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죽음 목격한 지연이...심각한 트라우마
4일 창원시 중앙동의 한 주택 2층 셋방.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지연이는 이모 집에 살고 있다.
부산에 살던 지연이는 지난 1월 말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 한동안 실어증에 걸렸다. 아빠의 잦은 폭력 등 가정 불화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엄마가 지연이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4일 만난 지연이는, 심한 독감을 앓아 열흘 동안 병원에서 입원했다 이날 오전에서야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말라있었고, 큰 충격을 겪은 이후 병치레가 잦아졌다.
지연이의 불안한 심리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엄마의 '엄'자만 나와도 지연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다. 이모와 한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울어 버릴 정도로 매우 의존적이며 불안해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한 두시간 정도만 수업받고 저를 찾아 집에 와 버려요. 처음에는 아이를 안고 학교에 가서 함께 수업도 받고 올 정도였어요. 아이가 감당하기에도 너무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에요. 자주 아프기도 하고..."(이모)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지연이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렸다. 고사리만 한 예쁜 손으로 그린 그림은 불안한 마음을 나타내듯 충격적이다.
"죽고 싶어요"라는 글을 써가며 죽음과 관련된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를 바라보는 이모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기만 하다.
"저 가엾은 아이가..." 울먹거리는 이모는 "엄마 보고 싶다고 할 때 가슴이 정말 아팠어요.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지연이가 또래 아이들처럼 건강하게만 자라줬음 좋겠어요"라고 눈물을 흘렸다.
◈ 지연이 오빠와 언니도...'정신과 치료'
지연이게는 오빠와 언니가 있다. 이들도 역시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적 충격이 큰 상태다.
현재 부산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동철(고2.가명)이는 학교를 다니면서 정신과 치료도 같이 받고 있다. 엄마의 죽음이 아버지 탓이라 믿는 동철이는 아버지와의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다.
지연이가 제일 보고 싶어하는 언니 미영(중3.가명)이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가정 불화와 가정 폭력으로 인해 가출이 잦았던 미영이는 엄마의 죽음 이후 자살을 수차례 시도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연이 이모는 "핸드폰으로 '죽고 싶다. 누가 죽이려 한다'는 문자가 올 때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요. 최근까지 집에서 같이 생활했는데 자해를 가하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요"라고 말했다.
주위의 도움으로 최근 미영이는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가정 불화가 늘 있으니까 아이들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아이들이 다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였는데...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고 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이모)
◈ 넉넉지 못한 살림..."그래도 딸처럼 키울래요"
대학생 아들만 두명인 지연이 이모네도 지연이를 키우겠다고 데리고는 왔지만, 생활 형편이 넉넉지가 못하다.
지연이 이모부는 5년 전 금속 가공을 하는 일을 하다 그만 눈을 다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현재는 막노동을 하며 이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4년 전에는 이모마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때문에 가계에 보탬이 되려고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를 못한다.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지연이는 창원시 교육청 wee 센터의 도움으로 한마음 병원에서 소아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담당의사는 큰 병원으로 옮겨 입원 치료를 권유했으나 엄두를 내질 못한다.
부산에서 지연이 아빠가 매달 30만원을 양육비로 보내주지만, 치료비와 학비 등에 내고 나면 턱없이 부족하다. 지연이 아빠도 돈만 부쳐 줄 뿐,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다.
"정신과 상담만 받아도 5만원이 넘게 들어가요. 입원 치료를 받고 싶어도 정신과 치료비가 엄청나게 들어가는데 엄두도 못내죠. 쌍둥이 아들 두 명도 올해 대학 들어가면서 더 어려워졌구요. 자식이 저렇게 아픈데 아빠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하지만, 지연이 이모네는 지연이를 치료하며 딸처럼 키울 생각이다.
지연이 이모는 "그래도 혈육인데 지연이를 외면할 수 없죠. 남편도 적극 찬성했구요. 늦둥이 딸이 생긴 것처럼 지연이가 오고 서부터 집안 분위기가 활력이 넘쳐요. 어쩌다가 웃고 재롱을 피우는 것을 보면 정말 내 딸처럼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형편이 어렵지만, 지연이에게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연이도 이모가 웃는 모습을 보더니 금세 밝아졌다.
지연이는 "김연아 언니처럼 스케이트도 잘 타고 싶고, 아픈 사람 치료해 주는 간호사도 되고 싶고 그래요"라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지연이네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연이 이모는 어린이날 선물로 지연이가 갖고 싶어했던 장난감을 선물해 줄 생각이다.
"지연이를 위해 조그만 선물을 해주려구해요. 지연이가 좋아하는 스케이트장도 가구요. 이렇게 행복하게 지내다 보면 지연이도 언젠가는 해맑은 아이로 돌아올 거라 믿어요. 웃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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