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20m에 갇힌 ‘쓰레기더미 인생’
지난 21일 새벽 6시, 서울의 한 재활용품처리장.
지하 20m 깊이의 축구장의 1.5배에 달하는 그 곳에 들어가니 비리고 역한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대한 지하 공간은 매캐한 먼지가 뿌옇게 들어차 있었다.
이곳은 매일 밤 200여톤의 거대한 쓰레기와의 한판 전쟁이 비밀스레 치러지는 곳이다.
땅 위로 드나드는 건 오직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을 가득 실은 트럭뿐 땅속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일반인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몸을 쓰레기더미에 기대기도 했다. 희뿌연 형광등 불빛은 짙은 어둠을 밀어내기 위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2년 동안 이곳에서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동안 칠순에 접어든 임 씨는 시력이 점점 떨어졌고, 숨이 몹시 가빠졌다고 했다.
“코는 얼얼하고, 목은 칼칼하지. 나처럼 천한 사람은 이런데 있어도 병이 안 걸릴 줄 알았지.”
갑갑함만 더해주는 마스크와 귀마개를 팽개친 지 오래였다.
퇴근시간만 손꼽고 있던 그에게 ‘지상으로 올라가는’ 소감을 묻자, 그는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했다.
“어둠이 끝나고 환한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지”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다는 임 씨는 성실함만 믿고 살았는데 지난 1997년 IMF 위기 당시 빚보증이 잘못되면서 전 재산과 퇴직금을 잃었다. 2년 전 퇴직하고 막막한 마음에 여기저기 지원서를 넣었지만 손을 내밀어 준 곳은 이곳 ‘지하세계’ 밖에 없었다.
이곳 자원재활용처리장은 99년 설립 당시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밀리고 밀려 이 곳 지하로 오게 됐다.
임 씨와 그의 일터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 한강다리 밑으로 출근하는 청소부들, “보이면 안돼”
영등포구에서 나온 하루 수백 톤의 쓰레기가 소각시설로 보내지기 직전 분류되고 15톤 트럭에 다시 적재되는 곳이다.
매캐한 먼지 속 쓰레기 더미에 악취와 육중한 기계음까지 마치 난민촌을 닮았지만 매일밤 청소부 120명이 일하는 삶의 현장이다.
지난 19일 밤 9시 무렵, 한참을 헤매고 찾아간 그곳에는 20여개의 컨테이너가 눈에 띄었다.
환경미화원들의 휴식공간이었지만 남루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주워온 소파 위로 수십 개의 녹슨 못이 옷장 구실을 하고 있었다.
120명의 노동자들이 머무는 곳이지만 수도꼭지 하나 없어서 물을 길어오지도, 밥을 해먹지도 못한다. 물론 샤워도, 하다못해 일하고 와서 손 한 번도 씻을 수 없다.
간이화장실은 악취 때문에 안에서 문을 닫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환경미화원 박수균(57) 씨는 “안 보이는데 있으니까 환경이 더 열악해. 인간 이하의 삶이지”라며 담배 연기를 뿜었다.
그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늪지대였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 차고지 할 만한 넓은 땅도 없고, 업자들 돈도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시민들 안 보이고, 냄새 덜 나는데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 아니겠냐”고 털어놨다.
갈데없는 혐오시설이 한강다리 밑으로 숨어 들어간 곳은 이 곳 말고도 확인된 것만 3곳이 더 있다.
◈ 환경미화원 휴게실조차 ‘혐오시설’…결국 고가다리 아래로 쫓겨나
“원래는 호평동 아파트 인근 주차장에 있었어. 근데 자꾸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이 고가 다리 밑으로 컨테이너를 통째로 옮겨 온 거지”
17명이 같이 쓰는 한 칸 짜리 이 휴게실은 콩나물시루 같았다. 밖엔 비를 막기 위해 천막을 쳤다.
이들이 다리 밑으로 밀려난 또 다른 이유는 다른 미화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씨는 원래 공간 주변이 개발되면서 땅값이 오르자 업체가 땅값이 싼 이곳을 시로부터 임대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일하는 터전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혐오시설로 취급당하고 있다”며 “주위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우리가 옮겨가야할 최적의 장소라는 사실에 씁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들의 일터는 차별과 인내 그리고 격리와 증오가 뒤섞여 있는 불편한 쓰레기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