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윤정희 "몸으로 소설을 쓴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가"

90살이 됐을 때 그 인생을 스크린에 그리는게 꿈

윤정희
꽃을 사랑한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리고 6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소녀다운 말투와 행동을 지녔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창동 감독의 '시' 속 주인공 미자다. 아니 어쩌면 미자를 연기한 윤정희의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윤정희는 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꽃 한송이를 봐도 속으로 예쁘다고 하면 되는데 저는 감정을 마음껏 표현한다"며 "영화 속 미자와 굉장히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고 전했다.


그의 남편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역시 "극 중 미자와 윤정희의 모습이 너무나도 똑같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정희와 백건우는 부부인 동시에 예술적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 했다. 윤정희도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남편 역시 굉장한 영화 마니아다.

윤정희는 "남편과 남산을 갔는데 진달래, 개나리 등이 너무 만개했더라. 그래서 남편과 둘이 환호성을 질렀는데 우리 딸이 제발 점잖케 있으라고 핀잔을 줬다"고 피시시 웃는다. 또 그녀는 "영화에 들어가면, 보통 남편과 함께 의상을 고른다"며 "이번 시나리오를 받은 후에도 둘이 파리에서 어떤 의상이 어울릴지 한참을 고민하고, 같이 사러 다녔다"고 전했다.

윤정희
한국 여배우의 전설 윤정희는 15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하지만 15년 이란 시간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윤정희는 "지금까지 영화를 떠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그간 여러번 제의가 있었지만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믿음으로 기다린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녀는 "편안한 마음으로 꿈을 꾸고 있다 보니 이렇게 좋은 작품이 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낯설진 않았을까. 윤정희는 "카메라가 있는 환경은 전혀 다를 게 없었다"며 "오히려 리허설 배우가 있어 내 연기만 신경쓰면 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히 이창동 감독의 세심하고 인간적인 매력에 너무 고마움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매일 꿈을 꾼다는 윤정희는 인터뷰는 하는 순간에도 꿈을 꿨다. 그녀는 "내 나이가 90살 이상이 됐을 때, 그 인생을 스크린에 그리는 게 꿈"이라며 "몸으로 소설을 쓴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다시 태어나도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전했다.

또 그녀는 "영상으로 표현하는 소설이며, 2시간30분 동안 읽을 수 있는 영화"라며 "고통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이런 인생을 그린 영화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하는 것 역시 큰 꿈"이라고 말했다. '시'는 13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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