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올해 2010학년도 등록금을 지난해에 비해 2.5% 인상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연세대는 이날 총학생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하면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2.5% 수준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상결정이 사회적 고통 분담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학교 측은 "정부 방침은 알지만 대학은 대학대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등록금 동결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볼 때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연세대는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신 올해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상대로 장학금 1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등록금을 동결한 일부 학교들 중에는 학부 등록금 대신 대학원비나 기성회비를 올려 결국 학생들에게 부담을 전가시켰다"며 "이번 등록금 인상은 안타깝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이 확충돼야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연세대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동"이라며 학교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 학교 재학생 김솔지(23.국어국문학) 씨는 "대학 발전도 중요하지만, 다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미 충분히 비싼 등록금을 또 올리는 것은 대학이 가진 사회적 책무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했고, 박소현(23.간호학) 씨는 "다른 학교들은 다 동결한다는데 왜 우리 학교만 인상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준호(22.컴퓨터과학) 씨도 "등록금을 왜 인상하는지 타당한 이유가 없어 납득이 가질 않는다"면서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뿐더러, 지금까지 낸 등록금에 대한 사용처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문수희(23.정치외교학) 씨는 "2.5%의 인상폭도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인데 총학생회가 왜 등록금 동결을 끝까지 관철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에만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데 어떤 식의 해결을 요구하는지, 또 정부가 그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건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연세대는 전국 사립대 중에서도 등록금이 비싸기로 유명하다"면서 "서민 대다수의 가계 고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등록금을 2.5%나 올리는 것은 가혹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 "이는 등록금 동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며, 앞으로 연세대에 대한 등록금 인하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세대의 이번 등록금 인상결정은 한양대와 서강대 등 아직 등록금을 책정하지 못한 다른 대학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15일 대학 총장들에게 등록금 인상 자제를 당부했으며, 전국의 국·공립대에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동결키로 했다.