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무방비 노출…"알권리, 이제 스스로 찾는다"

시민환경단체들, 민간 최초 '발암물질목록 1.0' 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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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인사망자 3명 중 1명이 암으로 인해 숨지면서 발암물질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어떤 물질이 발암물질인지에 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특히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은 물론 일생생활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사실상 무방비로 발암물질에 노출돼있어 시민환경단체들이 먼저 '발암물질을 피할 수 있는 알권리'를 스스로 찾아 나섰다.

양대노총과 환경운동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이 참여하고 있는 발암물질감시네트워크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24일 국회 본관 앞에서 ‘발암물질목록1.0’을 발표했다.

‘발암물질목록1.0’에는 벤젠과 석면이 포함된 탈크 등 1급 발암물질 51종과 발암물질로 추정되는 물질 187종 등 모두 495개의 발암물질이 포함됐다.

이 목록은 국제적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제암연구소(IARC)와 유럽연합(EU), 국립독성프로그램(NTP), 미국환경보호청(EPA), 미국정부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의 최신 발암물질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1년여 동안 분석해 정리한 것이다.

발암물질네트워크는 노동부가 ‘화학물질 및 물리적인자의 노출기준’ 고시에 의해 규정한 발암물질은 모두 56종에 불과하지만 국제암연구소는 사람에 대한 역학조사나 동물실험 결과 등을 통해 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증거가 발견된 물질만 112종이라고 밝히고 있어 상당한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고 새로운 목록이 필요한 배경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ACGIH의 기준에 따르면 벤젠은 발암물질(A1)로 규정됐지만 노동부 고시에는 벤젠이 발암성 물질로 '추정되는' 물질(A2)로 한 단계 낮춰져 있다.

또 실리카(결정체 석영)의 경우도 ACGIH는 A2물질로 규정했지만 노동부 고시에는 발암물질로 분류조차 하지 않은 채 ACGIH에서 매년 채택하는 노출 기준을 준용한다고만 돼있다.

발암물질네트워크는 정부차원의 발암물질 정책이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에 직업적, 환경적 요인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0만여종이 이르는 화학물질 가운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벤젠이나 포름알데히드 외에도 어떤 물질들이 발암물질인지를 알려야 작업환경의 노동자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발암물질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최상준 교수는 “직업성 암 예방과 발암인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발암인자의 목록을 공식적으로 작성해 공표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인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표된 발암물질목록이 앞으로 국내에서 성분표시제 도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소비자가 유아용품이나 화장품, 세척제, 일반가구 등을 구입할 때 발암물질 성분이 쓰였는지를 알리면 자연스럽게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도 발암물질에 대한 검열을 강화할 것이 때문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민간 차원에서 작성된 발암물질목록이 정부정책 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신화학물질관리법(REACH)를 도입한 유럽에서는 시민환경운동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허가대상물질목록 작성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유럽소비자연맹과 국제환경법센터, 유럽환경사무국, 지구의 친구들, 그린피스 등이 참여한 국제화학사무국(Chemsec)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56종에 달하는 ‘SIN List(즉각대체물질목록)’를 작성해 유해우려물질에 해당하는 화학물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이는 곧 REACH의 허가대상물질목록을 정하는 절차에 반영되며, 금지시켜야할 화학물질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업과 소비자, 정부에 가이드를 제공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민간 차원의 발암물질목록 발표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도 올해 발암물질과 관련해 TF팀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번에 발표된 발암물질목록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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