의 한 상인과 인근에 사는 주민 A씨와의 불화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생활 문제를 둘러싼 이웃 간의 사소한 감정싸움이 급기야 경찰에 고소고발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A씨가 불법 영업 등의 이유로 구청에까지 일부 상인을 고발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그동안 재래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시장 일에 관여하지 않던 관할 북구청이 주민 신고에 떠밀려 무허가 상인에 대한 단속에 나선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민원을 넣는 주민이 시장의 불법영업을 근절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공무원을 고발하겠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상황은 안타깝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민원이 들어온 이상 단속을 안 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상인은 "수년 간 횟집을 해왔는데, 두번에 걸쳐 단속을 당한 이후로는 겁이나서 문을 닫았다"며 "아이들의 학비 등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식당에가서 일당벌이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상인은 "단속을 당하고 부터는 서류가방을 메고 시장을 들어오는 사람이 보이면 구청공무원인지 싶어 가슴이 콩닥거린다"며 "하루라도 빨리 시장을 떠나고 싶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마음 졸이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40여 년간 주민들의 곁에서 숨쉬던 재래시장이 주민간의 사소한 다툼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