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맞아 교복과 학용품, 각종 참고서 등의 구매비용도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특히 촌지와 불법 찬조금 등 은밀한 돈 요구에 마음을 졸여야 하기 때문이다.
초등생 2학년 자녀를 둔 구민혜(가명, 36)씨는 요즘 개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자녀의 새 담임교사에게 촌지를 건네야 할지, 촌지의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어서다.
지난해 자녀의 담임교사에게서 씁쓸한 경험을 한 탓이다.
구 씨는 "어느 순간부터 담임선생님이 이런저런 구실로 자주 연락을 해왔다"며 "그게 결국은 촌지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서 굉장히 기분이 상했었다"고 말했다.
특히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해오는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속칭 '킬러'로 통하는 기피인물 1호다.
또 다른 초등생 학부모는 "혹시 우리 아이가 그런 함량미달 교사와 1년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잔뜩 긴장할 수 밖에 없다며 "매년 이맘때면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새 담임에 대한 '성향' 파악에 들어가느라 분주해진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2학년 아들이 있는 박지호(가명, 45)씨는 한층 더 예민하다.
박 씨는 '눈치 없는' 아들이 덜컥 학급 반장을 맡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학부모회에서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모아 학교에 전달하는 불법적인 학부모회비는 공식적으로 사라지긴 했지만, 학생 간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관행적으로 돈을 걷고 있는 사실을 잘 아는 탓이다.
박 씨는 "학부모 임원을 맡은 적이 있는 몇몇 지인들로부터 학기마다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 회비를 울며겨자먹기로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회비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일부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만한 학부모를 골라 은밀하게 불법찬조금을 요구하는 일도 여간 고역이 아닐 것 같다"고 전했다.
심지어 학교측이 직접적으로 불법찬조금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대구 모 고등학교의 교장은 학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비를 모아 전달하는) 예전의 학부모회가 그립다"며 통장 번호를 알려줘 물의가 빚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불법찬조금의 경우 예전보다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음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참교육학부모회 대구지부 문혜선 상담실장은 "몇 해 전 일부 학교에서 발족된 학부모 봉사단이 학부모회를 대신해 은밀하게 찬조금을 조성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문 실장은 "대부분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 3월 말쯤이 되면, 돈 문제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터져나온다"며 "지금은 일종의 폭풍 전야와도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